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방소주사 의견 취합과 맞물려 새 국면을 맞을 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지난 달 13일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했으며 이번에 지방소주사, 주류도매상들을 상대로 의견취합에 나서면서 심사에 속도를 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공정위는 지방 소주사 등에 의견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한편 하이트맥주와의 친소관계 등에 따라 성향별로 3개 그룹으로 나누어 주류도매상 9명을 정밀 인터뷰했다는 업계의 전언도 나오고 있어 공정위의 심사가 이미 본격화된 느낌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4개월이라는 법적 시한에 관계없이 최대한 속도를 내 빨리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이트맥주가 진로 실사결과의 핵심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지방소주사 등 여타 경쟁업체의 반발도 여전한 부담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심사를 속도조절하면서 '시간벌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 지방소주사 반발 '여전'= 금복주와 대선, 무학, 선양 등 주요 지방소주사대표들이 이날 회동해 인수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반발 기류가 여전하다.
일부 지방소주사는 전북 소재 소주회사인 하이트주조를 가진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 승인은 서울 91.2%, 경기 94.78%, 전북 93.06% 등 전국에 걸쳐 56.4%의 기업결합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2002년 무학이 부산 소재 소주회사인 대선주조를 인수하려했으나 부산.경남지역 소주시장에 독과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불허된 사례를 내세우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소주시장을 부산.경남시장으로 국한해 전국점유율 16% 미만인 기업결합임에도 양사의 지역별 점유율 합계가 부산 91.5%, 경남 97.2%로 증가해 최종 소비자에게 피해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불허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하이트맥주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로 진로의 취약지인 지방소주시장을 공략하고 진로의 브랜드 파워로 하이트맥주의 취약지인 수도권 맥주시장을 공략할 것이 뻔해 지방소주사들이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말도 곁들이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자료를 받아보고 판단할 문제여서 예단할 성격이 아니다"면서도 "선입견이 있는 지 여부를 보고 의견을 적절히 참고할 것"이라고 말해 선별적 의견반영 입장을 강조했다.
◆ 소주값 인상여부가 '관건'되나= 공정위는 지방소주사에 보낸 자료제출 요청서에서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한 이후 하이트-진로가 소주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묻고 판단근거도 병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소주가격 인상시 어떻게 행동할 생각이며, (그같이 행동할) 이유는 뭐냐"고 도 물었다.
공정위가 가장 대표적인 대중주인 소주의 가격 인상 여부를 이번 기업결합 심사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러나 이같은 질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다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지금 내부조사 과정을 거치는 상황에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 기명조사도 '논란'= 공정위가 이들 요청서에서 자료 제출시 해당업체명, 작성자 이름, 연락처를 기재할 것을 주문해 일부 업체들이 자료 제출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경쟁업체는 자문 변호사를 통해 이같은 조사의 공정성 여부를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그런 우려를 갖는 것을 일면 이해하나 철저하게 보안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기본"이라며 '비밀원칙'을 강조했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