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설탕값 인상 초읽기..제당업계 '시기 저울질'

설탕 값이 조만간 오를 전망이다.

제당업계는 지난 3월 설탕 가격을 올리려다가 보류했지만, 최근 국제 원당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12일 CJ제일제당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10일 뉴욕선물거래소 기준 원당(糖) 선물 시세는 1파운드당 21.25센트로 1981년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제 원당 가격이 연초에 비하면 80%가량 뛰었다"며 "원당이 설탕 제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25~30%의 가격인상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입은 환차손 때문에 지난 3월에 가격을 올리려 했던 것"이라며 "환율은 안정됐지만 수입원가가 너무 올라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환차손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이미 설탕 출고가를 15.8% 인상하겠다는 보도자료까지 냈다가 5일 만에 인상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기조에 영향을 받았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이후 환율이 달러당 1천200원대로 안정되면서 업계는 일단 어려운 고비를 넘겼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쌓인 손실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분기 250억원, 4분기에 6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 들어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1분기에 1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국제 원당가격이 상승해 비용 증가로 이어지면서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최근 들어 업계의 이런 입장을 어느 정도 수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언제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조만간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사 관계자도 "원당 가격 급등으로 1분기에만 15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설탕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상 폭은 한자릿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손실을 감안하면 두자릿수의 인상이 필요하지만 업계도 고통을 감내하는 차원에서 인상 폭을 다소 줄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밀가루는 국제 원맥 시세가 최근 떨어져 국내 가격을 내릴 요인이 생겼지만, 해당 업계는 인하 방침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국내 밀가루 시장을 삼분하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및 동아원(옛 동아제분)은 가격 인하 가능성에 대해 "아직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