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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식자재업체 견학 ‘문제있다’

확인표 부실, 비전문적 평가, 로비 의혹 등 지적

올 3월 시작되는 새학기를 앞두고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 학부모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여기저기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견학을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견학을 통해 내 아이가 먹을 식자재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어떤 업체가 위생적인지를 직접 확인한다.

현재 직영급식의 급식품 납품업체 선정은 학교장이 선정기준을 마련하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선정기준을 심의하고 업체선정을 공고한다.

공고에 따라 등록한 업체를 대상으로 서류심사로 한번을 거르고 선정된 업체를 대상으로 학부모 및 학교운영위원 등이 참여해 현장확인을 한다. 여기서 최고 점수를 받은 업체가 최종적으로 선정된다.
따라서 학부모 견학이 식자재업체를 선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자재업체들 사이에서 현장확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현장확인시 학부모들의 평가 기준이 되는 현장확인표가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 사용되고 있는 현장확인표는 서울시교육청에서 2000년에 만든 것으로 타 시·도 교육청도 이를 준용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확인표가 HACCP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져 오히려 HACCP을 시행하고 있는 업체들에게 피해가 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작업장의 위생상태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작업장에 들어가는 것과 작업 전?후 축산물 및 수산물의 보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냉장?냉동고를 여닫게 되는 것을 지적했다.

“견학을 많이 올 때는 하루에 30명 이상이 오는데 이 인원이 다 HACCP을 하고 있는 작업장에 들어가면 공기 관리가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식자재 보관할 때 온도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입고·출고시에만 냉장·냉동고 문을 여는데 견학을 오면 수시로 여닫게 돼 온도관리 역시 엉망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확인표는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공산품, 김치류 등으로 나눠져 있고, 시설·설비와 위생상태 등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평가항목 중 냉장·냉동차량 보유 현황, 작업원 건강진단증 소지 여부, 작업장 정기 소독 실시 여부, 냉장·냉동차 정기 소독 실시 여부, 작업원 위생교육 실시 여부 등은 서류심사때 이미 점검한 사항인데도 들어 있어 불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변별력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요즘 식자재 업체는 HACCP을 시행하고 있거나 그에 준하는 위생관리를 하고 있는데 위생상태만 놓고 평가하면 변별력이 없다”며 “생산이력제 같이 좀더 까다로운 기준을 둬야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고 업체들도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견학을 오는 학부모들의 급식 및 식자재에 대한 전문성 부족도 지적됐다.

현장확인을 통해 업체가 최종선정되는 만큼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학부모들 중 HACCP이 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이러니까 막무가내로 작업장에 들어가려고 하고 이것저것 만져보고 하는데 이를 만류하면 감점을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심지어 수산물 가공장에 와서 비린내가 난다고 감점하는 학부모도 있다”며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지역 교육청 단위로 학교운영위원회를 대상으로 급식과 식자재 검수, 현장확인시 유의사항 등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업체들이 견학을 오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주는 등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이 견학을 오는 학부모들에게 기념품을 주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학운위를 대상으로 접대를 하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업체에서 무슨 선물을 했는지 신경이 쓰이는 게 현실”이라며 “혹시라도 학부모들이 서운하게 생각해 불이익을 당할까 노심초사”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범법행위”라며 “이같은 부정은 밝혀지는 대로 처벌해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