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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교수의 김치콘서트(2)

세계 속의 김치문화

일본 열도의 김치열풍

 

필자는 13년 전 공동연구차 방문한 일본의 한 대학에서 아침에는 김치를 먹지 않고 출근했다. 아침에 김치를 먹으면 실험실 연구원들이 김치냄새, 특히 마늘냄새를 거북해한다고 선배교수가 조언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아침 대신 저녁식사 때만 김치를 먹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같은 대학의 실험실인데 한국김치가 선물로서 대인기다. 그 대학의 조교수는 한국에서 올 때는 한국김치를 꼭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만든 김치가 아니라 한국에서 직접 가지고 간 김치가 진짜 맛있는 김치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 김치의 위상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고 신바람이 날 일이다.

 

일본의 달력 11월 달에는 ‘아주 매운 찌개가 식욕을 돋우며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냄비메뉴’란 설명으로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소개하고 있었다. 달력에 우리 김치찌개가 들어 있다는 것은 일본인들이 얼마나 김치를 좋아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은 특별히 김치를 만드는 방법이나 김치의 기능상의 특성을 개발한 김치 판매가 아니라 단순히 상품의 ‘이름’을 활용해 김치판매에 성공한 사례도 많다. 일명 ‘백제왕김치’의 탄생도 같은 경우다.

 

미야자키 현에는 백제마을이 있는데 이곳에는 백제 정가왕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1300년 전 백제가 멸망해 일본열도로 망명한 백제 정가왕 부자는 미야자키 현의 난고손 마을에 피신하여 정착했다.

 

이와테 현의 어느 식당에 가면 식당 고유의 이름보다도 ‘맛있는 김치의 집’이라는 간판을 크게 달고 가게가 아닌 ‘김치’를 홍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식품매장의 진열장을 보면 단무지 등의 일본절임식품보다 한국김치가 더 많이 진열되어 있는데 이를 안내한 시청직원은 이 모습을 가리켜 주민들이 김치를 더 많이 사간다는 증거라고 설명해 준다.

 

일본인들은 유달리 맥주를 좋아한다. 회식자리에서도 일본사람들은 맥주를 필두로 본격적인 술자리를 이어간다. 기차나 버스도 캔 맥주를 가지고 타는 사람들을 흔하게 본다. 그만큼 맥주는 일본인들에게 대중적이다.

 

그들은 맥주 안주도 김치를 먹는다. 도야마시의 한 식당에서 우동 한 그릇으로 답사중의 허기를 달래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맥주를 마시면서 안주로 김치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인도 맥주의 무료 안주로서 김치를 서비스하고 있다고 자랑을 한다.


중국대륙의 김치사랑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김치제품에 ‘한국 김치’라는 우리말로 제대로 표기하고 있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 김치’는 한글 표기가 없으면 한국산으로 믿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판매되는 김치제품에는 우리말 ‘김치’ 표기가 필수다.  

 

중국 남부지방인 광서장족자치구중 관광지로 유명한 계림에서 버스로 6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우린이라는 곳이 나온다. 한약시장으로 유명한 우린에는 한국식당이 없지만 중국인이 경영하는 전국 체인의 한국형 식당이 있다. 이곳 식당에 걸려 있는 김치 홍보판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문장이 있다.

 

 ‘김치는 한국의 전통적인 음식이다. 비타민과 광물질 및 인체에 필요한 아미노산 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한국여성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복용하는 미용식품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국 최고미녀 김희선의 미모비결은 매일 60g의 김치를 먹는데 있다'고 적혀있다.

 

산둥성 웨이하이시 간부와 식사하는 만찬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김치를 만날 수 있었다. 수십 종의 중국요리 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김치를 보니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산동성 엔타이의 한 시장에서 김치를 판매하는 한 중국 청년은 김치책자를 참고로 자신이 직접 담았다고 자랑한다.

 

칭따오의 한 김치공장. 필자가 방문한 이 공장은 김치를 버무리는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이 공장은 특히 한국의 김치공장과 마찬가지로 위생관리가 철저하다.

 

공장에 들어가기 전에 위생가운과 두건, 마스크, 고무장화를 착용해야 하며 공장 내에서는 위생복에 앞치마와 위생두건을 갖춘 직원들이 부지런히 김치를 만든다. 그들은 중국인의 기질에 맞게 어마어마한 규모로 김치를 만들고 있었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에도 김치나들이

 

베트남의 국내 항공기의 기내잡지를 우연히 보다가 김치기사가 실려 있는 기사를 발견한다.

 

홍콩에서 만난 한 필리핀 인은 호텔 뷔페 식당에서 김치를 가득 담아 가지고 간다. 뒤따라가 물어보니 그는 필리핀의 집에서도 김치를 사서 즐겨 먹는단다.

 

필리핀 마닐라에는  ‘김치’란 상호를 가진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이 음식점에서는 김치나 김치 관련 요리를 비롯해 현지 음식도 판매하고 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는 한국 김치제품이 식품매장에 전시되어 잘 팔리고 있다.


미국, 프랑스

 

미국 시카고 신문인 시카고트리뷴은 최근 ‘햄버거 속에 넣은 김치’ 등 각종 김치 관련 기사를 다뤘고 프랑스 현지에서는 ‘전라도식 김치와 서울식 김치’를 구분할 정도의 애호가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글·사진 박종철 국립순천대학교 한약자원학과 교수/순천대 김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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