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계농가, 오는 1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서 2차 항의 집회 예고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올해 사상 초유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일어나면서 AI 보상금도 사상 최대 규모인 가운데 이 보상금을 놓고 정부와 농가 측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AI 발생으로 닭 등 가금류를 살처분한 농가에 1687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심의·의결했다. 이미 지원을 마친 686억원까지 더하면 이번 AI 사태로 산정된 보상금 규모는 총 2373억원이다. 이는 2014~2015년 AI 발생으로 집행된 보상금(1397억원)보다 약 70%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정부는 생계안정자금, 소득안정자금 등 지원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보상금 책정 기준이 다르다는데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농가와 자료의 객관성을 주장하는 정부 간에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피해 농가에 지급되는 보상금의 대부분이 하림 등 축산 대기업들이 가져가고 있어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2일 AI 소득안정자금 지급 방식을 놓고 반발한 육계농가가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집단 항의 집회를 연데 이어 오는 14일 2차 집회에 나설 예정이다.
육계농가는 ▲소득안정자금(정상입식지연농가) 산출기준 현실화, ▲AI발생관련 축산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 및 이자감면, ▲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 생산비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AI.구제역 확산방지특별위원회와 농식품부,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들이 갖은 간담회에서도 AI 소득안정자금과 살처분 보상금 책정 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됐다.
김재홍 대한양계협회 부장은 "농식품부는 이동제한지역에 가축을 입식하지 못한 농가를 대상으로 소득보전차원에서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지원기준은 통계청발표 기준인 수당 소득으로 육계 146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통계청에서 산출한 수당소득은 계약사육농가의 수당소득 개념과 달라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이동제한조치로 정상입식을 하지 못한 계약사육농가에 소득안정자금의 지급기준을 계열화사업자가 지급하는 평균사육비의 70%로 지급해야 한다"며 "또한 AI이동제한조치로 피해를 입는 계약사육농가의 경우 소득안정자금의 산출기준이 통계청 자료가 아닌 별도의 산출기준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AI발생 축산정책자금에 대해서는 "이동제한조치가 지자체별로 달라 1년이내 원금상환기일 농가별로 다르다"며 "축산농가 정책자금 대부분이 상환일이 12월 또는 1월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11월 중하순 이후부터 시행된 이동제한조치와 이날부터 1년이내 상환이 도래되는 원금에 대해 규정때문에 대부분의 농가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동제한기간동안 사육을 하지 못해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정책자금 상환기간이 도래하는 농가의 이자납부를 1년간 유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지난 2004년 개정된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한 '농업중기자금'도 이번 정책 자금대상 항목에 포함해 줄 것을 주장했다.
AI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 변경도 요청했다.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요령 제4조에 따르면 육계의 보상금 산출방식은 산지가격(대한양계협회 양계속보 산지가격 기준)에 의해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를 두고 AI살처분 보상금 지급기준을 생산비로 변경해 달라는 것이다.
김 부장은 "AI살처분 보상금은 발생날짜기준으로 결정된다"며 "AI발생으로 닭고기소비가 감소해 닭값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산지가격마져 생산비이하로 형성됨에 따라 육계농가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을 지급받고도 재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가의 이같은 주장에 농식품부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지원할 수 밖에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상경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소득안정자금에 대해 "객관적인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향후 명확하고 객관적인 다른 자료가 있다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농업중기자금도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면서 "살처분 보상금을 생산비로 변경하는 것은 보상금액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생산원가보다 시세가 대체로 높다"고 답했다.
농가와 계열업체 간 합리적인 살처분 보상금 배분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피해 농가에 지급되는 정부 보상금을 하림 등 축산 대기업들이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축산 기업들이 받은 보상금은 총 372억7300만원으로 전체 보상금(1271억9500만원)의 상당 부분이 기업에게 돌아갔다. 대기업의 위탁을 받는 농가에 돌아간 건 147억원에 불과했다. 2014년 보상금 중 상당 부분이 하림에게로 지급됐다. 하림에게만 12억 5300만원이 지급됐고 올품은 24억 3500만원 지급 받았다. 올품은 하림 김홍국 회장의 아들 김준영 씨가 100% 지급을 보유한 회사다.
김 과장은 "살처분 보상이 농가와 계열업체에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계열화 사육비에 대해 명확한 근거와 세부내용이 나오면 합리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보상금 통계 체계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제주 서귀포) 의원은 "3300만마리 이상 가금류 살처분 피해에 대해 정부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하고 백신부터 예방, 제도, 부서 등 모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또 "세금을 쓰는 건데 국민들께 이 자료가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조사기구를 통해 적정 가격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실태조사를 하고 농가와 협의해 나가야 한다. 또 당기적으로 당국이 나서서 산출기준을 삼을 수 있는 통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