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 체내 축적 안 돼 '그나마 다행'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감기약에 들어 있다는 식약청의 발표가 일파만파의 충격을 몰고 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31일 오후 75개 제약회사 166개 의약품에 들어 있는 폐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이 출혈성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으니 8월1일부터 전면 사용중지하고 시중에 유포된 제품을 모두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약국들은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문의하고, 가지고 있는 제품을 환불해 달라고 항의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고, 제약사들은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국민들은 정부와 기업에 대해 또다시 분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 북새통된 약국 = 약사들은 약품 사용을 중지시키려면 미리 해당제품에 대한 정보를 약사회나 제약사 등을 통해 사전에 공지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용금지 사실을 시행 바로 전날 정오에 발표한 식약청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한 약사는 “요즘 감기약에 대한 문의가 평소보다 3~4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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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약사는 “불량만두 파동처럼 감기약 파동이 오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약사회는 1일 긴급 공지문을 인터넷에 띄우고 전국 지부에 PPA 성분 약품판매를 금지하라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 또다시 도마에 오른 식약청 = 식약청이 2000년 PPA의 유해성에 대해 인지하고도 4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야 사용금지토록 한 것에 대해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의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실제 사례 등을 들며 PPA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지자 식약청에 대한 비난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보호원에서 PPA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식약청은 크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언론사들이 쉬는 토요일 정오에 사전예고도 없이 이와 관련된 보도자료를 배포해 의도적인 보도 방해가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축소발표 의혹까지 일고 있어 식약청은 만두사건에 이어 다시 한번 사면초가에 빠졌다.
▲ 사태 수습에 진 빼는 제약사 = 식약청의 발표에 충격을 받은 제약사들은 사태 수습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현대약품 등 해당제약사들은 발 빠르게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와 함께 제품 회수 등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PPA 성분을 뺀 제품들을 부각시켜 소비자들의 마음 달래기를 시도하며 사태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4년 동안이나 PPA가 유해 성분 논란이 있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생산·판매해온 제약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제약사들의 고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PPA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 전면 사용금지의 근거가 된 연구사업은 서울대 의대 신경과 연구팀 주관으로 전국의 40여개 병원이 참가한 가운데 2년 2개월간 940여명의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최종보고서는 PPA 함유량이 적은 감기약을 먹더라도 이에 따른 출혈성 뇌졸중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지만 상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PPA성분의 위해성 조사를 주도한 서울대병원 신경과 윤병우 교수는 “이번 조사는 약의 위해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이 아닌 역학조사를 실시했다”면서 “결과적으로 PPA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을 먹은 사람은 출혈성 뇌졸중이 발병할 확률이 (약을 먹지 않은 사람보다) 2배가량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에 PPA성분이 함유된 약을 먹었더라도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만큼 당시에 뇌졸중이 발병하지 않았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면서 “앞으로 감기약을 사 먹을 때는 반드시 PPA 성분 함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폐닐프로판올아민(PPA)이란? |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