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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47]중복, 여름의 한가운데서 만난 청량한 수박 한 조각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착한만큼 무식한 농부가 살았다. 유난히 덥던 그 해 여름 농부만큼이나 순박한 아내가 무명 한 필을 주면서 시장에 가서 무명을 팔아서 생활용품을 사오라고 말한다.

 

장에서 무명을 현금으로 교환한 뒤 무엇을 살지를 고민하던 농부는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을 보게 된다. 그 물건은 수박이었는데, 농부는 수박을 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상인에게 이게 뭐냐고 묻자 상인은 농부에게 장난을 치기로 한다. 상인은 중국 당나귀 알이라면서 한 달 동안 이불 속에 알을 넣고 아랫목을 수시로 따뜻하게 해주면 부화를 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농부의 아내 역시 수박이 뭔지 몰랐지만, 당나귀 알이라는 말과 싼 값에 당나귀를 구했다는 사실을 안 아내는 기뻐하며 남편과 수박을 부화시킬 준비를 한다. 당연히 수박은 한달 뒤 썩어서 악취가 진동하게 되고, 아내는 당장 알을 갖다 버리라고 한다. 화가 난 그는 덤불 쪽으로 수박을 던져버린다.

 

그때 공교롭게도 덤불 뒤에서 자고 있던 당나귀가 놀라서 뛰쳐나오고, 그걸 본 농부는 알에서 당나귀가 부화했다고 생각하며 당나귀를 끌고 간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 장수도 참. 한 달 뒤 알을 던져서 깨야 한다는 말도 했어야지!"라며 웃는다.

 

-한국설화 농부와 당나귀 알-

 

2024년 올여름은 확실히 장마가 길고 덥고 습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 농사로에 따르면 수박의 원산지는 열대 남아프리카 초원지대로 나와 있다. 우리나라에는 13세기 고려 말에 수박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실은 조선 중기의 문신 허균이 1611년 귀양살이 중에 팔도의 특산품과 별미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지은 역사서 ‘도문대작’에 기록돼 있다. 책에서는 대를 이어 고려를 배신하고 몽골 편에 서서 같은 고려인을 괴롭힌 홍다구가 수박씨를 개성 에서 심은 것이 수박의 효시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수박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을 거쳐 고려로 전해진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해서는 당시 수박이 얼마나 귀한 과일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세종실록 22권 내용 중 세종 5년 10월에 내시 한문직이 수박을 도둑질해 곤장 100대를 맞고 영해로 귀양 간 기록이 있다.

 

흔하디 흔한 수박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 중복인 오늘은 폭염경보가 내릴 정도로 무더운 날씨다. 덥고 습해지면 입맛이 없어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입맛이 없다고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더위로 인해 땀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을 감당하지 못해 탈수가 올 가능성이 높다.

 

조선시대의 학자인 홍석모의 ‘동국세시기’는 한국의 사시사철 행사와 그 풍속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복날에는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높은 관리들에게 빙고에서 얼음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또, 복날의 무더위를 피해 대표적인 여름과일인 수박과 참외,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과 산정을 찾아 쉬는 풍습이 있었다.

 

수박은 아르기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서 더위에 대한 피로감을 해소해 주며 기운을 북돋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비타민C와 A의 하루 필요량의 20%가 있으며, 수박은 소화건강에 좋은 식이섬유와 혈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는 칼륨도 많다.

 

수박에 함유되어 있는 불포화지방상인 리놀렌산이 풍부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수박의 91.5%는 수분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살증을 해소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수박의 효능으로 더위 독을 없애고 체내의 온도를 내리며, 혈압을 내린다고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