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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급식업체 '속앓이'

구제역과 이상기온으로 신선식품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우유업체와 단체급식업체들이 각급 학교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을 앞두고 속병을 앓고 있다.

구제역으로 원유 부족에 시달리는 우유업계는 학교 우유급식이 시작되면 근근이 수요에 맞추고 있는 공급 물량이 더욱 부족해질까 우려하고 있다.

단체급식을 하는 기업들 역시 개학과 함께 식재료 수요가 늘면 이미 오른 육류·생선·채소 가격을 급식 가격 인상 없이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유업계 "급식이 우선..소매점 공급 줄어들 수도" = 서울우유를 비롯한 대부분 우유업체는 우유 제품 생산량을 먼저 학교 급식에 쓰고 남는 물량을 일반 소매점에 공급하는 것을 내부 방침으로 정해두고 있다.

학교 우유급식 시장은 67%가량을 1위 업체인 서울우유가 점유하고 있으며,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각각 10%, 8%로 뒤를 잇고 있다.

구제역 사태 이후 각 업체가 공급받는 원유량은 평소보다 2~13% 줄어든 상태다.

최근 정부가 구제역 발생농가 3㎞ 이내 '위험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도 가공용뿐 아니라 일반 마시는 우유인 시유(市乳)용으로도 판매하도록 허용하면서 원유 공급에 숨통이 트이기는 했으나 학기 중에는 방학 때보다 수요가 10%가량 늘기 때문에 원유 부족 사태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실제로 학교급식 납품업체가 우유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는 사례도 생겼다.

소규모 납품업체인 파스퇴르유업은 최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 "구제역에 따른 원유 부족사태로 정상적인 급식 우유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대리점에서 본사와 상의 없이 보낸 서류"라며 "본사는 새로 거래 학교를 늘릴 수는 없지만, 기존 납품 학교에는 차질없이 공급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고 해명했다.

대부분 급식을 우선시한다는 방침을 세웠음에도 급식은 일반 소매점보다 납품 단가가 50%가량 낮은 200㎖당 330원에 불과하고 일반 가정에 대한 판매 채널인 소매점 역시 중요한 만큼 우유업계의 고민은 크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학교 급식은 사회적인 중요성으로나 안정적인 유통 채널이라는 점에서나 원유가 부족하다고 물량을 줄일 수는 없다"며 "3월부터 마트나 슈퍼에 들어갈 물량이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물가 올랐는데.." 급식업체 난감 = 급식업체들은 단체급식에 빠뜨릴 수 없는 육류와 돼지고기, 달걀, 채소 등 신선식품 물가가 대부분 오른 상황에서 3월 학교 급식까지 시작되면 식재료 값이 더 오를까 우려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급식은 대부분 학교 직영으로 전환한 터라 아워홈, CJ프레시웨이 등 메이저 단체급식 업체들은 기업체와 대학교에 대한 위탁 급식을 주로 맡고 있다.

식재료는 한정된 상황에서 개학으로 초·중·고교 급식이 시작되고 봄철 행락객이 가세해 육류 수요가 늘면 업체 간 식재료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이 뛰어오를 가능성이 크다.

돼지고기 지육가(대한양돈협회 가격정보)는 22일 현재 1㎏당 6603원으로 1년새 76.2%나 올랐으며, 닭고기 시세(한국계육협회)도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전인 작년 11월 중순보다 60%가량 올라 생닭 1㎏당 2400원이다.

계란도 10개당 1996원(농수산물유통공사)으로 16.9% 올랐으며 수산물 역시 고등어, 오징어, 갈치, 조기 등 주요 품목의 산지 시세가 1년 새 30~70%가량 올라 있는 상태다.

규모가 큰 급식업체들은 "식자재를 대량 구매하고 있어 당장 가격을 올리거나 급식 질이 떨어진 사업장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식재료 가격 급등에 따른 식단 조절의 필요성만큼은 인정하고 있어 메뉴 변경이나 가격 인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400여 개 단체급식 사업장을 운영하는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저단가 사업장을 제외하고 단가 3500원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메뉴를 크게 바꾸지 않고 식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손해를 감내하고 있지만, 봄방학이 끝나고 식자재 상황이 나빠지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