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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파스퇴르연구소, 신약 메카 향해 '잰걸음'

한국파스퇴르연구소(IP-K, 소장 울프 네바스)가 세계적인 신약개발의 메카를 향해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2004년 4월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내에 둥지를 튼 IP-K는 정부의 동북아 연구개발(R&D 허브 구축이라는 국정과제에 따라 정부가 공을 들여 국내에 유치한 대표적 연구소.

설립 후 연구인력과 기자재 확보 등 연구기반 조성단계를 거쳐 2005년 중반부터 본격적인 연구활동을 시작했다.

IP-K가 2년도 미치지 못하는 기간에 이뤄놓은 성과는 앞으로 신약개발의 메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네바스 초대 소장은 임기를 연장하면서까지 한국에 남아 IP-K에 열정을 쏟고 있다.

설립된 지 약 3년이 지난 9일 IP-K의 연구현장을 찾아가 네바스 소장과 함께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살펴봤다.

◇ 에이즈.AI 치료제 등 신약개발에 올인 = IP-K는 2004년 설립당시 "말라리아 백신개발에 주력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3년이 지난 뒤 네바스 소장은 "이미 확보된 인구인력이나 장비는 말라리아 백신개발외에도 신약개발에 적용될 수 있다"면서 "목표가 신약개발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개발 중인 신약으로는 에이즈, AI(조류인플루엔자), 알츠하이머병, 암 등의 치료제다.

◇ 신약 후보물질 대형 그물던져서 발굴 = IP-K의 가장 큰 자랑거리의 하나는 에보스크린이라는 신약 후보물질 자동화 분석시스템이다. 전세계적으로 7대 밖에 없다. 노바티스,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에 설치돼 있을 정도다. 그나마 순수 연구기관에 설치된 것은 IP-K가 세계 최초다.

IP-K가 특히 이 장비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살아있는 세포,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분석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노바티스, 화이자 등 제약사들은 감염의 위험 때문에 이를 피하고 있다.

이 장비가 설치된 실험실은 내부의 공기가 출입문 등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되는 등 BSL-3 등급의 안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내부 공기는 완벽하게 멸균처리된 뒤 별도의 환기장치를 통해 외부로 배출된다.

IP-K는 이 장비를 이용해 인체 감염위험이 있는 병원균이 살아있는 세포에 어떻게 침투하는 지를 분석하고 있다. 하루 분석검색 건수가 최소 1만건에서 최대 2만건에 달한다.

이 정도는 다른 연구기관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낚시를 하는 수준이라면 그물을 던지는 방식에 비할 정도로 대용량이다. 그만큼 시간적.경제적.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얘기다.

또다른 자랑거리는 이 장비가 분석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생체세포에 어떤 모습으로 침투하는 지를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한 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IP-K는 단언한다. 미국의 하버드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UCSF),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등도 이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IP-K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유전자 기능간섭 RNA(siRNA) 3천800개를 1개의 플레이트에 올려놓고 이를 단시간에 분석하는 `고속 대용량 이미지 분석기술도 개발이 한창이다. 이 장비가 완성되면 불과 7-8개의 플레이트만으로 2만5천∼3만개로 추산되는 인간 siRNA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가능해진다.

◇ 융합형 연구개발 시스템 구축 = 신약개발이란 목표를 향해 세포생물학, 이미지 처리 및 스크리닝기술, 컴퓨터공학, 의약화학, 나노기술, 광학 등 관련분야의 연구진을 총 망라해 융합형, 학제적 연구협력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기존의 연구기관들이 융합형 연구를 위해 외부 협력업체나 파트너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다.

현재 IP-K에는 생물학, 화학, 응용기술 등 3개 분야에 12개 연구그룹이 운영되고 있다. 순수 연구인력이 86명이며 이 중 박사급은 37명이다. 해외 연구인력도 9개국에서 온 31명에 이른다.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된 지난 1년8개월여 동안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학술저널에 연구논문을 7편이나 게재했다. 신약개발과 새로운 치료법으로 국제특허를 2개나 출원했다.

◇ 2009년 경기도 판교 새 둥지로 = 현재 IP-K가 입주한 KIST 산학협력동은 협소해 각종 장비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내 4329평의 부지에 2009년 3월 완공을 목표로 독립적인 연구시설을 건립하고 있다.

과기부와 경기도가 각각 200억원을 지원해 총 4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6일 기공식을 갖고 새 건물건설공사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