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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커피도 안 싸다…아메리카노 1500원 시대 '종료'

메가커피·컴포즈·더벤티 가격 줄인상…‘가성비’ 전략 흔들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이젠 저가 커피도 더 이상 싸지 않다.”

 

1500원 아메리카노로 ‘가성비’를 앞세우던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 주요 프랜차이즈가 잇따라 가격을 조정하며, 소비자 사이에선 “이젠 저가 커피도 안 싸다”는 말이 나온다. 인건비·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지만,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는 소비자 선택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가MGC커피는 내달 21일부터 일부 음료 메뉴 가격을 100원~300원가량 인상한다고 31일 밝혔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주요 베스트셀러 제품이 대상으로, 아메리카노 가격 조정은 브랜드 론칭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가격 인상 품목은 5가지다. 아메리카노(HOT) 가격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200원 올린다. 할메가 시리즈인 할메가커피(1900원→2100원)와 할메가미숫커피(2700→2900원)도 각각 200원씩 인상한다.

 

대용량 메뉴인 메가리카노와 왕할메가커피는 3000원에서 3300원, 2900원에서 3200원으로 각각 300원씩 오른다. 에스프레소 샷 추가도 1샷당 600원으로 100원 올랐다. 다만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기존 가격인 2000원을 그대로 유지한다.

 

 

메가커피 측은 “지난 한 해 동안 원두 가격을 좌우하는 국세 생두 시세가 2배 가까이 상승하고 환율 폭등까지 이어져 원가 압박이 심화됐다”며 “대부분의 커피 브랜드가 메뉴 판매가격을 인상해 왔으나, 고객 편의를 위해 가격 인상을 지양하고 원가 부담을 감내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커피 원가 상승이 과도한 상태에서 향후에도 생두 시세나 환율이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부득이하게 일부 커피메뉴 판매가격을 조정하게 됐다. 그동안 가맹점주들의 의견이 꾸준히 접수돼 이를 의사 결정에도 반영했다"고 했다.

 

컴포즈커피와 더벤티도 최근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컴포즈커피는 지난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렸다. 더벤티는 이달 초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1800원에서 2000원으로 200원 인상했다.

 

업계는 “원두, 우유 등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임대료 인상 등 누적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가맹점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싸지만, 체감은 커졌다”…저가 브랜드 정체성 흔들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이미 연간 1인당 350잔을 넘어선다. 하루 한 잔 이상 커피를 소비하는 ‘커피 공화국’에서, 가격 인상은 단순한 메뉴 변경 이상의 체감 변화로 다가온다. 여전히 2000~3000원대 커피를 파는 브랜드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1500원 커피’ 시절에 비해 가격 체감이 크다.

 

한 커피 애호가는 “이젠 4000원이 넘는 메뉴도 많고, 대형 브랜드와의 가격 차이도 줄어들었다”며 “가격 경쟁력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격보다 품질·브랜딩·공간 경험 등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저가 커피 브랜드들도 매장 인테리어 개선, 고급 원두 라인업 확대, 배달 메뉴 다변화 등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대표 커피 브랜드 ‘팀홀튼(Tim Hortons)’이 국내 가맹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국민 커피’로 불리는 팀홀튼은 합리적인 가격과 도넛 등 간편식 메뉴를 앞세워 인기를 끌어온 브랜드다.
2023년 12월 한국에 공식 런칭한 이후 현재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직영 매장 16곳을 운영 중이며, 오는 4월에는 신규 매장 2곳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저렴하고 푸짐한 커피’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국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와 유사한 만큼, 가성비 커피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팀홀튼은 핵심 철학인 ‘올웨이즈 프레시(Always Fresh)’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는 것을 브랜드 운영의 중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도넛은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굽고, 멜트·샌드위치 등 간편식 메뉴는 주문 즉시 조리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팀홀튼이 내세우는 ‘올웨이즈 프레시’ 철학은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서 현장 조리와 식사 제공이라는 가치를 강조한 전략이다. 커피 한 잔을 넘어 간편식까지 제공하는 점은 국내 저가 커피 브랜드들과의 차별화를 이루는 부분으로 ‘저렴하지만 더 풍성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한 셈이다.

 

‘저가’만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시대, 커피 프랜차이즈도 새로운 경쟁의 판 위에 올라섰다. 가격의 무게를 덜고 서비스와 경험의 가치를 더하는 브랜드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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