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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비리 뿌리뽑는 방법은?

뒷돈거래로 수의계약 후 저질 식자재 납품 악순환
경쟁입찰도 짬짜미 폐해 등 문제점 많아 대안 안돼
전자조달방식 도입,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이 열쇠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 후보들은 학교급식 문제에 유난히 큰 목소리들을 냈고, 또 앞 다투어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이 급식에 대해 온갖 공약을 다 만들어내 표를 모으는 동안에도 전국 곳곳에서는 학교급식 비리가 연이어 불거졌다.

인천에서는 급식 식재료 납품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47개 학교, 편법으로 5000만원 이상의 물품거래를 수의계약한 의혹이 있는 70여개 학교 등 총 118개 학교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였다.

현직 교육위원 부인이 급식 식재료 납품업체를 운영하면서 ‘꺾기’ 편법을 동원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남에서는 학교에 축산물 납품업체에서 100여 명의 학교 관계자들에 6000여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주고 질 낮은 고기를 1년 반 동안 납품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사학재단 이사장이 급식위탁업체를 차려 재단 산하 중고교에 급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돈벌이를 해 온 것도 드러났다. 이들은 공고도 하지 않은 채 10년 동안 장기계약을 맺어오며 지난 5년간 납품가격을 높여 2억4000만원을 되돌려 받는 등 급식비를 횡령까지 했다.

하지만 급식과 관련된 비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급식문제가 터질 때마다 학부모들은 충격이 아니라, “또 터졌냐?”라는 탄식밖에 나오지 않는 지경에까지 와 있다.


◇수의계약이 비리의 온상?

급식비리가 불거진 인천시 교육청과 경남교육청은 이 같은 비리가 터지게 된 원인을 현재 수의계약에서 찾고 있다.

인천시 ‘식재료 구매 현황 자료’에 의하면 인천지역 424개교 가운데 340개교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식재료를 구매했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식재료를 구매한 학교는 57곳에 불과했고, 조달청 나라장터(G2B)를 이용한 수의계약은 27건에 그쳤다. 경남의 경우도 도내 176개교 중 수의계약을 통해 육류를 구입한 학교는 128개(73%), 전자입찰을 한 학교는 48곳(27%)이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계약방식을 수의계약에서 전자식 경쟁입찰로 전환하는 것을 내놓고 있다.

인천시는 학교급식 비리 방지대책으로 ‘학교급식 식재료 전자조달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인천시 교육청과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지난달 11일 ‘그린클린협약‘을 체결했다.

전자식 경쟁입찰로 하면 식재료 구매절차가 현재 15단계에서 간소화되고 식재료 표준규격이 제공됨으로써 업체선정 논란을 방지하고 계약의 투명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자식 경쟁입찰을 도입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도 분명 문제점이 있다. 전자조달시스템을 구축하고 경쟁입찰을 제도화해도 업자들끼리 짜고 경쟁입찰의 시늉만 내면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전자입찰제를 도입하면 업자들 간의 저가경쟁을 유도해 오히려 질 낮은 급식재료가 공급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경남에서는 전자입찰로 계약한 학교 가운데 8개 학교(17%)가 권장 적정 낙찰률 87.8%에 미치지 못했고, 69.6%의 낙찰률을 보인 학교도 있었다. 또한 친환경 농산물은 수의 계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에서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기업에게 납품을 하도록 하면 수의계약이든, 전자식 경쟁입찰이든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동구매를 전역으로 확대하고, 거점별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은 지금까지 학교급식운동단체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것이다.

2006년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설립 조항이 마련됐지만, 임의조항인 탓에 현재까지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학교급식법에는 자치단체 등이 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없고, 농협연합사업단, 농민단체와 생협 등이 운영하고 있는 정도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이 대안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와 학생, 학부모, 교사, 농민 등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급식정책을 논의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학교급식운동단체의 주장이다.

센터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 해당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고, 유통 단계가 줄고 급식을 위한 계획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농가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농가들도 친환경 농업으로 전환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식자재 유통물류비가 제거된 지역의 식자재를 지역의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직접관리하며 같은 가격일지라도 폐기량이 적어 경제성이 높아지고, 영양적으로도 장기간 보관에 따른 손실이 적을 뿐 아니라 위생적으로도 각종 첨가제나 위험에 노출된 단계가 줄어들면서 안전한 식자재를 학교에 공급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학교급식의 실무차원에서 식자재가 수입산인지, 유통기한은 안전한지 등 검수에 따른 업무를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대신함에 따라 작업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점도 이들이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학교급식지원센터’의 설치는 학교급식지원센터는 2006년 학교급식법 개정과 함께 설립 조항이 마련됐지만, 임의조항인 탓에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임의조항인 탓에 전국에 7곳만 설치

학교급식법에는 자치단체 등이 센터를 직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렇게 운영되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신 지역 단위의 운동단체나 조합 등에서 기존의 농협 시설을 이용해 센터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7곳의 센터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전남 나주시와 순천시, 충북 청원군에 설립된 센터는 농협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2003년 전국 최초로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지원 조례’를 제정한 나주시의 경우, 시가 예산을 들여 시설을 설치하고 농협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나주 지역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총 120여개 학교에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한다. 하지만 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완성됐으나, 표준 식단 마련과 학교급식 관리·감독, 교육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아직 초기 단계다.

경기 여주군, 강원 원주시와 철원군에서는 농민이나 생협 등 지역 운동단체에서 센터를 만들었다. 2008년 생협, 친환경 농업단체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된 원주친환경급식지원센터는 원주의 농촌지역 초등학교에 친환경쌀을 공급하고 있다.

센터는 원주시와 정책 협의를 통해 2012년까지 ‘원주푸드종합지원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희망은 보인다. 이번에 지방선거에 출마한 대부분의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학교급식지원센터’의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추진방식은 교육청별 혹은 거점별, 시군구별로 센터를 설치해 학교에 안정적으로 급식 식재료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운영방안에 있어서도 생산자, 학부모, 영양사, 관련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나 급식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학교급식은 여건이 숙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탁으로 밀어붙인 학교급식이 시행된 지 아직 오래지 않아 학교의 급식 문화를 아직 문화답게 가꾸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맞벌이를 포함한 주부들의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겼고 점심을 걸러야 했던 결식아동에게 위화감을 없는 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교급식법 1조에 규정된 "학교급식을 통한 학생의 심신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고 나아가 국민 식생활 개선에 기여함"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따져보아야 하고, 3조에 "영양 교육을 통한 식습관의 개선과 학교급식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하고 규정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관계자들은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학교급식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아이들 급식비를 가지고 ‘돈놀음’을 벌이는 학교와 업체 사이의 비리문제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 많은 이들은 그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방법으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