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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커진 건식시장 허약체질 될라

이름을 일일이 대기도 힘들 만큼 종류가 많아진 건강기능식품. 국내에선 이미 시장규모가 2007년 9181억원, 2008년 1조887억원, 2009년 1조2000억원 등으로 해마다 급속히 늘어나 곧 2조원 대를 넘어설 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찾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지난해 여성포털 이지데이에 의뢰해 전국거주 성인남녀 3786명을 대상으로 건강기능식품 소비자 구매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사람 10명 9명이 제품을 섭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처럼 건강 기능성 식품이 각광받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세계시장 역시 한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4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145억 달러, 세계 2위인 일본은 74억 달러의 규모를 보이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기능식품의 성장률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인구의 고령화, GDP 성장, 의료비 자기부담 증가에 따른 셀프케어(Self Care) 의식의 증가 등이 꼽히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나 세계 경제의 상승은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 시장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역시 공공 의료비 대비 1인당 의료비가 여타 OECD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 건강기능성식품 시장의 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현재 세계 5위권인 시장 규모가 머지않아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3대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규제논란·판매구조 왜곡 등 문제 산적
‘개별인정형’시대 맞아 제도 보완 시급

형식적 의무교육 등 ‘도마에’


건강기능식품이 성장가도를 달리자 관련 업체들의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자회사인 메디컬그룹 ‘나무’의 경우 지난 4~5월 두 달 동안 비타민과 무기질 제품의 광고비로 35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업체들의 경우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확대될 것이 분명해지면서 업체마다 매체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앞에 놓인다. 과잉 규제 논란이 그것이다.

건강기능식품 관리를 총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규제를 내놓고, 식품업계는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합리적인 진입 장벽’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식약청에서 조사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는 370여 곳, 수입업체는 2400여 곳이다.

수많은 업체가 내놓은 건강기능식품 중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박혜경 식약청 영양정책과장은 “현재 식약청이 마련한 규제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또 과거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노인을 상대로 관광버스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등 시장이 어지러웠던 예를 들며 “‘만병통치약’식 판매 관행이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것만 봐도 규제의 효과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여전히 지나친 규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되는 대표적인 규제가 ‘건강기능식품의 판매대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규정은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업계는 제품 포장에 ‘건강기능식품’이란 표시를 하도록 돼 있어 구매할 때 충분히 식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판매대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판매가 크게 제한되는 데 비해 효과는 작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매장 규제가 없다. 그 대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을 무겁게 따지는 식이다.

또 건강기능식품을 팔고자 하는 사람은 4시간 동안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4시간 동안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명무실한 규제를 운영하기보다 미국처럼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청에 건강기능식품으로 신고하려면 우편·방문 접수만 가능한 것도 불만을 사고 있다.

식약청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터넷으로 접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는 ‘시장 발전을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단계·방문판매 편중 심화

문제는 식품업계와 식약청의 틈바구니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식품업계는 매장에서 팔 때의 까다로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별다른 규제가 없는 다단계·방문 판매를 선호한다.

2008년 기준 국내 건강기능식품 유통의 62%는 다단계·방문 판매로 이뤄졌다.

약국이나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비율은 모두 합쳐도 10%가 채 안 된다. 다단계·방문 판매에 편중돼 있는 것이다.

미국은 전문점(38%), 다단계·방문판매(17%), 대형마트·소매점(13%), 홈쇼핑(7%), 약국(7%) 등 판매 경로가 다양하다.

일본도 다단계·방문판매 비중(40%)이 가장 높지만 우리보다는 낮다. 그외 통신판매(28%), 약국(14%) 등의 비중이 높다.

다단계·방문 판매는 판매원들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 제품을 소개하는 만큼 매장에서 팔 때보다 과장된 설명을 덧붙일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싼 가격도 문제다. 지금보다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업체 간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팔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 대표가 함께 참여하는 ‘3자 합의’ 구조를 제안한다.

이들은 일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규제가 현재의 기형적인 유통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3자 간의 끊임없는 협의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규제는 줄이고, 유통 경로를 넓히는 게 업계와 소비자 모두 윈윈하는 길이라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2012년 기점 폭발적 성장 예고

하지만 아직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문제점들이 해결되기도 전에, 이처럼 잠재력이 큰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식품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고민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개별인정형 건강기능 제품’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개별인정형 건강기능 제품’이란 기준고시형 제품 이외의 새로운 원료로 안전성과 기능성을 입증하는 시험을 통해 식약청으로부터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을 말한다.

지난 2006년 만 해도 전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했던 개별인정형 제품의 시장 규모는 급격한 성장률을 보이며 2008년에는 425억원을 기록, 전체 건강기능식품 제품 중 약 5.2%의 점유율을 보였다. 2007년 대비 67%가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개별인정형 제품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기타 신체의 기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공식적인 인정을 받기만 하면 향후 몇 년 간은 독점적인 시장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술력만 있다면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시장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력을 갖춘 중소 업체들은 독자적인 개별인정형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임상시험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R&D 비용 부담도 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의 진출이 미미한 수준이나, 앞으로는 자본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의 진출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건강기능식품의 제형 자율화 등으로 건강기능식품 산업 발전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2년에는 국내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지금보다 약 10배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식품과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별하지 못하고 혼용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리 파악하고 또 그 대처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지금 식약청을 비롯한 정책 당국에 필요한건 ‘SPEED’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