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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 외식산업의 총아로 뜬다

최근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일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맹이 없는 논의가 거의 대부분이다.

외식 산업의 주축이 되었던 패밀리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 업계가 점점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유독 도넛 기업만은 매출액을 착실히 늘려가고 있다.

그 이유를 진단해보고 도넛 업계 선두주자들의 입을 빌려 그들만의 경영 노하우를 배워본다. /편집자

쉽고· 간편 바쁜 현대인에 제격
단맛 스트레스 해소에도 일조
불황속 30% 이상 성장세 지속
도넛 4사 4색 마케팅으로 승부


던킨 독주속 판도변화 조짐

과거에는 국내 도넛이라고 해봐야 고작 ‘꽈배기’가 전부였다. 도넛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에 시장은 형성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국내 시장에 1994년 던킨도너츠가 첫 선을 보이면서 국내에서도 도넛 시장이라는 새로운 주전부리 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10여년간 국내 시장에서 던킨도너츠가 시장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지만 최근에는 그 판도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현재(2008년 11월 기준) 도넛 시장은 약 3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내고 있다. 그중 아직까진 던킨도너츠가 약 8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압도적이지만 뒤를 이어 크리스피크림 도넛이 약 15% 정도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미스터도넛과 도넛플랜트뉴욕시티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도넛 시장이 매년 30% 정도의 신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4000억원 정도의 시장 규모를 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패스트푸드 등 다른 외식 시장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유독 도넛 시장만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과 지난해 4%대의 성장률을 보인 패스트푸드 시장과는 달리 도넛 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특히 패스트푸드 시장의 경우 2002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선 이후 계속 하향화를 걷다가 지난해 고작 4% 성장한 것에 그쳤다.

이지팅 웰빙 잇는 트렌드 부상

그렇다면 왜 도넛 시장은 이렇게 팽창하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이지팅이란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크기· 포장· 칼로리 그리고 주문과 식사에 있어서 쉽고 간편하다는 뜻으로 easy와 eating을 합성한 이지팅(easy+ eating)은 웰빙제품의 뒤를 잇는 2008년의 새로운 키워드였다.

던킨도너츠는 작년 11월 7일부터 14일까지 자사 회원 480명을 대상으로 왜 도넛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응답자의 61%인 297명은 도넛을 ‘간편하기 때문에 먹는다’고 답했다. 또 간편할 뿐 아니라 잘라먹을 수 있으며 보관하기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뒤를 이어 ‘빨리 먹을 수 있다’(23%, 111명), ‘트랜디하다’((16%, 78명) 순이었다.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듯 ‘스피드’를 도넛 선호의 주요 이유로 꼽은 셈이다.

또한 다른 음식과 비교해 볼 때 도넛의 칼로리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햄버거의 경우 통상 600㎉가 넘지만 던킨도너츠의 글레이즈드는 160㎉, 크리스피크림 도넛의 오리지널글레이지드의 경우 206㎉에 불과하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 또한 도넛 시장의 성장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모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 종사하고 있는 배한성(남· 29)씨는 “많은 업무와 끊임없는 아이디어 회의,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어느새 끼니도 거른 채 하루 일과가 끝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상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초콜릿이나 도넛과 같은 단 음식들을 섭취함으로써 푼다고 한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는 “단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이러한 것들이 공급하는 포도당이 혈관으로 급속히 흡수돼 단시간 내에 두뇌회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집중력이 필요할 때 단 것을 찾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크리스피크림 도넛의 대표제품인 오리지널 글레이즈드의 경우 다른 도넛에 비해 달지만 자사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품목 중 하나라는 게 그 사례이다.

개성있는 판매전략 내세워

점점 경쟁이 치열해져 가고 있는 도넛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유한 자기만의 독특한 판매 전략이 있어야 한다.

던킨도너츠의 경우, 주요 고객을 정확하게 타겟 삼아 국내 시장에서 던킨도너츠만의 독특한 브랜드 카테고리를 형성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90년대 중· 후반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외식 문화의 확산과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던킨도너츠가 이러한 젊은 층, 특히 20대 여성을 주요 타겟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 것이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하면 ‘따뜻한 도넛 체험’이 떠오른다.

이것이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두는 요인인데 고객은 Hot Now 네온사인이 켜지면 샘플링 도넛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이 도넛을 먹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찾아 음료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크리스피크림 도넛의 한국 판매를 맡고 있는 롯데쇼핑 KKD 사업본부 마케팅팀 이경민 계장은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실제로 더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피 크림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을 경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신규 고객의 집객은 물론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스터 도넛은 원래 미국 브랜드로서 1970년 일본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해 일본 시장에서 던킨도너츠를 퇴출시킨 브랜드로 유명하다.

미스터도넛과 던킨도너츠는 모두 미국 업체로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진출했지만 일본인들은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는 던킨도너츠보다 매장에서 손으로 직접 만드는 미스터 도넛을 더 선호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도넛 시장 점유율이 99%에 이를 정도로 도넛하면 미스터 도넛이다.

일본 내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일본 미스터 도넛이 아시아 지역 브랜드 사용권을 미국 미스터 도넛으로부터 획득했다.

현재 한국 미스터 도넛은 일본 회사와 계약을 맺어 도넛 사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밀가루, 기름 등 식재료는 일본에서 일괄 구매해 한국 미스터 도넛으로 공급하고 있다.

미스터 도넛의 한국 판매를 맡고 있는 GS리테일의 업무홍보팀 서일호 과장은 “미스터 도넛의 캐치프레이즈는 수제도넛, 신선한 도넛입니다.

매장에서 매일 도넛 마스터들이 직접 도넛을 조리하고 있고 한번 만들어진 도넛은 8시간이 지나면 바로 폐기하므로 미스터도넛을 방문하면 항상 신선한 도넛을 먹을 수 있습니다. 미스터 도넛에서 다루는 모든 식재료는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 뉴욕을 시작으로 일본에 이어 한국에 두 번째로 진출한 도넛플랜트뉴욕시티는 한국의 도넛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요 타깃에 변화를 주었다.

대부분의 도넛기업이 20대를 주 타깃으로 하고 있는 반면 도넛 플랜트 뉴욕시티는 20대 중·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그 범위를 이동하고 높은 가격으로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던킨도너츠, 크리스피크림도넛, 미스터 도넛의 빅3사가 한국 도넛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넛플랜트뉴욕시티의 틈새시장 전략은 남다르다.

도넛플랜트뉴욕시티는 20~30대 직장인 여성을 잡기 위해 현재 결혼전문업체 듀오와 제휴 행사 중이다.

듀오에서 매달 진행하는 회원들만의 명품싱글파티에 도넛플랜트뉴욕시티의 도넛이 협찬으로 제공되며, 회원들에게 시식의 기회와 도넛플랜트뉴욕시티 매장이 커플 데이트 코스로도 소개되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들이 자주 방문하는 클럽 등과도 제휴를 통해 지속적으로 도넛플랜트를 알리고 매달 이벤트를 통해 무료영화관람권을 제공하는 등 골드 미스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불황을 극복하고 있다.

도넛플랜트뉴욕시티는 제조 노하우를 창업자가 인정한 도넛 파티쉐에게만 전수하는데 한국에는 전문 파티쉐가 총 15명이 있다. 이들이 생산공장에서 파트별로 생산을 진행한다.

도넛플랜트뉴욕시티의 한국 판매를 맡고 있는 빅이츠코리아의 사업본부장 이경재 상무는 “공장에서 파티쉐가 직접 도넛을 만들기에 하루 2000~3000개 밖에 생산할 수 없어, 오후에 매장을 방문하면 인기 있는 도넛은 못 먹을 수도 있습니다. 던킨도너츠가 일일 2회 배송인 반면 저희는 일일 3회 매장 배송을 원칙으로 해 더욱 신선한 도넛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도넛 식중독균 파장도

얼마 전 미스터 도넛 광화문점에서 포도상구균이 검출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에 도넛 업계는 원료 관리와 생산 공정 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던킨도너츠의 한국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비알코리아의 마케팅팀 오승철 차장은 “저희는 매장 하루 일과는 마침과 동시에 남은 제품들은 푸드뱅크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시스템을 통해 불시에 매장에 방문, 위생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의 서일호 과장은 “자체적으로 품질테스트를 하기 위해 진행됐던 검사였지만 어쨌든 저희는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위생교육 실시 및 위생 모니터링을 더욱 철저히 실시할 것”이라며 향후 식품 안전에 대한 예방책을 밝혔다.

회사마다 안전 기준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은 회사에서 선정한 평가기관에 의뢰해 1차 검사를 받은 다음 자체검사기준에 맞춰 매장 단위로 위생 관리를 하게 된다.

위생 문제는 민감한 사항인만큼 이번 포도상구균 검출로 업계는 한동안 한층 강화된 위생 검사와 방역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