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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물 수질검사 1753곳 `엉터리'

`오염 지하수' 어린이집ㆍ학교에 공급…집단 식중독 `원인'
검사기관 52곳중 14곳 적발…국립환경과학원 뇌물 `얼룩'
먹는샘물 업체 62개중 12개 부적합 취수중단ㆍ제품 회수


지하수 수질 검사 기관이 1천753곳에서 진행된 수질 검사 데이터를 조작했고 `엉터리' 수질 검사로 마시기 적합하지 않은 지하수가 전국 어린이집과 학교 등 1400여 곳에서 식수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수 개발 업체의 부탁을 받고 검사 결과를 조작한 검사 기관 직원과 조작을 부탁한 개발업자, 뇌물을 받은 국책 환경연구기관 간부 등이 무더기 사법처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20일 지하수 수질 검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위계공무집행 방해)로 Y환경생명기술연구원 이모(54)대표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수질 검사기관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국립환경과학원 박모(45) 과장 등 3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환경부는 오염 지하수 전체에 사용 중지 조치를 내렸으며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한 8개 기관의 지정을 취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질 검사기관 대표와 연구원들은 작년 1월~올해 10월 지하수 개발업자의 부탁을 받고 질산성 질소 함유량을 기준치 이하로 조작한 허위 성적서를 발급해 업체들이 지자체로부터 지하수 준공 확인을 받도록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전국 52개의 민간ㆍ공공 수질검사 기관 중 14개 기관이 음용수(마시는 지하수) 1410곳 등 1753곳의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검사는 연중 1만8000여곳(2년간 3만6000여곳)에서 이뤄지며 이번에 적발된 1753곳은 2년간 이뤄지는 수질 검사 대상의 5%에 해당하는 것이다.

검사 조작이 확인된 음용수가 공급된 곳 중에는 가정집 489곳, 학교 168곳, 어린이집 19곳, 마을 상수도 286곳 등이 포함됐다.

음용수의 질산성 질소 기준치는 10ppm인데 일부 음용수에서는 기준치를 최고 17배 초과했다.

지하수 개발업자는 수질검사가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재시공비 등을 직접 부담해야 해 검사 기관에 결과를 조작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검사 기관은 지하수 검사 업무를 따내려는 욕심에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공무원은 지하수 시료 채취 현장에 입회해 직접 시료를 채취ㆍ봉인해야 하는데도 이 과정을 생략하고 업자들에게 봉인지만 작성해 준 혐의로 처벌됐으며 국립환경과학원 직원은 검사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잘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1천8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밝혀져 기소됐다.

검찰과 환경부는 전국 먹는샘물 제조업체 62곳의 제조원수 및 유통 제품수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12개 업체가 부적합 판정을 받아 지하수 취수 중단 및 제품 회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올해 6월 수도권 중ㆍ고교 집단 식중독 사건과 관련해 오염된 지하수로 세척한 야채를 식재료로 공급한 안성농협사업연합 성모씨와 지하수 개발업자 김모씨, 검사 결과를 조작한 수질 검사기관 대표 김모씨, 안성시청 공무원 송모씨도 함께 기소했다.

그러나 급식업체 CJ푸드시스템의 경우 오염된 식재료를 사용했다는 추정은 가능하지만 오염 식재료 사용의 고의성이 나타나지 않고 식중독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노로바이러스의 감염 경로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형사 처벌하지 않았다.

◇ 용어 설명

▶질산성 질소 = 산소와 박테리아에 의해 유기질소가 산화하면서 생성되는 물질로 체내 흡수돼 헤모글로빈과 산소의 결합력을 떨어뜨려 산소결핍을 야기한다.

유아의 피부색이 푸른색으로 변하는 청색증과 성장 발육, 빈혈 등을 발하며 배설물을 통해 각종 병원균과 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

1953~1960년 체코에서 70ppm 이상 질산성 질소 함유물로 우유를 타마신 어린이 115명이 청색증에 걸려 이 중 9명이 숨진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