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전혜경 농진청 한식세계화연구단장

레시피 표준화·용어사전 구축 우선
단기간 성과 떠나 장기적 안목 접근
우리 농산물 활용 건기식 개발 추진



채식위주 식단 자부심 가질만

“현재 지중해식 식단이 장수식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식 식단도 이에 못지않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건강 식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한식세계화연구단은 한식이 건강에 왜 좋은 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해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한식세계화연구단(이하 한세연)에서 지난 13일 만난 전혜경 단장은 한세연의 장기적인 목표로 한식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한식세계화의 바이블 같은 책을 만들어 한식 관련 업체나 기관에서 필요할 때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한세연은 지난해 전국의 전통향토음식을 조사 발굴해 집대성한 ‘한국의 전통향토음식’ 10권을 발간했으며, 이외에도 아침식사와 수학능력시험 점수의 상관관계 및 장수식단, 식단작성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러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한세연은 전통향토음식이 한식세계화의 주요 아이템으로 쉽게 활용될 수 있도록 올해에는 레시피의 표준화와 용어사전 개발 등을 추진하는 한편, 외부 연구진과 공동으로 국내외 식단 비교 및 임상실험, 한식 섭취와 건강질병요인 장기추적조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식으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연구 서적의 도움이 컸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한식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필요합니다”

전혜경 단장은 또 이날 인터뷰에서 한식세계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한식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식세계화는 이제 농식품 발전 더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전 국민이 자부심을 갖고 한식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전 단장은 설명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한식을 좋아했으며, 특히 김치 등 발효식품을 이용한 음식을 즐겨 먹었습니다. 외국 유학 중에는 다른 나라 음식이 식성에 맞지 않아 일부러 한식당만 찾은 적도 있습니다. 밥과 국, 김치 등 채식위주로 이루어진 한식은 영양 밸런스가 아주 뛰어난 음식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혼과 생활이 녹아있는 자랑스런 문화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식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 단장은 한식세계화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나 성급한 결론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한식세계화 사업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장기적인 사업이므로 하루아침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전 단장은 강조했다.

그동안 농업과 식품산업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연계하는 데 무려 25년이나 소비됐는데, 외국인에게 생소한 한식의 맛과 한국 식문화를 적응시키는 한식세계화 사업이 단기간에 성공하길 바라는 건 무리한 욕심이라는 것이다.

“현재 한식세계화가 이슈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식세계화를 소리 높여 부르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식주 중 ‘식’을 결정하는 맛은 가장 바꾸기 힘든 사람의 속성으로 하루아침에 이를 바꿀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항상 우리 민족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속칭 ‘냄비 근성’으로는 절대로 한식세계화를 성공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소의 실패가 있더라도 쉽게 낙담하지 말고 콩나물이 자라듯 꾸준히 한식세계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는 한세연의 향후 추진과제와 한식세계화의 현안 문제에 대한 전혜경 단장과의 일문일답도 진행됐다.

전통·발효식품 연구개발 중점

▷한식세계화 연구기관으로서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구사업은 무엇인지.


한세연의 주요 연구 추진분야는 한식세계화 기반기술을 비롯해 전통식품 상품화, 농식품의 품질특성 및 기능성 연구개발이다. 또한 김치 등의 발효식품과 전통주 활성화를 위한 연구개발도 우리가 꾸준히 수행해 왔던 분야이다.

올해에는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과 동북아권, 유럽권 등 문화권역별 외국인의 한식에 대한 인식 및 선호도 조사 등을 외국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통향토음식의 다양한 역사적·문화적 스토리를 발굴해 문화컨텐츠로서 한식의 상품성을 향상시켜 나가겠다.

또한 전 세계적인 기능성식품시장 성장 추세에 발맞춰 국내산 농산물을 원료로 한 고시형 건강기능식품 등록 지원 연구를 활성화하고, 마늘 등 항암·면역증진 등의 기능성을 소재화하는 기술 개발도 추진 중에 있다.

한세연은 이미 지난해에 국내산 식물 소재 추출물을 이용해 아토피성 피부염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 ‘아토프리’라는 제품을 개발했으며, 현재는 생활습관형 질환예방을 위해 대사성 증후 개선 기능을 가진 ‘항노화영양바’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개발된 제품들은 기능성과 안전성, 임상을 통한 생체이용성 평가를 거쳐 실용화, 산업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식세계화가 식품 및 농축수산업에 미칠 파급 효과는.

한식세계화가 성공하려면 우선 산업화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통해 식품산업은 물론 농축수산업과 관광, 문화 등과 같은 동반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비빔밥의 세계화가 성공한다면 그 원료가 되는 농산물과 관련된 농축산업과 가공산업, 포장·유통업 등의 동반성장하면서 새로운 소비시장을 개척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특정지역 약선비빔밥의 경우 만약 세계화가 성공한다면, 약선원료 등 농특산물의 매출이 증가해 지역 경제 및 산업도 동반성장 할 수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 진다.

실제로 세계 식품시장의 규모는 약 4만 4000억 달러로 자동차의 2.5배, IT서비스의 5.6배에 달하며, 문화와 의학 및 유통산업 등으로의 파급 잠재력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재료 산업과도 연계 마땅

▷현재 한식세계화 사업이 외부적인 이미지만 강조하고 식재료 및 농산물과 연계된 사업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일부 그런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설문조사결과 정부지원이 필요한 주요 부분이 자금 지원이라던가 한식 홍보활동, 해외 네트워크 구축 등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농식품부에서도 한식 식재료의 원활한 공급체계 구축 등 국산 농수축산물 및 식재료 등과 연계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우리가 한식세계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한식 자체를 세계화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것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국산 농수축산물과 식재료의 소비를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

이에 따라 한세연에서도 식재료의 규격 설정과 표준화 및 단순가공기술 개발, 식재료 생산-수요 연계 시스템 개발, 한국형 로컬푸드 시스템 모델 개발 등의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 한세연은 어떻게 운영되는 지.

한세연은 농촌진흥청 산하 기관으로 한식세계화를 뒷받침해주는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농식품부와는 별개로 운영되며, 연구비도 자체 예산을 통해 충당된다.

한세연의 전체 직원은 51명인 데 그중 연구원이 41명이며, 계약직과 인턴쉽 등을 모두 포함하면 한세연 자체 인원만 100명이 넘는다.

여기다 신선편의식품 분야 등 농촌진흥청 관련부서 직원과 외부교수까지 포함하면 150여명 가량이 한식세계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세연은 한식세계화를 위한 연구개발의 메카로서 한식과 우리 농식품산업 발전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과 국가 경쟁력을 창출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연구원 및 직원들과 더불어 열과 성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