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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종주국’ 위상 뿌리채 흔들

수출국 1위 영예 1997년이후 미국·일본에 뺏겨
후진적 재배로 생산비 높아 가격 경쟁력서 밀려
뛰어한 효능 앞세운 기능성 제품으로 승부해야


고려인삼을 앞세워 ‘인삼 종주국’임을 자랑스러워했던 우리나라의 자존심도 이젠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생산한 고려인삼이 국제시장에서 외국삼에 추격을 당하면서 점유율 1위 자리를 계속 내주는 등 인삼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삼(진액·차·음료 등을 제외한 뿌리삼 기준) 수출액은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해 1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나 1997년부터 수출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미국·캐나다 등에 역전 당했다.

2007년의 경우 국제 인삼시장 전체 수출액은 2억8067만달러였다.

국가별 점유율은 캐나다가 30%(8531만달러)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미국 18%(5221만달러), 한국 18%(5082만달러), 중국 16%(4671만달러), 홍콩 7%(2227만달러) 순이었다.

이 같은 순위는 2008년엔 우리나라가 22%를 점유, 캐나다(26%)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간격을 좁혔다. 2009년 우리나라는 23%를 차지, 시장 점유율을 높였으나 캐나다(30%)에 내준 1위 자리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인삼업계에선 올해도 고려인삼의 세계시장 점유율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 인삼시장에서 캐나다와 미국 인삼이 약진하는 반면 우리 인삼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재배 모와 방식이 후진적인데다 높은 생산비 등으로 가격경쟁에서 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인삼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효능을 가졌는데도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알리는 마케팅 활동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인삼 1㎏당 생산비는 우리나라가 2만1317원인 반면에 ▷미국 6440원 ▷캐나다 8604원 ▷중국 3590원이다.

똑같은 인삼을 생산할 때 우리가 이들 국가보다 2.5~5.9배나 많은 비용이 드는 셈이다.

농가당 재배면적도 우리는 평균 0.95㏊이지만 이들은 우리보다 3~10배씩 넓게 재배하고 있고, 10a(300평)당 생산량도 우리는 504㎏인데 비해 ▷미국 800㎏ ▷캐나다 850㎏ ▷중국 553㎏이나 되는 것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로 인해 국제시장에서 고려인삼은 가격경쟁력이 취약한 상태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시장에서 거래된 인삼 1㎏당 가격은 한국산이 212.85달러였으나 ▷캐나다산 14.93달러 ▷미국산 73.55달러 ▷중국산 7.13달러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계 최대 인삼 교역시장인 홍콩에서도 한국삼의 비중이 2000년대 들어서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현재 연간 거래량 3600여t 가운데 미국삼의 비중이 90%를 넘는다.

지난해 200억달러(약 24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세계 인삼 시장에서 미국삼과 중국삼이 각각 70%와 25%를 차지했다. 한국삼은 3%에 불과했다.

스위스의 유명 제약사 ‘파마톤’은 백삼에서 추출한 사포닌 성분으로 ‘파마톤’(피로회복제)과 ‘긴사나’(자양강장제)를 생산, 연간 3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인삼 한 뿌리 나지 않는 스위스가 종주국인 우리의 30배나 되는 인삼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인삼은 이들 국가의 인삼에 비해 약리활성작용을 하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등 품질경쟁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어 국제시장에서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인삼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게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목소리다.

여기에다 기계화율을 높여 노동력을 절감하고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등 과학적인 재배법을 확대 보급한다면 고려인삼의 명성은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식품연구원 관계자는 “고려인삼 가격이 외국삼보다 최소 5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더 이상 원제품만으로는 경쟁이 어렵다”면서 “고려인삼만이 갖고 있는 효능을 부각시켜 고부가가치 기능성 제품을 만들고 연령별·국가별 기호에 맞는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려인삼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갖춘 우리의 자랑스러운 명품브랜드이다. 하지만 그 위상은 점점 더 흔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인삼분야의 활발한 연구를 통해 품질 좋은 상품을 외국에 수출하고 있는 두 업체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