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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논란 속 건기식 중고거래 연장…식약처, 기준 완화 강행

10개월간 8.8만 건 거래…30만 원·소비기한 제한 폐지에 “안전 사각지대 우려”
국회도 무신고 판매 금지 법안 발의...식약처 "제도 확정 아닌 실효성 검토 단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중고거래가 연말까지 계속 허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당초 5월 7일 종료 예정이던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거래 허용 시범사업'을 오는 12월 31일까지 연장하고, 일부 규정을 완화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5월 8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시범사업은 국민 불편 해소와 유통 질서의 조화를 목표로, 2024년 5월 8일부터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 일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해온 제도다.

 

8만8천 건, 거래액 27억…“수요는 확인, 문제도 노출”


식약처에 따르면,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난 10개월 동안 총 거래 건수는 약 8만8천 건, 거래액은 약 27억7천만 원에 달했다. 소비자들의 실질적 수요가 크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문제는 없지 않았다. 대한약사회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개봉 제품 판매 시도 111건, ▲소비기한 6개월 미만 제품 판매 시도 110건, ▲30만 원 초과 거래 시도 10건, ▲건강기능식품 외 제품 판매 시도 5건 등 총 375건의 가이드라인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규정 완화 논란…소비자 편의 vs 안전 우려


이번 개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그간 적용됐던 ‘30만 원 이내’, ‘소비기한 6개월 이상’ 조건은 폐지된다. 대신 소비기한 내 제품이면 거래 가능하며, 거래 가능 횟수는 종전과 같이 연 10회 이내로 유지된다.

 

또한 제품에는 ‘건강기능식품’ 표시 또는 인증마크를 명확히 노출해야 하며, 소비자 이상사례 신고 안내, 불량식품·의약품 거래 금지 안내 등도 게시판이나 팝업을 통해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완화 방침을 두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품질 유지가 생명인데, 온도·습도·보관 환경이 불확실한 중고제품을 개인 간 자유롭게 거래하게 되면 변질 위험과 위조품 유통 가능성까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제도화될 경우 탈세나 책임소재 불분명 문제도 뒤따를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법적 구제 장치가 미비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회도 움직여…“관리 사각지대 막아야”


이 같은 논란 속에서 국회도 법 제도 정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지난 3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고, 판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자는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법적 명시를 추진 중이다.

 

이 의원은 “건강기능식품은 안전성이 생명인 제품”이라며, “관리 사각지대를 방치할 경우 변질, 오염, 불법 유통으로 이어져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완화는 시범사업 연장의 일환일 뿐, 제도 확정이 아닌 실효성 검토 단계”라며, “운영 주체들로부터 기존 기준(금액·소비기한 등)에 대한 관리 어려움이 제기돼 이를 반영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중고나라’ 등 참여 의사를 밝힌 플랫폼을 대상으로 거래 시스템을 점검하고 참여 플랫폼을 확대할 예정이며, 연말까지 위반 사례, 이상사례 발생 여부, 소비자 만족도 등을 종합 평가해 제도화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