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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욱 원장의 치과칼럼]신경치료만 하고 방치하면 치아를 잃게 된다(3)

"치료는 됐고, 안 아프게 신경만 죽여주세요"


심한 충치로 아파진 치아 때문에 치과를 찾은 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신경치료(근관치료)만 하면 아팠던 치아는 낫는 것이고 그 위에 굳이 비싼 크라운(금이나 도자기로 만든 인공치아)을 씌우게 하는 것은 치과의사의 장삿속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치과의사에게 내는 돈을 아끼려다 치아를 영영 잃게 될 수도 있다.


신경치료는 신경을 죽이는 치료가 아니라, 신경을 제거하는 치료다. 치아 속에는 신경과 혈관으로 이뤄진 치수(신경과 혈관 조직) 조직이 있다. 그런데 충치 등의 이유로 치수에 염증이 생기면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데 이 때 염증이 생긴 치수를 말끔히 제거하는 것이 바로 신경치료다.


신경치료를 할 때에는 치아에 큰 구멍을 뚫고 뿌리 속의 치수를 긁어서 제거한다. 그래서 치아는 빨대 처럼 텅 빈 구조가 된다. 치수를 모두 제거한 후 이 빈 공간을 단단한 재료로 채우면 신경치료는 끝난다.


이 단계까지 치료를 진행하면 일단 통증이 사라지기 때문에 더이상 병원에 나오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실제로 한동안은 별 탈 없이 음식을 씹을 수 있다. 그러나 오래 방치하면 치아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


치아의 가운데를 크게 뚫었다가 다시 메운 구조이기 때문에 씹는 힘이 계속 가해지면 테두리부터 조금씩 부서져 나간다. 그리고 부서진 틈새로 감염이 진행된다.


결국 내부에서부터 충치가 다시 생긴다. 감염이 뿌리 속까지 진행되면 뿌리 끝에서 염증이 생겨 잇몸뼈가 녹아버린다. 잇몸을 뚫고 바깥으로 고름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심해지면 치아를 뽑아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신경치료만 끝낸 치아를 방치하면 결국은 치아를 잃게 된다. 따라서 약한 구조를 튼튼하게 하고 내부의 감염을 막기 위해 반드시 크라운을 씌워 완벽하게 봉인해줘야 한다.


신경치료 후 크라운을 씌우지 않는 것은 배를 가르는 외과 수술을 한 후 피부를 꿰메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혹시 신경치료 후 크라운을 씌우지 않고 방치한 치아가 있다면 하루 빨리 치과에 방문해 크라운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