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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머리' 논란에 전문식당 '울상'

낙지 머리(몸통) 속 먹물과 내장에서 검출된 중금속의 위해성을 놓고 서울시와 식품의약품안전청 간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16일 서울 무교동 등지의 낙지 전문점들은 손님이 급감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낙지 전문점 업주들은 개업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며 울분을 토했으며, 시민은 당국의 애매한 발표에 혼란스러워하며 일단 먹는 것 자체가 꺼려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M낙지전문점 주인 최모(58)씨는 "개점 이후 이렇게 손님이 없는 것은 처음이다. 평상시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며 "단체 예약이 끊긴 것은 물론이고 이전 예약도 취소됐다. 손님도 내장이 있는 산낙지는 전혀 찾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다른 식당의 반응도 비슷했다. S낙지전문점 주인 김모(56.여)씨는 "평일 점심 때면 늘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는데 오늘은 몇 자리밖에 손님이 없었다. 주메뉴인 연포탕은 어제 오늘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낙지판매장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서울시 발표로 낙지, 문어 판매뿐만 아니라 수산시장 전체에 타격이 크게 왔다.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너무 신중하지 못했다. 어떤 식으로든 빨리 매듭이 지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서울시가 발표한 낙지 머리의 중금속 검출량이 일상 섭취 형태에서 위해한 수준이 아니라는 식약청의 입장이 나오자 다소 어리둥절해 하면서 마음 놓고 먹는 것은 다소 꺼려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김태훈(38)씨는 "낙지를 오랫동안 즐겨 먹었는데 갑자기 위험하다고 하니까 발표 결과에 다소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당국이 기준을 확실히 정하고 정확히 검사를 해 불안감을 없애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지훈(30)씨는 "서울시와 식약청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을 보니 단시간에 신중하지 못하게 발표를 한 것 같다. 하지만 중금속은 적은 양이라도 체내에 축적되니 일단 먹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 검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마포구에서 M낙지전문점을 운영하는 최모(42)씨는 "여름에는 판매할만한 크기의 국산 낙지를 찾기 어렵다"며 "서울시가 검사했다는 '국산' 낙지가 정말 국산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8월말 H마트에서 '국산' 낙지를 구입해 검사했다고 해서 업체 등에 확인해보니 공급처가 모호하다"며 "국산 낙지 머리 내 중금속 과다 함유 여부를 확실히 하기 위해 14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주요 유통업체에서 팔리는 연체류 14건과 생선 14건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국산 및 중국산 낙지와 문어 머리에서 이타이이타이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카드뮴이 기준치(㎏당 2.0㎎)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반면 식약청은 다음날 자료를 내고 "통상 문어나 낙지는 몸통, 발 등 몸 전체를 함께 요리해 먹는 점을 고려할 때 낙지와 문어 섭취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이 야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