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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한파에 친환경 무상급식 '흔들'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발발과 한파 등 이상기후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친환경 무상급식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 서울시 학교보건진흥원의 '2011년 학교급식 식재료 시장조사 가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친환경 돼지 뒷다리의 1㎏당 공급가는 이달 1일 기준 평균 1만55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1㎏당 8550원)의 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닭고기 역시 1㎏짜리 한 마리에 평균 1만900원으로 작년 2월초(8125원)보다 23.3% 가량 올랐고, 쇠고기도 1등급 등심의 경우 1㎏당 공급가가 7만5000원에 달했다.

전체 친환경 축산물 공급가는 닭고기와 돼지고기만 따졌을 때 작년보다 약 30% 가량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김치가격도 ㎏당 평균 4670원으로 작년(3460원)보다 올랐고, 과실류와 수산물도 한파로 인한 작황 부진과 어획량 감소로 전반적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진흥원은 "구제역과 AI 등 악성 가축전염병과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세 등으로 신선식품지수가 1월보다 2.8%, 작년 2월에 비해서는 33.8%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상이 걸린 일선 학교 급식 담당자들은 예산절감과 급식의 질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원효초등학교의 경우 작년 3월 식단을 기준으로 단가를 뽑아본 결과 올해에도 같은 식단을 꾸밀 경우 비용이 평균 26.5% 더 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학교 영양교사 조은주씨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메뉴를 개발하고 생산지 직거래나 인근학교와의 공동구매 등을 통해 구입단가를 절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조씨는 "1인당 50∼70g 넣던 고기를 30∼40g으로 줄이는 대신 구절판처럼 고기에 각종 야채를 혼합하거나 너비아니 같이 고기는 10% 정도에 나머지는 두부를 넣는 식단을 개발해 단가를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식 전문가들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세가 상당수 학교로 하여금 친환경 식재료 사용을 포기하게 하는 등 급식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양교사는 "기상이변이 없다면 가격이 내리는 것이 정상이지만 최근의 종잡을 수 없는 날씨를 보면 낙관하기 힘들다"며 "모든 품목이 예년과 달리 폭등 장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기후 문제가 조금만 있어도 날씨에 민감한 친환경 농산물은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돼지고기 등 육류는 구제역 때문에 엄청나게 가격이 올라 경기도의 경우 상당수 학교가 식단에서 육류를 뺐다고 한다. 야채도 한파 등으로 비싸고, 남는 건 수산물인데 역시 가격이 뛰고 있어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려면 친환경 급식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