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크보빵(KBO빵)’이 나왔다. ‘프로야구 띠부씰이 들어간 빵’이라는 간단한 콘셉트지만, 3일 만에 100만 봉지가 팔려나갔다. 프로야구가 개막도 하기 전에 식품시장에서는 이미 홈런을 쳤다. 단지 배고파서 사먹는 빵이 아니다. 이 빵은 ‘팬심’을 자극하는 장치이고, 수집욕을 자극하는 콘텐츠며, SNS에 올릴 수 있는 ‘경험’이자 ‘취향 고백’이다.
이것이 바로 지금 소비시장의 키워드, 경험소비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사지 않는다.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 지갑을 연다. 빵 하나, 음료 하나에 내 응원팀, 나만의 히어로가 들어 있을 때 그 상품은 더 이상 단순한 식품이 아니다. 그건 팬심이고, 추억이고, 나만의 스토리다.
웅진식품의 ‘하늘보리 KBO 에디션’, 세븐일레븐의 ‘콜팝’, GS리테일의 응원도시락, CU의 ‘베어스 연세우유빵’까지. 제품 포장을 바꾸고, 콘텐츠를 입히고, 체험을 넣으면 식품은 엔터테인먼트가 된다. 브랜드는 경험을 팔고, 소비자는 그것을 SNS에 자랑한다. “나 이런 걸 먹는 사람이야”라는 표현이자, “이 팀을 좋아해”라는 정체성의 한 방식이다.
이제 식품은 ‘맛’만으로는 승부하기 어렵다. 기획이 있고, 경험이 있고, 팬덤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소비자는 쉽게 외면한다. 크보빵은 이를 증명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팬이 되고 싶은 모든 이들의 욕망을 정확히 겨냥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크보빵 이후에는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까? 팀을 넘어 리그 전체를 브랜드화하고, ‘먹는 응원’이라는 문화를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 식품과 스포츠, 콘텐츠가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브랜드는 단지 제품을 넘어서 ‘경험 플랫폼’이 돼야 한다.
경험소비의 시대. 좋은 맛도 필요하지만, 좋은 이야기가 더 오래 기억된다. 이제는 ‘무엇을 먹었는가’보다 ‘어떤 경험을 했는가’가 소비의 기준이 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