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주사형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의 인기에 편승해 이를 사칭한 ‘먹는 위고비 알약’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식품 또는 일반 가공품임에도 의약품으로 오인케 하는 제품이다.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로, 시상하부의 식욕중추를 자극해 포만감을 높이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식사량을 줄이는 원리로 작용한다.
자연 GLP-1은 DPP-4 효소에 의해 수 분 내 분해되지만, 위고비는 DPP-4 저항성과 알부민 결합으로 반감기를 약 일주일로 늘려 주 1회 주사로 투여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시판된 이후 올해 8월까지 39만5000건 이상 처방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임산부(194건), 12세 미만 아동(69건)” 등 금기대상자에게까지 처방된 사례가 적발돼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먹는 위고비 나왔다?”…사칭 제품 잇따라
최근 SNS와 온라인몰에서는 ‘위고비 알약’, ‘먹는 위고비’라는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사칭 제품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인퓨라젠바이오의 ‘위고프로(Wegopro) 2종’ ▲셀트리온 이너랩의 ‘위고잇(Wegoit)’이 꼽힌다.
‘위고프로’는 제품 설명에 ‘Wegopro complex 1.7mg·2.4mg’ 등 의약품 용량 단위를 표시하며 “먹는 위고프로 드디어 국내 출시” 등 위고비 알약으로 오인케 하는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또한 SNS상에서는 “위고비 대비 60~70% 효과” 등의 허위 문구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의 식품유형은 ‘고형차’로, 의약품과는 무관하다.
‘위고잇’ 역시 ‘과채가공품’임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먹는 위고잇 등장”, "폭식, 야식, 군것질 STOP", “식욕 트레이너, 포만감 1알” 등의 광고 문구를 내세우며 건강기능식품처럼 오인시킨다.
SNS에는 “주사로 맞는 게 무서워서 위고잇으로 바꿨다”, “먹는 위고비 후기” 등 가짜 체험담 형태의 후기가 다수 게시돼 있다.
실제 ‘경구형 위고비’는 아직 허가 전
현재 전 세계에서 경구형(알약 형태) 위고비는 아직 허가되지 않았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경구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알약) 허가를 신청했지만, 펩타이드 제형 특성상 낮은 생체이용률과 복잡한 복약 조건이 한계로 지적되며 연내 승인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일라이 릴리의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과 로슈의 ‘CT-996’ 등은 저분자 GLP-1 계열로 경구 복용이 가능하며, 각각 2026년 상업화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외에서 유통되는 ‘먹는 위고비’를 표방하는 제품은 모두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한다.
식약처는 “의약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는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며,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건강 관련 제품을 구매할 때 반드시 ‘식품안전나라’(foodsafetykorea.go.kr)를 통해 정식 인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SNS 후기나 ‘위고비 알약’이라는 광고는 대부분 허위”라며,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복용하면 간·신장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