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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검사 비웃는 '불량 사향'

최근 보건당국의 인증을 받았던 `사향'이 실제로는 유효성분을 전혀 함유하지 않은 불량 약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서울 동대문구 소재 K사가 수입한 홍콩산 사향(주머니사향, 원산지 러시아)의 품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유효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유통을 금지하고 폐기하도록 업체에 지시했다고 15일 밝혔다.

식약청 검사 결과 K사가 수입한 사향은 유효성분인 엘무스콘(L-무스콘)이 아예 검출되지 않아 사실상 위조 제품인 것으로 추정됐다.

부적합 사향의 양은 총 2.65㎏으로 지난해 합법적으로 수입된 사향 총량(22.1㎏)의 12%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합법적인 절차와 품질검사를 거친 사향에 부착하는 식약청의 인증(CITES 인증) 증지를 발급받은 제품이었다.

불량 사향이 당국의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수입 후 실시하는 한약재 검사기관의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식약청에 제출한 품질검사 성적서에 따르면 K사가 수입한 사향은 약재 검사기관의 품질검사에서는 기준치(2.0)를 30% 이상 초과하는 유효성분이 검출됐다.

식약청 관계자는 "수입업체가 검사기관에 검체를 보낼 때 인공적으로 합성한 엘무스콘을 첨가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함량검사에서도 사향의 지표성분인 엘무스콘을 분석하기 때문에 합성품과 천연사향을 구별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즉 현행 품질검사로는 합성사향을 첨가한 가짜 사향을 걸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부적합 사실은 통관 당시 외관검사를 위해 검사기관이 채취한 검체를 최근 식약청이 다시 검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다행히 시중 한의원 등에 유통되기 전이어서 한약에 쓰이지는 않았다고 식약청은 전했다.

한편 불량 사향을 수입한 업체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업체가 합성사향을 첨가했다는 증거가 없어 행정처분이나 고발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품질검사로 가짜 사향을 걸러낼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식약청은 검체 조작을 막기 위해 통관 검사 때 품질검사기관뿐 아니라 식약청 직원도 참여하기로 지침을 수정했다.

다만 정부가 검사 규정을 까다롭게 하더라도 원산지에서 엘무스콘 성분을 이용해 가짜 사향을 만들거나 부적합 제품의 품질을 속인다면 통관 단계에서 이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식약청은 덧붙였다.

식약청 한약정책과 관계자는 "합성사향이라해도 천연사향과 효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천연사향의 선호도가 높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고 말했다.

사향과 웅담은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국제거래를 할 때 정부의 증명서가 필요하며 국내 유통단계에서도 식약청의 인증증지가 부착된다.

이 규정에 따라 지난해 공식적으로 들여 온 사향과 웅담은 각각 20㎏과 10㎏ 수준이지만 국내 한약도매상과 한의원 등에서 소비된 사향은 연간 300㎏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