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에 이어 롯데햄·롯데우유(주), 목우촌, 건국햄 등 대표적인 육가공품 제조사들이 아질산염과 관련 ‘무 방부제’ 표시 삭제와 식품첨가물 사용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수익을 최우선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방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7월 27일 CJ(주)가 아질산염 사용 절감 및 허위 표기 자발적 삭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 및 유통에 대한 합의를 이룬 직후, 28일 롯데햄·롯데우유(주), 목우촌, 건국햄 등 육가공품 제조사에 식품 안전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이에 이들 업체들은 답변을 통해 ‘무 방부제’ 표기를 한 것은 최근 소비자들이 ‘무 방부제’ 제품 선호 추세를 고려한 것으로, 아질산염이 법적으로는 발색제로 분류돼 있지만 내용면에서 소비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을 인정해 이후 무 방부제 표시를 일괄 삭제하기로 했다.
또한 아질산염 사용량 감소 및 아질산염 무 첨가 제품 출시에 대한 계획을 밝혔으며, 식품첨가물 완전 표시제 조기시행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서울환경연합은 2004년 3월부터 4월까지 시중에서 유통되는 육가공품에 발색제로 사용되고 있는 발암성 유발물질인 아질산염 잔존량 실태조사 결과, 과다 사용으로 어린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업체에 시정을 요구했다.
업계관계자는 “30년전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던 아질산염에 대해 업계가 대책마련을 하지 않고 너무 안이하게 사용해온 것이 문제로 드러난 것”이라며 “아질산염 사용을 점차 줄여나가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환경연합은 25일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식품첨가물, 과연 안전한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환경연합-육가공업체 아질산염 합의? 상반된 입장 여전..업체들 자구책 고심 서울환경연합은 CJ에 이은 롯데햄·롯데우유, 목우촌, 건국햄 등의 안전한 먹을거리 선언 합류가 소비자의 힘에 그만큼 커졌다는 증거이며, 식품안전을 높여나가는 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업체들은 환경연합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며 업체들도 식품안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점차 나아지고 있는 과정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고 항변했다. 환경연합은 보도자료에서 ‘업체들이 답변을 통해 ‘무 방부제’ 표기를 한 것은 소비자들이 무 방부제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를 고려한 것으로, 아질산염이 발색제로 분류돼 있는 법의 맹점을 이용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목우촌이 ‘무 방부제’ 표기 삭제를 포장재 재고분 소진 이후로 둔 점이나 건국햄이 식품첨가물 완전표시제를 ‘제조비법’이 노출되지 않는 범위로 제한한 점 등을 들며 업체들이 소비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업체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평가라고 일축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며 그것이 합법적인 범위안에서 이뤄진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무 방부제 표기 문제도 아질산염이 식품첨가물공전상 발색제로 분류돼 있고, 따라서 무 방부제 표기를 한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하며 단지 소비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어 삭제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목우촌은 자신들이 처음으로 ‘무 방부제’ 표기를 사용했는데 덕분에 타 업체들이 첨가하고 있던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게 돼 식품안전이 진일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목우촌은 무 방부제 표기를 삭제하기 위해 남아있는 포장을 다 폐기하는 것은 업체에게 과도한 부담일 뿐 아니라 환경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건국햄도 기업이 제조비법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업체들도 아질산염과 관련해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목우촌은 8월 중으로 무 아질산염 제품을 3개 시판할 예정이다. 그러나 단지 아질산염을 넣지 않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고민. 아질산염은 육가공 식품에서 세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가 발색제이고 둘째가 혐기성 식중독균의 증식 억제, 셋째가 보존료이다. 업계는 아질산염을 쓰지 않을 경우 햄은 하얀색일 것이고, 유통기한은 현재 30~40일에서 20일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거의 모든 햄이 붉은색이어서 소비자들은 햄은 붉은색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하얀색 햄은 시각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대상에서 무 아질산염 제품으로 출시된 ‘참작’은 클로렐라를 첨가해 녹색을 띠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는 ‘참작의 실패는 칼라의 실패’라고 까지 할 정도로 식품에 있어 색은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유통기한이 반으로 줄어들면 그만큼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 것이고 당연히 제품의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업체들은 가격이 상승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져야 할텐데 환경연합은 그런 고려도 해야 한다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서울환경연합은 “기업도 소비자도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부담을 져야 하고 업계가 식품첨가물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면 좋은 기술이 개발돼 가격도 저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육가공업계는 아질산염의 대체 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애를 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 단무지의 노란 색소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 것과 라면 면발에 넣었던 색소의 양을 점차 줄여가며 완전히 사용하지 않게 된 사례를 참고하면 육가공제품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환경연합은 식풍의약품안전청에 대해 국민의 건강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식약청이 현실의 변화조차도 쫓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느슨한 법적 기준을 고집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어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와 기업의 변화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식생활을 책임지고 기업을 감시·감독하는 자리를 내 놓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