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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암살자 트랜스지방(上)

식품업계에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유지업체를 시작으로 제과, 제빵, 패스트푸드업체까지 트랜스지방 제로화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올 12월이면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를 의무적으로 하게 돼 식품업계의 트랜스 지방 제로화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본지에서는 창간 5주년 특집으로 트랜스지방과 트랜스지방 제로화에 도전하고 있는 업체들의 움직임을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식품업계 최대 화두 트랜스지방>

경화유 제조과정서 발생 인체 유해
감자튀김·팝콘·케이크 등에 많아
동맥경화·뇌졸중 등 발병 위험 커


트랜스 지방이 새해 식품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조용한 암살자’로 불리는 트랜스지방이 성인병을 일으킨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대부분의 식품업체들이 트랜스 지방 제로(0)를 선언하고 나섰다.

올 들어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제과 등 제과업체들이 차례로 트랜스지방 제로화를 선언하자 맥도날도, 파리바게뜨 등 패스트푸드, 제빵업체들도 트랜스지방을 첨가하지 않은 제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는 트랜스지방의 정체는 무엇이고 많이 섭취했을 때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트랜스지방은

지방은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나뉜다. 포화지방은 동물성 지방에, 불포화지방은 콩 등 식물성 지방에 많다.
대개 상온에서 굳는 기름은 포화지방이고 액체상태는 불포화지방이다.

또 포화지방은 혈관을 좁게 만드는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높이는 데 비해 불포화지방은 혈관을 청소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높인다.

트랜스지방은 액체상태인 식물성 지방에 수소를 첨가해 상하지 않고 운반하기 쉬우며 저장하기 편한 고체상태의 기름으로 만드는 경화유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해로운 물질이다. 쇼트닝과 마가린이 대표적이다.

감자튀김과 팝콘이 유난히 바삭바삭한 맛을 내고 케이크가 부드럽게 혀를 감싸는 것은 바로 자연계에는 거의 없는 트랜스지방 때문이다.

◇ 트랜스지방은 성인병의 주범

트랜스지방이 위험한 까닭은 불포화지방의 일종임에도 사람의 혈관에서는 포화(동물성) 지방처럼 활동하기 때문.

미국 하버드 의대가 1999년에 발표한 ‘트랜스지방과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콜레스테롤과 관련한 트랜스지방의 악영향은 포화지방의 2배에 이른다.

트랜스 지방이 핏속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혈관을 깨끗이 청소하는 좋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혈관을 굳게 하고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혈관이 좁아지면 심근경색, 협심증과 같은 관상동맥 질환과 동맥경화증·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트랜스지방 대신 불포화지방을 섭취한다면 미국에서 연간 3만~10만 명의 심장병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또 식품 제조업체들이 마가린으로 구워낸 식품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3% 이하로 낮추면 미국에서 해마다 5000명을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영국의 의학학회지는 트랜스지방 섭취가 2% 늘어나면 심장병 발생 위험이 25%, 당뇨병 발생 위험은 40%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 어떤 음식에 얼마나 들어 있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5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자레인지용 팝콘 한봉지(100g) 23.9g ▷감자튀김 한봉지(100g). 크루아상 1개, 페이스트리 1개에 각 4.6g ▷케이크 1조각 3.1g ▷마가린 발라 구운 토스트 1장 2.8g ▷비스켓 한봉지 2.2g ▷햄버거·도넛 1개에 각 0.7g ▷치킨 한조각, 핫도그 1개에 각 0.4g의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다.

그리고 떠먹는 요구르트 1개에 0.2g, 슬라이스 치즈 1장에 0.3g, 아이스크림 1개에 0.7g의 트랜스지방이 함유되어 있으나 이는 우유(1컵에 0.5g)에 들어있는 자연발생적 트랜스지방산에 의한 것으로 그 유해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트랜스지방 섭취량을 총 칼로리 섭취량의 1%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성인 1일 영양 권장량을 2000칼로리 정도로 볼때 2.2g인 셈이다.

흔히 ‘성장기의 지방은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린이들의 경우, 트랜스지방의 제한선은 더 내려간다, 만1∼3세는 하루 1.3g, 만4∼6세는 1.8g을 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의 트랜스지방 섭취량은 이미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한국식품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 평균 2.6g의 트랜스지방을 섭취해 WHO 권고량을 넘은 상태다.


<지구촌 트랜스지방과 전쟁 선포>

美·EU 등 함유량 표기 의무화 추진
스타벅스 등 식품업계도 퇴출 동참
韓 12월부터 함량 표시제 시행 방침


세계는 지금 트랜스지방과 전쟁 중이다.

최근에 이르러 트랜스지방이 성인병의 주범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트랜스지방을 줄이거나 퇴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해말 시행 예정인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제에 대한 구체적 시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

◇ 외국의 규제 현황

미국은 미국의학원이 2002년 트랜스 지방의 위험을 경고한 뒤 지난해 1월부터 모든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의 함유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고 있다.

특히 트랜스지방 함량이 0.5g 이하일 때만 ‘트랜스지방 제로’라고 식품에 표기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커피 체인업체인 스타벅스는 올해부터 미 전역 자영 커피 체인점 5600곳 중 절반 정도에서 도넛과 머핀 등에 트랜스지방을 일체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치킨 체인업체인 KFC도 지난해 10월 미국내 5500개 매장에서 사용하는 기름을 오는 4월까지 트랜스지방이 없는 것으로 바꾸기로 했고, 디즈니도 올해 말까지 미국 디즈니 공원에서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는 음식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햄버거 체인업체 맥도날드는 지난 1월 29일 트랜스지방을 완전 제거한 새로운 튀김 기름을 개발해 미국내 1200개 레스토랑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특히 뉴욕시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새 조례를 통해 미국의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시내 모든 레스토랑에 대해 오는 7월 1일부터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기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도넛과 쿠키, 파이 등 식품류에 대해서는 내년 7월부터 트랜스지방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캐나다 정부도 2005년말부터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에 트랜스지방의 함유량을 표시하도록 지시했고, 영국과 EU는 가공식품에 경화유를 사용했을 때는 반드시 ‘경화유’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트랜스지방 규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나라가 덴마크로 이미 2004년부터 트랜스지방이 2% 이상 들어 있는 식품은 아예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트랜스지방이 서구처럼 국민들의 건강에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하지 않아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국내 현황

우리 정부도 미국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제를 오는 12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과자류와 유지류, 패스트푸드 등 235종의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트랜스 지방 함유량을 조사해 이를 토대로 트랜스 지방 표시 기준 시안을 마련했다.

이 시안에 따르면 소비자가 알기 쉬운 1회 분량 기준으로 식품에 트랜스지방이 0.5g 미만일 경우 ‘트랜스지방 0(제로)’로, 트랜스지방이 0.2g 미만 들어 있을 때는 ‘무(無) 트랜스지방’이라고 강조해 표시토록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최근 트랜스지방을 비롯한 유지류와 염분 등을 초·중·고교 급식에서 과도하게 사용하다 적발되면 올 신학기부터 관련 당사자에게 과태료나 징계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지난 1월 20일부터 발효된 학교급식법 시행규칙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트랜스 지방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 반찬류가 전체 열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15∼30% 이상을 초과할 경우 관련자 문책이 가능하다.

한편 국립암센터가 최근 어린이 916명, 청소년 1288명, 성인 781명 등 모두 2985명을 대상으로 트랜스지방 하루 평균 섭취량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0.48g)과 어린이(0.36g)가 성인(0.18g)에 비해 2~3배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