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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오리 판매' 사조오양-오리농가 대립 심화

"수입판매 2개월후 중단" VS "즉각 판매중단, 전량 회수.폐기"
사조그룹 앞 대규모 집회, 주진우 회장 자택 앞 1인 시위 감행

최근 수입 오리고기(훈제) 제조.판매로 논란을 빚은 사조그룹(회장 주진우) 계열사 사조오양(대표 김일식)이 2개월 후 오리고기의 수입판매를 중단할 것을 밝혔으나 즉각적인 판매 중단과 유통 중인 제품 전량을 회수.폐기하라는 농가들의 요구와는 달라 양측간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오리협회, 사조오양 등에 따르면 한국오리협회(회장 김병은)는 최근 사조오양 측에 수입 오리고기(훈제) 판매 입장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사조오양은 답변서를 통해 약 2개월 시한을 두고 수입판매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협회는 5년간의 수입.판매 현황 자료와 수입 오리고기 판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는 공문을 또다시 사조오양 측에 전달했다.


오리협회 관계자는 "사조는 지금도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수입산 오리고기를 판매하고 있다"며 "2개월 후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현재 남은 물량 폐기와 즉각적인 판매 중단, 전국 오리농가를 대상으로 공개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축산단체와 공동으로 사조그룹 앞 대규모 집회와 동시에 주진우 회장 자택 앞에서 무기한 1인 시위를 2월 초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소비자 단체와 연계한 대국민 사조제품 불매운동 등 실현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투쟁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사조오양 측은 즉각적인 판매 중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조오양 관계자는 "오리고기를 직접 수입하지 않고 있다. 수입업체에서 상품을 받아 유통 판매만 하고 있다"라며 "2018년까지 계약된 업체가 있어 수입산 오리고기 물량 대체 등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약 2개월 시한이 필요하다. 이후 수입판매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 오리고기 판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작다"면서 "농가들의 반발이 커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국내에서 수입 오리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다. 그럼에도 농가들이 이번 사조오양의 수입판매를 강력 비난하는 것은 2년여간 지속된 AI의 여파로 국내산 오리고기 소비와 가격 폭락, 업계의 냉동 재고량은 1천만 수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오리고기 가격이 바닥인 현 시점에서 사조그룹이 국내산 오리원료육을 싸게 확보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사조그룹의 계열사 중 오리고기 전문업체인 사조화인코리아가 속해 있고 해당 업체도 현재 냉동 재고량을 100만수 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분노케 했다. 농가들은 그저 돈만 벌면 된다는 파렴치한 행태로 밖에 볼 수 없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충북 진천에서 유경오리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농장주는 "유경오리를 기른지 13년됐다. 현재 오리 농가는 상당한 이중고에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며 "몇년 동안 AI 여파로 오리수요가 급감해 오리 농가들은 허리띠를 졸라메고 있다. 또 오리 사육횟수가 줄어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 농장주는 "질이 떨어지는 수입 훈제 오리를 판매하면 맛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그렇다 보면 소비자들이 오리고기를 멀리할 것"이라며 "사조가 오리훈제를 수입해서 판매한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오리농가들의 분도가 극에 달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