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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 전면 무상급식 가능한가

전원 무상급식에 2조 소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촉발된 무상급식 문제가 쟁점화 되고 있다.

야권이 전면적 무상급식을 이번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자 여권이 이를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규정하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순차적인 확대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또한 일부 사회단체가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촉구하고 “무상급식도 의무교육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지난 5일 “급식운영비와 식품비를 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하도록 한 학교급식법 규정은 적법하다”며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교육권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무상급식 문제가 여론화 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환경신문은 3월 현재 시도별 무상급식 추진 현황과 재정문제를 짚어보고 해외 여러나라의 사례를 살펴봤다.


초중고생 13% 97만명이 무상 혜택
재정 열악 시도교육청은 ‘그림의 떡’


전체학생 18%, 134만명 수혜


초·중학교 완전 무상 또는 의무급식은 실현될 수 있을까.

전국 대다수 학교가 직영 또는 위탁급식을 하고 있어 학부모들의 도시락을 싸는 부담은 덜어진 지 오래지만, 무상급식이 실현되면 학교에 내야 하는 급식비까지 아낄 수 있으니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지적하듯 문제는 예산이다. 만일 전국 초·중학교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한다면 돈은 얼마나 들어갈까.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따르면 답은 1조9662억원이다.

공식은 간단하다. 초등학생 한 끼 식사 값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평균 1700원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초등학생 수가 총 347만4000명이고, 이들이 주말·휴일과 공휴일, 방학을 빼고 1년 365일 가운데 딱 절반인 180일을 학교에서 점심을 먹으니 이를 모두 곱하면 1조632억원이 산출된다.

중학생은 덩치가 커 한 끼 평균 식사 값도 2500원으로 좀 비싸다. 전국 중학생 200만7000명이 180일간 먹으니 9032억원이 소요된다.

합쳐서 548만1000명에 1조9662억원, 어림잡아 2조원인 셈이다.

초·중생 전면 급식에만 이 정도 투입돼야 하고, 고교생 저소득층까지 지원하려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면 지금 무료로 급식을 받는 학생은 어느 정도나 될까.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은 ‘투 트랙’으로 추진되고 있다. 소득을 따져 저소득층에 속하는 학생들과 지역을 따져 도시 일부를 포함한 농촌지역 학생들이 대상이다.

저소득층 자녀 무상급식은 국고로 지원된다. 지난해 6월 조사한 바로는 초 26만7000명, 중 21만7000명, 고 24만6000명 등 73만명이 무상급식을 받았다.

전체 초·중·고교생 750만3000명의 9.7%이고 2769억원이 투입됐다.

농촌지역 무상급식은 지방자치단체와 각 시도 교육청이 재원을 분담하는데 같은 기간 조사에서 초·중·고생을 합쳐 23만8000명에게 887억원(지자체 379억원, 교육청 508억원)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무상급식을 받은 학생은 97만명으로 전체의 13%다.

올해 계획은 작년보다 훨씬 늘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무상급식을 받는 초중고생은 저소득층 88만1000명, 학교단위 46만6000명을 합쳐 전체 학생의 18%인 134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97만명에서 37만명, 즉 5%포인트 더 늘어난 것이다.

현재 서울·부산·인천·대구·강원 등 5개 시·도교육청은 저소득층 무료 급식을 제외하고는 무상급식을 하지 않고 있다.


2014년까지 전면 실시 청사진

◇시도별 현황 =
경남도교육청의 경우 권정호 교육감이 2007년 12월 첫 직선제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뒤 점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경남지역 20개 시군 중 10개 군 초·중학생 전체가 무상급식을 받고 있으며 시지역 중 통영교육청이 3월 신학기를 맞아 초등·특수학교 35곳에서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무상급식 논란을 촉발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전체 초중고생의 24%인 42만3000명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이 중 17개 시군 읍면지역 초등학생 15만명은 새 학기부터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하반기 도시지역 초등학교 5~6학년생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기로 하고 추경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으나 한나라당 도의원들의 반대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경기도교육청은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 의무교육대상 초·중학생 138만명 전원에게 무상급식을 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시교육청은 안순일 교육감의 무상급식 확대 정책에 따라 올해부터 초등학생 1~2학년 전원에게 무상급식하기로 했다. 초등학교 일부 학년이지만 광역시 가운데 처음이다.

현재 전체의 24%인 6만9000명에게 무상급식을 하고 있고, 2014년까지 초등학생 전원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중학생까지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전남지역은 22개 시군 면단위 초등학교와 중학교(100명 이하) 학생 2만2000명과 저소득층 3만1000명을 포함해 전체 초.중학생의 19%인 5만3000명이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올해부터 무상급식 대상을 읍지역 모든 초등학교와 초·중 통합 중학교까지로 확대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읍면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 병설유치원 등 140개교(전체 학교의 52%)에서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6개 자자체는 교육청서 전담

◇재원확보 방식 =
전국 시도교육청의 올해 무상급식 예산 확보액은 저소득층 자녀분 3502억여원과 학교단위 급식분 1922억여원을 합쳐 5425억원이다.

이 중 국고 성격의 저소득층 자녀분을 제외한 학교단위 무상급식 예산은 교육청 자체 1391억원(72.4%), 지방자치단체 지원 531억원(27.6%)으로 교육청 재원에 의존하고 있다.

재원확보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무상 급식에 적극적인 시도는 자치단체가 예산의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

경남의 경우 저소득층 자녀를 제외한 학교단위 무상급식 예산은 교육청(167억원)과 지자체(165억원)에서 절반씩 부담한다.

경기도는 현재 도교육청이 518억원(66.5%)을 부담하고 지자체가 261억원(33.5%)을 지원하고 있다.

이 중 성남시(초등생 전원 및 중3학생)와 과천시(초등생 전원)는 지자체가 예산 전액을 지원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올 하반기부터 시작할 예정인 초등학교 5~6학년 무상급식 예산 중 절반을 시군 지자체에 요청해 대응투자방식으로 지원받을 계획이다.

전북도교육청 역시 지자체와 절반씩 예산을 부담해 읍단위 이하 농산어촌 초중고생에게 무상 급식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올해도 자치단체와 협의해 무상급식 대상을 도시지역으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전남 진도군의 경우 22개 초중고 모두 지자체 예산으로 급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반면 학교단위 무상급식을 하는 11개 시도 가운데 충북, 충남 등 6개 시도는 지자체 지원금 한푼 없이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부지원 없는 확대에 회의적

◇열악한 교육재정 =
열악한 교육청 재정여건상 무상급식을 확대하려면 지자체의 예산지원이 불가피하나 지자체들은 재정형편, 형평성 문제, 정치적 배경 등을 들어 주저하고 있다.

무상급식 확대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지자체를 상대로 대응투자 협의에 나설 계획이지만 선거정국과 맞물려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교육청 김철진 학교급식담당은 “급식예산 60억원 중 일부를 도에 부담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 최창길 학교급식담당은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시도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전면적인 무상급식은 사실상 어렵다”고 했고, 대구시교육청 평생체육보건과 정근식 사무관은 “재정형편상 무상급식을 생각조차 못한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도 “무상급식을 확대하려면 1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해 재정이 열악한 시도교육청으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여러나라의 학교급식 운영실태>

미·영·중·일 등 대부분 유상급식
저소득 가정에 제한적 무상 지원


1억 2000만명 인도가 최대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는 유상급식을 원칙으로 하면서 저소득 가정 자녀를 위해 제한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도는 무상급식 수혜자가 1억2000만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오랜 학교급식의 역사가 있는 대부분 국가는 유상급식을 원칙으로 하고 국가별로 저소득층을 위한 제한적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었다.

1946년부터 법으로 의무화된 미국의 학교급식은 기본적으로 유상급식이다. 공립학교들은 각 지역 교육구(District)별로 학교 급식이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별로 운영방식이나 메뉴, 가격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다만 일정 소득 이하의 가정 학생에게는 무상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급식을 제공한다.

매년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소득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해 무상급식 신청서를 학교 사무실에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정해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유치원부터 중·고교까지 급식이 이뤄지는 영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주는 식단표를 보고 급식을 먹는 날과 도시락 싸오는 날을 선택한다.

부모가 정부 보조금·구직자 수당을 받거나 연소득 1만6040파운드(약 27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정부 지원으로 무상급식이 실시된다.

2008년 초등학생의 경우(유치원생 포함) 412만명 중 13%, 중·고생은 329만명 중 10%가 무상급식을 받았다.

스위스는 공립학교 일반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 제도가 없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과 비슷한 매장이나 동네 약국 등에서 식권을 사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학교 식당에서 식권을 내고 점심을 해결하며,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 경우도 많다. 초등학교는 식권 한 장에 6스위스프랑(약 6400원), 중·고교는 8~10 스위스프랑(8500~1만600원)에 달한다.

동유럽의 헝가리는 기본적으로 무료급식 제도가 없다.

다만 초등학생의 경우 세 자녀 이상인 가구, 부모가 실업수당을 받는 경우, 장애아 등은 급식비의 절반만 낸다. 복지시설 수용아 또는 중증 장애아 등은 100% 면제받는다. 할인·면제 여부는 지자체가 결정한다.

위탁업계와 계약 단체급식

중국은 초중고 9년간 의무교육을 하고 있지만 급식은 지금까지 대체로 유상급식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의 학교 대부분은 위탁업체와 계약해 단체 급식을 하고 있으며 통상 200위안(1만4000원) 이하의 급식비를 내야 한다.

급식비가 비싸다고 판단하거나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도시락을 싸 오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중국은 농촌의무교육 확대 차원에서 농촌의 저소득층 가정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무상급식도 도입하고 있다.

중국은 2007년 초부터 농촌지역 1억5000만명의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교과서비 등 각종 교육 잡비를 면제하는 등 농촌 의무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 왔다.

관련법에 ‘학부모 부담’ 명시

1954년 제정된 일본 학교급식법은 급식에 따른 인건비나 시설 정비비는 지자체가 부담하고 그 밖의 경비는 학부모 부담이라고 명시해놓았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1964년 무상교육 대상에 교재비나 급식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급식비는 한끼당 200∼300엔 정도로 월 부담은 4000∼6000엔에 이른다. 월 5만∼6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셈이다. 문제는 일본 경제가 최근 수년간 악화하면서 급식비를 내지 않는 부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바라키(茨城)현 인구 2만의 다이고초(大子町)는 지난해 10월부터 이 도시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급식비를 전면 무료화했다.

또 도쿠시마(德島)현 기타시마초(北島町)에서는 올 1월 선거에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시장이 당선되는 등 최근들어 무상급식 도입 움직임도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가 넘으며 전통적으로 사회복지 수준이 높은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북유럽은 무상급식 의무화

북유럽 국가들의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한 부분으로, 모든 인간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나 성별 등 어떤 요인으로도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누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것이다.

핀란드는 7세부터 16세까지 학비가 없는 것은 물론 급식과 교재비까지 무료다. 5Km 이상 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에게는 교통비도 제공된다.

인도의 무상급식은 결식아동 보호와 아동 재적률 및 등교율 향상, 낮은 계급(카스트) 출신 아동의 사회화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한낮의 식사(Mid-day Meal)’ 프로그램으로 불리며 그 수혜자는 대략 1억2000만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내놓는 지원금도 천문학적이다. 인도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10~2011회계연도 예산안에서 944억루피(약 2조3500억원)를 무상급식 지원금으로 배정했다.

인도의 무상급식은 1960년대 남부 타밀나두 주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이 지역 출신의 배우 겸 유력 정치인인 M.G. 라마찬드란이 주 총리로 재직하면서 국립학교의 무료급식을 의무화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