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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결산 특집(1) 특별좌담 - 2004 식품업계 회고

위생사고·법개정·행정개편 논란 ‘극도의 혼란’
식품산업 육성 분위기 조성 ‘의미있는 진전’


행정체계 개편, 소문만 무성해 혼란 가중
법개정, 업계 및 전문가 목소리 반영해야
정부의 소비자 불신 해소 노력은 돋보여



▲ 지난 14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식품업계의 2004년을 되돌아보기 위해 본지가 마련한 특별좌담회에 이영순 식품안전포럼 회장, 김진수 식약청 기획관리관, 홍연탁 식품공업협회 상근부회장, 박홍자 한국급식관리협회 회장, 서정희 한국소비자보호원 수석기술위원 등이 참석해 2004년 결산과 함께 2005년 식품업계와 정부, 관련기관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식품업계에는 2004년이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연초부터 뜻하지 않게 불어 닥친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에 이어 ‘불량만두’ 사건과 식중독 최다발생 등 사건과 사고로 점철된 한해였다. 게다가 식품위생법 개정을 둘러싼 정부와 업체간의 의견대립 및 식품행정체계 개편과 관련된 끝없는 논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식품산업 육성을 위한 갖가지 대책을 내놓는 등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성과도 적지 않은 한해였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4년 한해, 식품업계의 주요 이슈는 어떤 것이었으며, 무엇을 남겼는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2004결산 특별좌담회는 이영순(서울대 교수, 식품안전포럼 회장), 김진수(식약청 기획관리관), 홍연탁(한국식품공업협회 상근부회장), 박홍자(한국급식관리협회 회장), 서정희(한국소비자보호원 수석기술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본지 김병조 편집국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 김병조 우선 지난 한해 식품관련 행정이나 식품업계의 동향을 되돌아보면서 총평을 좀 해주시죠.

▲ 이영순 식품위생분야에서 제일 기억에 남으면서 특히 아쉬웠던 점은 어떤 법을 갖고, 또 어떤 행정체계로 먹거리 안전을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조사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식약청이 출범한지 만 6년이 지났는데도 식약청의 존폐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러다보니 식품위생안전을 담당하는 중추적 행정기관인 식약청 직원의 의욕상실과 함께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밀어주지 못할망정 흔들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혁차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런 것을 빨리 종식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식품안전기본법(안)이나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식품업계에 발전과 의욕을 북돋아주는 쪽으로 가지 못하고 평지풍파를 일으킨 점이 아쉽습니다.

▲ 홍연탁 대통령이 2004년 들어 정부부처 중 가장 먼저 식약청을 방문한 것을 보고 식품관련 정책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 같아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특별히 식품안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안전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했고 이에 따라 총리실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협의해서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식품안전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지난 6월 불량만두소 사건이 발생했고 TV에 방영된 쓰레기 화면이 소비자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으며, 국내 식품이 국내외 시장에서 불신을 받게 되고 수출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됐습니다.

다행히도 쓰레기 화면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판명되고 관련 업체들이 전부 무혐의로 최종 결론이 나서 다소 식품산업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었지만 아직도 관련 업체는 원상회복에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만두소 사건은 정부당국의 발표에 잘못이 많은 것인데 식품업계가 불신을 당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식품안전기본법과 식품위생법에서 앞 다퉈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위생관리를 강화하더라도 기업의 활동에 위축을 가져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도 보호하고 기업도 육성하는 쪽으로 해야 하는데 시민감사제, 포상금제, 집단소송제, 식품회수 의무 등은 식품업계로서는 심각한 사항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식품위생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순서가 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식품안전기본법이 식품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법이라 생각하는데 거기에 근간을 두고 식품위생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식품안전기본법에 담을 내용을 식품위생법에 반영하고 있고, 기본법 제정 이전에 먼저 식품위생법을 개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 박홍자 식품위생법 개정이나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등 올해처럼 식품안전에 많은 관심을 가진 적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론이 난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과정도 잘못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식품위생안전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 조율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단체급식 역시 식품관련 서비스업으로서 식중독사고를 100% 피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경우는 결과적으로 업체의 무혐의로 결론이 났는데도 업체 입장에서는 사업기반이 송두리째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는 끝도 한도 없이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 발전과 의욕을 북돋아 주는 정책이 없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 서정희 식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수년밖에 안되었지만 특히 올해 관심이 집중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정부, 소비자, 업체들이 그동안 신경을 덜 섰던 거죠. 위생안전 문제가 집중 부각되니까 소비자만 의식하는 것 같고, 정부나 업체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충돌이 발생해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모든 것이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선진국형으로 가고 있는 과정으로 보고 싶습니다.

특히 최근에 식약청이나 농림부, 복지부 등의 공무원 의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 걸 느낍니다. 업계도 마찬가지고요. 한 예로 원료가 안전해야 가공식품도 안전한데 원료를 담당하고 있는 농림부와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서 의식이 완전히 바뀐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비자단체와 업무협약을 통해 공동으로 시료채취, 실험 등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니까 정부차원의 불신을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 내년부터는 HACCP 지정을 받은 도축장에 대해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지를 소비자단체를 통해 확인하는 운영평가제도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를 통해 분기별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직접 방문을 하고 실태를 평가해서 등급을 매겨 우수한 기관에는 우대자금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이런 일을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 불신을 불식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은 많이 좋아졌다고 봅니다.

▲ 김진수 연초에 독성연구원의 의약품안전성 업무를 평가부에 이관함으로써 평가부의 규정 규격업무와 안전성 업무를 연계해서 민원인들에게 원스톱 서비스가 되게 한 점을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105명의 인력을 대폭 증원해서 지방청의 식품감시 인력이나 BT, 의료기기 분야 업무를 강화한 것도 올해 두드러진 성과입니다.

특히 올해는 직원들이 업무혁신에 많은 노력을 함으로써 정부의 혁신우수사례로 2개 과제가 선정될 정도로 혁신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된 한 해였다고 봅니다. 그러나 식품행정체계 일원화 문제나 지방청 폐지 논란 등으로 직원들이 피곤한 한 해를 보낸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 ‘불량만두’ 사건이나 ‘PPA감기약’ 파동 등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서 국민들에게 오해와 불신을 불러일으킨 점도 아쉬웠습니다.

▲ 김병조 대체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한해였던 것으로 평가가 됩니다. 특히 ‘불량만두’ 사건의 경우 결과적으로는 해프닝에 불과했는데 이를 계기로 식품위생법이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 해서 업계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을 것 같은데 식품위생법 개정안 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까.

▲ 홍연탁 식품관련 업계를 대표하는 26개 단체들이 식품안전을 위한 규제강화에 대한 이론이 없지만 지나친 규제로 식품산업 발전에 저해되지 않도록 국회 및 관계 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가령 부정식품 신고 포상금을 1천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은 직업적인 ‘식파라치’의 양산으로 사업자에 대한 협박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시민식품감사인과 소비자식품감사인 제도는 감사인과 기업간의 상호 협력부족과 식품법령의 이해부족으로 많은 혼란이 우려되며 기업 비밀이 유출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 위해식품 회수 의무도 위해와 관계없는 식품규격에 경미한 위반사항, 예를 들면 수분함량 위반 등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두어 자원의 절약과 업계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병조 식약청은 복지부가 만든 법령을 집행하는 입장에 있는데 집행기관에서 볼 때 식품위생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진수 식품위생법은 지금도 굉장히 엄격합니다. 형량하한제 등에 대해서는 일본 기업들도 위기를 느낄 정도입니다. 이번 개정안의 경우 국민 욕구가 엄격한 걸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불가피하다고 봅니다만 지켜지지 않는 법령으로 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습니다.

식품위생법은 일반법이기 때문에 그렇게 강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시민감사인제도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시대가 시대인만큼 국민의 소리를 듣는 쪽에서 긍정적인 면을 살리고 부정적인면은 시행규칙에서 보완해서 시행해야 될 것으로 봅니다.

▲ 서정희 정부의 법 집행에 대한 불신 때문에 시민단체의 요구가 많은 것입니다. 국민의 의식은 높아진 반면에 법 집행이 제대로 안되니까 법의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법의 강화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지금처럼 잘 하면 된다고 봅니다.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 김병조 정부의 소비자보호 강화 정책과 업계의 입장은 상관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을 텐데 법률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업계가 수용하기 곤란하거나 여건상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홍연탁 현재 식약청에서 논의되고 있는 식품표시제도 개정 방향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가령 빙과류의 경우 제조일자 표시는 특성상 어려움이 있습니다.

빙과류는 냉동보관(-18도씨)하기 때문에 유통상 보관 조건에 좌우되고 제조일자는 품질유지에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제조일자를 표시하기 위한 시설경비 투자는 물론 오염문제가 더 우려되므로 합리적으로 수정 보완되어야 합니다.

원재료명 표기도 현재 5종 이상만 표기하도록 되어있는 규정을 성분 전부를 표시하도록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라면의 경우 한국의 일류상품으로 외국에서 원재료의 구성을 알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성분 모두를 표기하도록 함은 국내 유수 기술의 노하우가 해외로 유출됨으로써 국가경쟁력 약화 등을 초래할 수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성분들, 즉 알레르기성 환자를 위한 난황함유, 식품첨가물 함유 등 정부당국이 표시하여야 할 성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일정 배합 범위 내에서는 예외를 인정해서 기업을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규정과 제도는 국제기준과 조화를 이뤄야 하고 다른 선진국보다 앞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 서정희 소비자에게 안전과 관련된 정보는 반드시 표시를 해야 하겠지만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심의과정에서 산업체의 어려움이 고려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안전과 관련되지 않은 부분은 표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까 공무원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 것은 안전에 대한 의식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공무원들이 소비자를 빌미로 해서 업체에 부담을 주는 과잉규제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 김병조 식품행정체계 개편이나 식약청의 지방청 폐지 논란 등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혼란스러운 한해가 아니었나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영순 소문만 무성한 한해였습니다. 총리실이 처음에는 식품안전위원회를 만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식품안전정책위원회로 둔갑됐고, 새 총리가 와서는 식품관리처로 한다고 하다가 지금은 또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거론됐던 모든 안들이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서, 또 국제적인 추세에 맞추어서 만든 안들인데 전면 무시되고 정치적으로 폐기되는 것을 볼 때 한심스럽습니다. 아울러 국제화 차원에서 볼 때 식품도 글로벌화가 시급합니다.

우리가 식품안전기본법을 만들면 중국 등도 따라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식품안전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식약청장의 잦은 교체도 문제입니다. 전문가인데 정치적으로 인사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청장의 잦은 교체는 하위 직원들이 자기의 장래와 안위를 먼저 생각하며 복지부동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게다가 행자부에서는 매년 식약청 지방청을 없애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식약청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식약청, 정책결정 권한 있어야 제기능
식품산업 육성위한 정부의지 평가할만
업계, 요구만 말고 자정운동 전개해주길


▲ 김진수 정부조직이 급격히 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조직이 바뀌면 문화정착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저희 식약청은 처음부터 미국의 FDA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졌는데 오히려 청이 되면서 축산물관리 업무가 분리되는 등 역행한 점이 있습니다.

참여정부 출범이전에 행정체계를 일원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통상 일년 안에 혁신을 끝내는 것이 기존 정부의 통례였는데 참여정부는 여소야대 상황 등 특수상황 때문에 초기에는 그것이 불가능했다고 봅니다.

최근 다시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서 어렵습니다. 이번 기회에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해서 확실하게 국가 백년대계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더 이상 고치지 않아도 되게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식약청은 미국을 벤치마킹하다보니까 식품과 의약품 관리를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거기에 정책기능이 부여돼야 합니다.

식약청의 위상을 장관급으로 하느냐 차관급으로 하느냐 보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요구사항입니다. 식품의약품의 통합관리를 위한 손색없는 중앙행정기관으로 만들어지기만 하면 됩니다.

지방청은 지방분권을 주장하다보니까 폐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는 아직도 폐지 주장을 숙이지 않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지자체가 담당해야 한다고 보지만 지금처럼 지자체에 위기관리능력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서는 불안합니다. 지방청은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를 위한 네트워크인데 그걸 없애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지나치게 분권에 초점을 맞추면 지방청 폐지가 맞을지 몰라도 국민편의를 생각하면 있어야 됩니다.

▲ 김병조 현재의 정부 조직법상 차관급인 복지부의 독립외청의 위상으로는 정책결정 기능을 가질 수가 없지 않습니까.

▲ 김진수 방법은 총리실 밑에 처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고 또 청으로 두고서도 독립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하면 정책, 인사, 예산 결정 기능을 부여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 김병조 식약청의 기능 중에서 식품관리와 의약품 관리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진수 건기식 등 약과 식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도 있습니다. 잘 사는 나라면 몰라도 같이 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 김병조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식약청의 기능과 인력이 지나치게 의약품 쪽에 편중되어있다는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 김진수 그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의약품은 국가가 관리해야 할 사항이고 식품은 민간에 많이 위임되어있습니다. 식품의 경우 농약문제나 미생물, 중금속 등 제한적인 것만 식약청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위해성 평가도 식품의 경우 그동안 관행이 있기 때문에 꺼리가 많지 않습니다.

▲ 홍연탁 식품분야도 독성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독성연구원에 약사만 두지 말고 식품전문가들도 참여하게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 김진수 일 꺼리가 많아야 인력과 조직을 늘리지요. 행정수요가 생기면 앞으로 그렇게 가지 않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식품관련 독성평가 업무를 독성연구원에서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재의 안전평가부의 기능 중에 식품평가 기능을 미국의 식품안전검사청(FSIS)처럼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김병조 올해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발효된 것도 중요한 변화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법이 지나치게 엄격해서 식품업체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많은데 개정의사는 없습니까.

▲ 김진수 건기식법은 의원입법으로 제정됐습니다만 태생 자체에 문제가 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업체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부분이 GMP 도입과 기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자료제출과 표시문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기능성을 강조하다보면 약과 같이 오인할 수 있고 기능성에 대해 제한 없이 표시하면 국민을 현혹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건강기능식품을 다루는 업체는 기본적으로 HACCP 적용을 해야하는데 GMP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서 HACCP 적용도 안되고 있습니다. GMP 시설이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하려는 업자가 그것도 안하고 하면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합니다.

▲ 김병조 식품 위생사고나 행정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매우 혼란스러운 한해였지만 그것도 발전을 위한 혼란이었다면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올해를 돌이켜보면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매우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그것은 바로 식품산업을 육성하자는 분위기가 크게 조성되었다는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농림부에서 식품산업육성법(안)을 내놓는 등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자체가 큰 변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식품산업을 육성하려면 어떤 점이 강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 홍연탁 식품업계의 백대 메이커가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식품산업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식품산업을 끌어올리려면 영세취약 분야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해서 영세업체를 지원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외박람회 같은데서 우리 상품을 많이 알리는 자리가 되도록 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특히 너무 규제 위주로 하지 말고 소비자도 보호하고 업체도 살리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 이영순 제약산업의 경우 국가 지원이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식품산업은 지원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농림부가 식품산업육성법을 만들고 복지부도 보건산업진흥을 위한 50대과제를 내놓았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GMP나 HACCP 시설 등에 대한 지원부터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제조, 유통, 수출 쪽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제정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김진수 농림부에서 식품산업육성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식량은 농림부 소관이지만 식품은 복지부가 담당해야 옳다고 봅니다. 원료에 대해서는 각 생산부처가 담당해야 하지만 제조, 가공분야는 복지부가 담당해야 합니다.

식약청은 규제를 하는 기관이지만 복지부는 아닙니다. 원료를 제외하고는 공장인데, 공장에 대한 지원은 시설과 기술입니다. 이는 보건복지부나 아니면 과학기술부가 담당하는 것이 적격이라고 봅니다.

▲ 서정희 농림부가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의미에서는 아주 크게 칭찬할 일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식품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욕을 높이 평가하는 것입니다.

▲ 이영순 식품에 관한 전문 부서가 필요한데 복지부가 전혀 안하고 있어서 농림부가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복지부가 대안을 내지 않고 발목을 잡는 식으로 비친데 대해서는 반성을 해야 할 것입니다.

▲ 박홍자 영세업체에 HACCP 지원자금을 장기 저리로 해주는 등의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위생안전 관리 정책과 마찬가지로 식품산업 육성 관련 정책을 결정할 때도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분들의 의견이 반영돼서 정책이 결정되면 좋겠습니다.

▲ 홍연탁 식품완제품 수입시 8%관세를 물리는데 비해서 원료를 수입할 때 관세는 30~40%, 많게는 100%가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래가지고는 완제품을 만들었을 때 수출경쟁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원료 수입에 대한 관세율을 현실화시켜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 김병조 새해에는 이런 면에서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으면 한마디씩 해주시죠.

▲ 서정희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사고의 전환, 의식의 전환이 이뤄져서 책임과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업계 발전을 생각해서 지원하는 것도 관계전문가 의견을 반영해서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행정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업계도 선의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전체 발전을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악덕업체가 발을 못 디디게 자율적인 자정운동을 전개해주길 희망합니다.

▲ 홍연탁 농림부와 대통령직속 농특위에서 식품산업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고, 또 복지부에서 보건산업진흥 50대과제 중에 식품분야 과제를 10개나 선정하는 등 식품산업에 대한 지원 의지가 있으니까 그에 힘입어 업계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식품도 40조원의 거대시장으로 발전했습니다. GNP의 20%를 차지하는 막대한 산업입니다. 종래의 재래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서 첨단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 이영순 식품산업육성과 안전을 고려해서 식품에 대한 행정체계가 뭔가 혼란과 동요가 없으면서 우리문화에 맞는 행정체계를 과학적으로 연구조사해서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근간입니다. 그러한 뼈대가 없이 진행되는 것은 또 다른 혼란과 행정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정치적 고려나 배려는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진지하게 연구검토해서 식품산업육성법과 식품안전기본법을 만들고 각 분야가 개혁법을 만들어서 산업육성과 위생행정을 관장해야 할 것입니다.

▲ 박홍자 식품행정체계가 전문성 위주로 이뤄지면서 집행 공무원들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서 해야지 정치적으로 여론에 밀려서 하면 일관성이 없어질 것입니다. 밥도 오래 짓다보면 감각적으로 맛있게 짓는 법을 알 수 있듯이 전문성이 부여돼야 합니다. 식품은 늘 접하는 건데 정치적인 접근이 아니라 전문성 위주로 가야 합니다.

▲ 김병조 끝으로 식약청에서 내년에 역점을 두고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 김진수 현재 조직을 진단하고 있습니다. 결과를 토대로 일부 기능을 조정해서 R&D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체계가 구축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특히 BT 신기술에 대한 허가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조직과 인력을 보강할 생각입니다. 식품위생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영세업체에 HACCP, GMP 등을 강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해서 지도계몽과 시설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력양성, 조직보강, 프로그램 개발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새해에 연구과제로 선정해서 2006년에는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건기식, 기능성화장품, 의료기기 등에 관한 법률이 모두 의원입법으로 제정이 되었는데 업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이 보완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이밖에 수입식품 안전 강화를 위해서 사전관리시스템 개발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중이며, 한약의 유효성분을 직접 연구해서 한약의 과학화를 추진하는 과제도 새해의 중점과제로 꼽고 있습니다.

▲ 김병조 오늘 바쁘신 가운데서도 좌담회에 참석해 좋은 의견을 개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