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음료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무가당(無糖)’ 음료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주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 식품기업의 수출 전략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일본 음료 시장에서 ‘제로 칼로리’, ‘무가당’ 콘셉트의 제품이 20~40대는 물론 중장년층에서도 인기를 끌며 지속적으로 판매량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가당 음료의 대표 주자로는 미네랄 워터, 탄산수, 무가당 커피 및 홍차 등이 꼽힌다. 과거 ‘스트레이트 티’에 한정됐던 무가당 홍차 제품은 최근 레몬, 밀크 등 플레이버 옵션까지 확장되며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
블랙커피는 이미 무가당 음료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단맛을 배제한 음료가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들면서, 단맛 없는 ‘기능적 음료’가 일종의 프리미엄 음료로 인식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건강을 중시하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무가당 음료의 선호가 두드러지며, 당뇨병 등 만성질환 예방과 직결된 ‘식생활 자가 관리’ 차원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2015~2024년 10년간 전체 음료 구매량은 6% 증가에 그쳤지만, 미네랄워터류는 30% 가까이 증가했고, 탄산수는 2배 이상 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녹차, 보리차, 우롱차 등 무가당 차류와 무가당 커피의 수요는 ‘물가 상승기 가성비’까지 더해지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본 국내 시장에서 무가당 음료 비율은 2000년 31%에서 2023년 53%까지 상승했다. 시장의 절반 이상이 ‘달지 않은 선택지’로 전환된 것이다.
커피 시장에서는 이토엔의 ‘탈리스 커피’가 주목받고 있다. ‘숍 퀄리티’를 콘셉트로 아라비카 원두를 엄선하고 로스팅·추출 전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해 품질을 끌어올렸다. 2024년 출하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네슬레 일본은 지난 3월 ‘단맛 절제형’과 ‘무가당’ 농축 커피를 출시해 과일 음료·차류에 섞어 마시는 어레인지 레시피를 제안하며 시장 반응을 끌어냈다. 해당 카테고리는 4년간 1.5배 성장했다.
홍차 역시 ‘무가당 플레이버 티’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 3월 ‘홍차화전 무가당 얼그레이 아이스티’를 650ml 대용량으로 출시했고, 산토리는 4월 ‘크래프트 보스 블루 실론티 무가당’을 시장에 내놨다.
파우치형 커피 제품이 얼음컵과 함께 판매되는 한국식 소비 형태가 현지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일본 내 파우치형 음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무가당 기반의 제품 기획이 동반될 경우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T 관계자는 “예전처럼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건강을 챙기면서도 맛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각 제조사의 제품 개발 방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식품기업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무가당 트렌드를 철저히 반영한 제품 기획과 현지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