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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농산물 식탁물가 앞으로가 더 걱정

‘이상기후’ 야채·과일가격 폭등
고물가·농가 소득감소 ‘이중고’
5월 하순부터 예년 가격 복귀


배추 한포기 6천원 육박 ‘金치’


올해 들어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농산물 작황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농산품 가격이 급등, 농가와 소비자 모두를 울리고 있다.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한파와 폭설, 일조량 감소, 잦은 비 등 예년에 비해 기상조건이 매우 열악해지는 바람에 농산물 생산이 급감, 농가의 피해가 속출하고 관련물가가 크게 뛰어오르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전국 평균가격 정보(상품(上品) 기준)에 의하면 지난 23일 현재 도매가격 기준으로 무 1㎏ 가격은 730원으로 1년 전보다 96.2%나 올랐고, 한 달 전에 비해서도 52.1% 상승했다. 1년 새 가격이 배로 뛴 것이다.

붉은고추 10㎏은 16만원으로 한 달 사이에 110.2% 상승했고, 양파 1㎏은 같은 기간 93.7% 올랐다.

청양고추는 10㎏짜리가 6만400원으로 1년 전보다 81.9% 상승했고, 대파 1㎏도 1960원으로 89.2% 올랐다.

4㎏짜리 시금치 가격은 1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51.9% 올랐다.

도매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매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월동 배추 1포기 가격은 5995원으로 1년새 39.5% 올라 ‘금(金)치’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또 시금치 1㎏은 4523원으로 58.3% 상승했고, 가을무 1개도 1637원으로 52.0% 올랐다.

이밖에 오이(41.4%), 청양고추(52.8%), 양파(25.9%), 대파(80.2%), 쪽파(60.3%), 미나리(64.6%)도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실류는 배가 1년 전보다 26.1%, 방울토마토가 24.2% 각각 상승했다. 사과는 10.2%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3월말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 오른 것과 비교할 때 농산물 가격이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짐작할 수 있다.

최소 5월 중순까지 지속 전망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은 1분기 한파, 폭설, 흐린 날씨, 일조량 부족 등으로 인해 비닐하우스 등 시설작물이 재배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과, 배, 복숭아 등 땅 위에서 직접 재배하는 노지작물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현실화 되는데까지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하반기 이후 과실류의 가격 폭등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 노지작물의 피해상황을 보고해달라는 공문을 보낸데 이어 농어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피해농가 지원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상기후에서 비롯된 농산물 가격 급등현상이 적어도 5월 중순까지 이이지면서 식탁물가가 당분간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올해 1분기 열악한 기후 탓에 비닐하우스 등 시설작물 재배농가의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예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땅 위에서 직접 키우는 노지작물의 기후피해가 예상외로 커 이들 작물의 수확시기가 되면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돼 상반기 채소류에 이어 하반기에는 과실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조량 급감하고 강수량 늘어

올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원인은 기후다.

농산물 생육상태와 직결된 기후가 불순해 생산량이 급감하고 이것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후 중에서도 결정적인 요인은 일조량 감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월별 일조시간은 1월 174.6시간, 2월 135.1시간, 3월 125.2시간, 4월22일 현재 122.5시간이다. 평년 평균과 비교할 때 1월만 3.6% 더 길었을 뿐, 2월 19.7%, 3월 36.2%, 4월 21.5% 더 적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이 많아 강수량이 늘어난 것도 농산물 생육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월별 강수량은 1월 31.8㎜, 2월 85.2㎜, 3월 99.5㎜로 평년 평균보다 각각 0.1%, 127.2%, 62.6% 더 많았다.

기온 역시 불순했다.

1월 기온은 평균 -1.6℃로 평년보다 0.6℃ 더 내려갔다. 4월 들어서도 22일 현재 평균기온은 9.7℃로 평년 11.1℃보다 1.4℃ 낮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박사는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조량인데 올해는 일조량이 많이 줄었다”며 “지금까지는 예년보다 따뜻한 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올해는 매우 특이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노지작물 할 것없이 시름

정부는 지난 19일 농어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등 시설작물 재배농가에 3467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 위원회는 80년대에 설치됐지만 기후로 인한 농업재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올해 기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당시 조사결과를 보면 시설재배면적 5만1000여㏊ 중 28%인 1만4105㏊가 피해를 봤다.

특히 피해지역 중 재배면적의 50% 이상 피해를 본 곳은 66.5%인 9383㏊에 달했다. 작목별로는 채소류가 전체의 89.3%인 1만2594㏊였다.

시설작물 피해는 물가 상승으로 직결됐다. 무, 배추, 대파, 미나리, 풋고추 등 채소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가 피해가 이미 현실화된 시설재배 작물과 달리 노지작물은 앞으로 상황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올해 1월 한파 때문에 나무 자체가 동사(凍死)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다 최근에는 열매를 맺기 위해 폈던 꽃눈이 땅에 떨어지는 냉해를 입은 사례까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복분자의 경우 전국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북에서 재배지의 3분의 2가 넘는 1651㏊가 냉해를 입었다.

전북은 4월 중순 때아닌 영하 날씨와 눈 때문에 배, 사과, 복숭아, 매실, 포도 등 전체 과수면적의 25.7%가 냉해를 봤다.

배 산지인 나주, 영암지역 등은 100여ha 가운데 60∼70%가 냉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강원도 원주는 복숭아밭 391㏊가 지난 1월 강추위로 동사하거나 꽃눈 피해를 봤다.

수박으로 유명한 창원시는 피해가 심해 내달 10일 전후로 예상했던 수박축제를 취소할 정도였다.

경북은 지난 15일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김천, 영천, 상주, 의성, 예천지역을 중심으로 10~90% 이상 꽃눈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과실류 하반기 물가급등 우려

일단 시설재배가 많은 채소류는 가격급등이 진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가격 상승은 1~3월 한파와 대설, 일조량 부족에 기인했지만 이후 기후 사정이 좋아지면서 5월부터 물량이 원래 수준으로 늘어나면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대파 역시 재배면적이 증가한 충청권 물량이 나오는 6월부터 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게 농식품부의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신용광 박사는 “채소의 경우 시설작물 작황이 나빴던데다 올 겨울 땅이 얼어 파종시기도 늦어져 출하시기가 늦어졌다”며 “5월 중순까지는 가격이 높겠지만 중하순부터는 예년 가격과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노지재배를 하는 과실류이다.

일조량 감소, 냉해 피해를 본데다 채소와 달리 생육기간이 길고 1년에 한 번밖에 재배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 발생한 피해가 여름, 가을 이후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각 지자체에 노지작물의 피해상황을 취합해 보고해달라는 공문을 보낸데 이어 취합이 끝나는대로 재해 여부를 판단해 시설재배 작물과 마찬가지로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일 정도로 큰 우려를 갖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피해범위가 넓고 피해사례도 많아 생산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피해규모는 정확한 조사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정호근 박사는 “피해를 보지 않은 다른 과실류나 수입과실이 있어 물가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지금 단계에서 말하긴 어렵다”며 “다만 올해는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해 예년 물량을 채우긴 어렵다는 말들이 많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