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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학교급식 현황과 해결과제

학교급식법이 제정된 지 28년, 학교급식이 전면화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학교급식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가지각색의 개정안만 난무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06년,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급식대란 이후 여론에 떠밀려 3일 만에 졸속으로 국회를 통과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결국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채 현재 또다시 수술대에 올라있는 실정이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 760만명과 교직원 40만명 등 총 800만명이 이용하는 학교급식은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사업의 한 부분임과 동시에 연간 예산으로 4조 1973억원(2007년 기준)이 소요되고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등 총 7만5268명이 종사하는 대규모 사업이기도 하다.

그만큼 전 국민적인 관심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학교급식은 변덕스런 여론 보다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감정적인 대립보다 차분하고 과학적인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에 본지는 창간 7주년 기획특집으로 학교급식의 현황과 해결과제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특정업체 실수 탓 위탁급식업계 도매금 매도
급식법상 강제적 직영급식 학교 현실상 불가능
직영·위탁 경쟁으로 품질 최우선 급식 정착 시급



학교급식법 여론 휘둘려 표류

2008년 현재 전체 초·중·고등학교 1만1106개교 중 11.5%인 1279개교가 위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각 급 학교에 영양사·조리사·조리원 등 총 7만5268명이 배치돼 있으며, 신분별로는 정규직이 1만3530명(18.0%), 비정규직이 6만1738명(82.0%)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각 급 학교에 농수축산물 등을 납품하는 식재료 업체와 김치 등 밑반찬 류를 가공해 납품하는 식재료가공업체 등 학교급식과 관련된 업체와 종사자들은 우리나라의 어느 직종에 못지않게 다양하고 많다.

이렇게 규모가 크고 복잡한 학교급식을 원활히 이뤄지게 하려면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학교급식법은 학교급식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조사와 신중한 법 적용 보다는 변덕스럽고 일회적인 여론에 호도되는 경향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06년에 개정된 학교급식법으로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식중독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의 여론에 떠밀려 3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2004년도에 발의된 6개의 개정안이 계류 중에 있었는데 학교급식에 대한 국민여론이 들끓자 2006년 6월 28일 제4차 위원회에 상정해 3일 후인 같은 달 30일 개정안을 통과시켜 버린 것이다.

당시 식중독 사태는 위탁급식업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식자재와 관련된 위생문제에 가까웠고, 전체 위탁업체가 아닌 CJ푸드시스템이라는 대규모 위탁업체의 문제였는데도 불구하고 이 개정안은 모든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에 대해 급식관리협회의 한 관계자는 “학교급식이 전면화 됨에 따라 정부의 요청으로 학교급식에 참여하게 된 대부분의 급식업체는 직영전환을 골자로 한 당시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며 “현재 급식업체들은 학교급식법 개정의 추이를 지켜보며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졸속 처리된 당시의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학교급식의 실무자인 영양사와 조리사 간의 갈등과 반목의 골을 더욱 깊게 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개정안에 영양교사와 조리사의 배치를 의무화하면서 시행령에는 영양교사의 직무만 규정하고 조리사들에게는 직무규정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직영전환 부작용

2006년에 개정된 학교급식법은 직영전환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직영·위탁 문제에 대한 불씨를 키워왔다.

갑작스런 직영전환은 아직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일선 학교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그 결과 학교가 가장 많이 밀집해 있는 서울시내 학교를 중심으로 직영전환을 기피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외 17명이 “국가에서 직영전환을 강요하지 말고 직영급식과 위탁급식의 두 체제를 상호 경쟁시켜 학교급식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직영·위탁 문제의 불씨에 불을 당겼다.

조전혁 의원의 개정안 발의는 ‘학교급식법개정 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이에 대항해 민노당 권영길 위원과 함께 지난달 17일 학교급식의 즉각적인 직영전환을 골자로 한 학교급식법 개정안 공청회를 여는 데 이르렀다.

직영·위탁 문제에 대한 양 측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학교급식의 안전성과 품질개선에 대한 논쟁을 넘어 극단적인 이념논쟁으로까지 비화되기 시작했다.

민노당과 시민단체들은 “위탁업체들은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음식을 공급할 수 밖에 없다”며 “학교급식은 ‘밥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전면적인 직영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위탁업체 관계자들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권리”라며 “정부가 위탁업체에도 직영만큼 지원을 한다면 직영에 비해 전혀 질이 떨어지지 않는 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학교급식의 현실적 문제와 무관하게 불거지는 이념논쟁은 안전하고 질 좋은 학교급식을 만들기 위한 범 국민적인 노력을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향해야 한다고 학교급식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영양·조리사 갈등도 심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이뤄지는 학교급식에서 종사자들 간에 갈등이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법이 미비해 그 갈등이 증폭되고 확산된다면 장기적으로 학교급식은 수렁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학교급식의 영양과 안전, 조리를 책임지는 실무자인 영양사와 조리사 간의 갈등은 장기적으로 학교급식의 품질저하와 이와 관계된 사회문제로까지 악화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현재 영양사와 조리사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바로 ‘조리사 직무규정’에 관한 문제이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직무규정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양 단체의 대표를 불러 ‘직무규정 조정합의서’를 체결토록 했으나 결국 영양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조리사 직무규정에 대해 현재 영양사 단체는 “원천적으로 조리사 직무규정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직무규정이 이뤄지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리사단체 또한 “영양사의 권한을 침범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교급식에 있어서 조리사의 당연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 측의 이해관계를 절충할 수 있는 새로운 직무규정 합의서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관계 당국인 교과부는 해결의욕 조차 잃은 채 “학교급식에 차질만 없으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교과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인해 직무규정을 둘러싼 영양사와 조리사 간의 갈등은 끝이 없는 미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