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약사 알아서 할일’, 제약사 ‘여력없어’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PPA 감기약 파동은 잠잠해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후속문제로 PPA 감기약으로 인해 뇌졸중을 일으켰다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본지는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을 PPA 피해자라고 밝힌 송금호씨(47세,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사진)를 만나보았다.
송 씨는 봉천고개에 자리 잡고 있는 한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뇌출혈로 좌반신이 마비돼 장애2급 판정을 받았고 그 덕분에 임대 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 | - 언제 PPA 감기약을 복용한 후 뇌출혈을 일으켰나, 그 후 상황은. 99년 9월 26일에 오전부터 콧물이 나서 평소 사뒀던 콘택600을 먹고 누웠는데 머리가 아프고 기분이 이상해서 택시를 타고 영동세브란스 병원 응급실로 가서 진찰을 받았다. 의사에게 감기약 먹은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하는데 의식이 있는 채로 갑자기 쓰러졌다. 그 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이틀 후에 MRI를 찍고 보니 뇌에 35ml정도의 출혈이 있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후 좌반신에 마비가 와서 경희대 한방병원과 국립재활원, 삼육 재활센터 등으로 옮겨다니며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2000년 5월 삼육 재활센터에서 뇌병변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지금은 왼손은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걷는 것도 발목보조기구를 끼고 걸을 수 있는 장애인이 됐다. |
예민한 성격이어서 가끔 두통 증상이 있었지만 특별한 병은 없었다. 직장생활할 때 정기검진을 받아도 건강한 것으로 나오곤 했다.
- 제약회사나 병원에 항의해 본 적이 있나.
의학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항의하는 방법도 몰라서 억울한 생각만 갖고 살고 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은 몸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마음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뇌졸중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몸이 불편해 일을 할 수 없어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독신이어서 혼자 살기 때문에 구청에서 나오는 20만원 채 못 되는 보호금과 형제들이 조금씩 도와주는 것으로 살고 있다.
- PPA가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졌는데.
그 소식을 듣고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이 맞는다고 확신했다. 그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의사들에게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확인됐으니 지금이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멀쩡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돼서 살고 있는데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송 씨를 만난 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PPA 관련해 피해보상책이 나왔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냐고 문의했지만 해당 제약사에서 자체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이에 대해 해당 제약사도 “우리가 먼저 어떻게 보상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소송이나 보상 요청이 들어온다면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제약사들은 PPA 감기약 제품을 수거하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어 피해자 보상문제는 생각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PPA 파동이후 법무법인 대륙(공동대표 함승희)은 PPA 성분이 함유된 다이어트 제품과 감기약 등을 복용한 30대 여성과 40대 남성 등 3명을 대리해 이 약의 제조사인 다국적 제약회사 그락소스마스클라인 등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기로 했다.
또한 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회사들과 식약청에 대해서도 국내 법원에 소송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