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과도한 학부모 모니터링 오히려 ‘해악’

식재료 업체 선정, 급식업체 반대 서명운동까지

일부 학부모에 의한 과도한 학교급식에 대한 간섭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D중학교 급식소에는 매일 아침마다 급식모니터링을 위한 학부모들이 급식소를 방문한다. 영양사와 함께 식재료를 검수하고 급식이 준비되는 과정을 지켜본다.

여기까지 보면 아주 모범적인 학부모의 급식 참여 시스템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일반적인 학부모 급식모니터링의 수준을 넘어 급식 감시·단속 수준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2~4명씩 조를 짜 매일 급식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식재료 검수부터 급식이 조리되는 과정 하나하나가 이들의 감시 대상이다. 이들이 이런 활동을 하는 목적은 ‘내 아이에게 양질의 급식을 먹이겠다’는 것.

이 학교에서 위탁급식을 하고 있는 H업체는 2002년 하반기부터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엄격한 실사를 통해 선정된 업체는 별 사고 없이 급식을 운영해 왔고, 급식운영 3년차가 되는 2004년 하반기에 물가인상 등 각종 관리비 인상을 이유로 급식비를 200원 인상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학부모인 C 모씨가 학교급식 게시판에 급식비 인상이 부당하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후 올 3월 말 경 O 모씨를 중심으로 한 60여명의 학부모들이 급식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나섰다. 추후 O 모씨는 C 모씨의 부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급식모니터링 학부모들은 식재료 구매업체 선정부터 급식장·종사자 관리, 세척제 사용 등까지 감시를 했고, 심지어 급식업체의 변경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급식관련 논의를 하고 있는 운영위원회에 집단으로 몰려와 급식업체 변경할 것을 주장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올 8월 27일까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업체는 지난달 24일 학교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H업체와 재계약을 하려고 했으나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해 불가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D중학교 급식게시판에는 이들이 올린 글로 거의 도배가 돼 있다. 대부분의 글이 급식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것이고 개선이 안 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H업체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며 “5월부터는 식재료를 최상급 국산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식재료비가 급식비의 71%를 차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리장도 우수인력으로 교체하고 위생관리나 품질관리도 최선을 다하지만 학부모들은 계속해서 지적만 하니 종사자들도 의욕도 안 생기고 힘들게 급식운영을 하고 있다”고 고충을 말했다.

그는 특히 “특별한 과실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급식업체 반대 서명운동까지 하는 것은 영업방해 행위로 생각한다”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 측은 H업체가 문제를 삼을 경우 급식 중단 사태까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편 H업체는 지난 4월 18일 실시한 강남교육청의 위생점검에서 90점의 높은 점수을 획득하는 등 위생적으로 급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학부모 모니터링은 긍정적인 활동이지만 너무 과도할 경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급식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특히 건강검진도 받지 않은 학부모들이 식재료에 손을 대고 급식소를 여기저기 다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