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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안전 사각지대②] 업체는 ‘투명 각인’, 식약처는 ‘수수방관’…소비자만 모르는 제조일자

잉크 없는 투명 각인에 겹침 인쇄까지, 확인 어려운 ‘숨은 그림 찾기’ 날인
무인 매장엔 20개월 지난 제품 수두룩…대형마트와 대조되는 ‘관리 공백’
식약처 “위치 개선 검토 계획 없다” vs "확인 불가" 현장 체감과 제도 간 괴리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제조일자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지난 19일 서울 시내 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초등학생들이 냉동고 문을 연신 여닫으며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었다. 초등학생 김모(11) 군은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기준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김 군의 손에는 인기 제품이 들려 있었지만 포장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렴한 가격과 학교 주변을 중심으로 한 높은 접근성을 앞세워 빠르게 확산 중인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그러나 현장을 들여다보니 ‘제조일자 표시제’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1년 넘은 제품도 흔해"…관리 공백 현실화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 시내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2곳에서는 제조된 지 1년이 넘은 제품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제품의 제조일자는 2024년 8월 30일. 취재 시점(2026년 4월) 기준으로 약 1년 8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반면 같은 날 방문한 대형마트에서는 대부분 올해 생산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유통 채널에 따라 제품 회전율과 관리 수준이 뚜렷하게 갈린 셈이다.

 

문제는 아이스크림의 경우 소비기한 표시 의무가 없어 폐기 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판매 여부는 매장 자율 관리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비자 불안도 적지 않다.

 

자녀와 함께 자주 매장을 찾는 한모(42) 씨는 “가끔 사 온 아이스크림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붙은 상태라 불안해 버린 적이 있다”며 “이후로는 성에가 낀 제품은 피하지만 제조일자를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냉동식품은 유통 과정에서 ‘부분 해동’과 ‘재냉동’이 반복될 경우 품질 저하뿐 아니라 미생물 증식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무인 매장의 경우 상시 관리 인력이 없어 냉동고 상태나 제품 회전 여부를 점검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겉모습’에 의존해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표시는 있지만 안 보인다”…가독성 사각지대

 

제조일자 표시 자체의 실효성 문제도 드러났다.

 

일부 제품은 제조일자가 제품명이나 영양성분표 등 다른 의무표시사항 위에 겹쳐 인쇄돼 식별이 어려웠다.

 

특히 롯데웰푸드의 '빵빠레'처럼 상단 캡(뚜껑)에 제조일자를 표시하는 경우, 잉크로 날인이 아닌 투명한 재질 위에 볼록하게 타공(각인) 방식으로 처리돼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었다.

 

현행 규정은 제조일자 글씨 크기(10포인트 이상)와 표시 방법은 정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독성 기준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결국 ‘표시는 있지만 기능하지 않는 표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 "기준 충족"…현장과 괴리

 

이 같은 가독성 문제 제기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 질의에 "글씨 크기는 10포인트 이상으로 규정돼 있으며, 표시 방법도 정해져 있다"며 "표시 위치 개선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문제 제기보다 '규정 준수 여부'에 초점을 맞춘 행정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냉동식품이라는 이유로 소비기한 표시 의무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무인 매장 확산, 유통 환경 변화, 소비자 인식 부족이 맞물리며 그동안 가려져 있던 ‘관리 공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관리 인력 없이 24시간 가동되는 무인 냉동고 속에서 '언제까지 먹어도 되는지'조차 불분명한 제품들이 오늘도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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