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내 반려동물 산업이 1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산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담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13일 '반려동물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하고, “동물 보호를 넘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반려동물 산업의 분류 체계 도입부터 창업·수출 지원, 분쟁 조정 기구 설치까지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동물보호법'이 반려동물의 복지와 학대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법안은 산업적 기반 마련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도적 틀을 갖추는 데 목적이 있다.
법안은 반려동물산업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산업의 성격에 따라 ▲주산업 ▲보조산업 ▲연관산업으로 구분했다. 이를 통해 정책 적용과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부문별 육성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반려동물산업의 육성과 혁신을 위해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산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통계 작성도 의무화된다.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 강화를 위해 농식품부 산하에 ▲반려동물산업 육성·지원위원회 ▲산업육성·지원센터 ▲산업 종합정보시스템 설치를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이를 통해 산업 동향 모니터링, 정책 연계, 정보 공유 등 체계적인 지원 기반이 구축될 전망이다.
또한 민간 주도의 제도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반려동물사업자가 중심이 되는 ‘반려동물산업진흥협회’의 설립 근거도 마련됐다. 이 협회는 제도 연구, 정책 제안, 업계 자율규제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창업 초기 단계 기업,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 기술력을 갖춘 우수 업체에 대해서는 정부가 자금 지원, 홍보, 해외 판로 개척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반려동물 사육·관리시설과 운송 체계의 현대화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 위생과 동물복지 수준 향상, 산업 전반의 질적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했다.
법안은 산업의 특성에 따라 차등적 규제를 적용한다.
'주산업’에 해당하는 반려동물생산업, 수출입업, 중개업, 판매업, 장묘업은 허가제를 적용해 진입 장벽을 설정하고 안전성과 신뢰도를 확보한다. ‘보조산업’으로 분류된 위탁관리업, 미용업, 운송업, 전시업은 등록제, ‘연관산업’인 식품, 의료, 돌봄, 기술서비스업 등은 신고제로 운영해 자율성과 진입 유연성을 보장한다. 이 중 반려동물중개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영업자 준수사항을 법에 명시해 책임 있는 서비스 제공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했다.
또한 반려동물 유통과 소비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동물별 이력 관리 시스템에 대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이는 불법 거래 방지, 질병 추적, 분실 방지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산업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원과 갈등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조항도 포함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동안 보호 중심에 머물렀던 국내 반려동물 정책이 산업 성장과 연계된 지원 중심 체계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민간 기업과 전문가, 정부 간 협업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과 품질 관리 체계 구축의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펫보험, 사물인터넷, 로봇 등 신기술과 융합된 반려동물 산업은 더 이상 단일 시장이 아니다”라며 “세계 각국이 산업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는 만큼, 우리도 전담 법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산업, 왜 커지는가
고령화·1인 가구 증가, 반려동물의 가족화, 건강 중심 소비 트렌드가 산업 성장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년층과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반려동물이 정서적 동반자 역할을 하며, 그에 따라 의료·건강·간편식품·보험·장례 등 생애주기 전반으로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 사료·미용 중심이던 시장은 이제 헬스케어·정밀영양·보험·AI기반 행동분석·반려로봇 등으로 고도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2012년 364만 가구에서 2022년 602만 가구로 65% 증가했으며, 시장 규모는 2022년 8조 원에서 2027년 15조 원으로 두 배 가까운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식품업계도 잇달아 펫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7월 반려견 영양제 브랜드 ‘반려다움’을 론칭하고 관절이나 눈,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각각 내놓았다. 올해 반려묘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대상그룹은 자회사 ‘대상펫라이프’를 통해 펫푸드 브랜드 ‘닥터뉴토’를 운영 중이며, 동원F&B는 ‘뉴트리플랜’ 브랜드를 미국에 수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동원F&B는 최근 반려견용 사료 생산설비를 증설하며, 반려묘 제품을 넘어 펫푸드 전반으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후디스펫’을 통해 반려동물 식품 시장에 진출했으며, 최근 ‘산양유초유케어’, ‘크랜베리케어’ 등 신제품 2종을 출시하며 영양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hy 역시 ‘건강하개 프로젝트 왈’ 시리즈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영양제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 확대 속도에 비해 전문 인력 양성과 교육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1년 도입된 ‘동물보건사 국가자격증’은 관련 학과 신설을 이끌었지만, 표준화된 커리큘럼 미비로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대학·기업·정부 간 협력을 통한 실습 중심 교육과정 확대,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법안이 산업의 체계적 관리와 국제 경쟁력 확보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준비해야 할 ‘펫 이코노미 시대’의 시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