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노태영기자] 윤석열 정부의 핵심 농정과제로 지난 2023년부터 추진됐던 가루쌀(분질미) 정책이 2년 만에 목표를 대폭 하향조정하고,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시장성을 검증할 기본 데이터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농정 실패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준병 의원(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고창군)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22년 6월 발표한 가루쌀(분질미) 정책의 생산목표를 지난 2024년 12월 전격 하향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당초 2025년 가루쌀 생산 목표는 면적 15.8천ha, 생산량 7.5만 톤이었으나, 농림축산식품부의 개선방안(수정안)에는 면적 9.5천ha, 생산량 4.51만 톤으로 모두 39.9% 하향조정했다.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신이 내린 선물’이라 극찬했던 가루쌀 정책이 시행 2년 만에 ‘속도 조절’이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의 정책 실패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가루쌀 제품화 지원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정작 가장 핵심인 ‘시장성’을 검증할 데이터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을 활용한 가공식품·외식상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 21억 2,218만원, 2024년 36억 9,359만원, 2025년 50억원 등 총 108억원이 넘는 예산을 ‘가루쌀 제품화 패키지 지원사업’에 투입했다.
이에 따라 50개 업체에서 368개의 가루쌀 활용 제품을 출시했다. 그러나, 이 중 39개 업체는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루쌀 제품에 대한 시장 매출 실적 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아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당 제품들이 시장에서의 수요와 판매동향 등에 대해서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실제로 2025년 가루쌀 제품 지원에는 2023년과 2024년에 참여했던 농심, 삼양, SPC삼립, 샘표, 해태제과, 풀무원 등 다수의 대형 식품업체가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조차 가루쌀의 낮은 시장성과 기술적 한계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가루쌀이 ‘밀가루 대체’라는 당초 포부와 달리, 생산된 물량의 대부분이 재고로 쌓이거나 밀가루 대체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산 가루쌀 생산량 20,704톤 중 가공용으로 판매된 물량은 10.7%인 2,213톤에 불과하며, 나머지 약 1.8만 톤이 재고로 쌓여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중 1.5만 톤을 주정용(술의 원료)으로 소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밀가루를 대체해 식량 주권을 강화하겠다던 가루쌀이 대부분 주정용으로 쓰이는 것은 정책 실패를 용인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윤준병 의원은 “정책 발표 당시 2027년까지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하겠다던 원대한 목표는 어디 가고, 정책 시행 2년 만에 목표치를 40% 가까이 깎아내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며 “이는 소비량 확대 부진, 밀가루 대비 높은 비용, 그리고 가공업체들의 저조한 수요 등 총체적인 문제가 빚어낸 농정 실패의 명백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판매·수요 기반 확보 없이 오로지 생산만 독려한 윤석열 정부와 정황근 전 장관에게 실패한 가루쌀 정책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실패가 예견되었던 가루쌀 정책을 재점검하고, 농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질적인 시장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근본적인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