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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욱 원장의 치과칼럼]사랑니는 꼭 빼야 할까?(2)

“사랑니는 꼭 빼야 하나요?”


치과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정말 사랑니는 꼭 빼야만 할까? 수직으로곧게 나고 칫솔도 잘 닿고 아랫니와 잘 맞물린다면 굳이 뺄 필요는 없다. 그런데 그런 완벽한(?) 사랑니는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과학자들이 원시인들의 두개골을 연구해 본 적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시인들은 거친 야생의 식습관 대문에 20세 정도가 되었을 때 평균적으로 상하좌우 어금니 하나 정도를 잃게 된다고 한다.


신비로운 것은 바로 이 때쯤 사랑니가 새로 나면서 상실된 어금니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결국 사랑니는 인체의 결손을 보완하기 위한 자동 메커니즘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현대인들의 식습관은 거친 야생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20세가 되어도 치아 손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손상된 치아가 없으니 사랑니가 새로 나올 공간도 없다. 결국 사랑니는 뼈 속에 그대로 묻혀있거나, 반쯤 나오다 말거나, 아니면 기울어지고 비틀어진 형태로 나오게 된다.


이런 불규칙한 형태의 사랑니 주변에는 음식 찌꺼기가 많이 낀다. 게다가 칫솔이 잘 닿지 않아 음식 찌꺼기를 제거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랑니에는 충치가 잘 생길 뿐만 아니라 주변의 잇몸에도 심한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충치나 염증이 생긴 사랑니를 잘 치료해서 계속 사용하면 안될까? 치료한다 하더라도 칫솔이 잘 닿지 않고 형태가 비정상적인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 지속적으로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랑니는 다른 치아와 맞닿는 면적이 거의 없어 씹는 역할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러니 굳이 힘들게 치료해서 끝까지 사용할만한 가치는 별로 없다.


충치나 염증 등의 문제가 사랑니에만 국한된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랑니를 빼도 상관없다. 그런데 사랑니 때문에 바로 앞의 어금니까지 상하는 것이 문제다. 반쯤 누워서 난 사랑니를 충치나 잇몸 염증 때문에 빼고 나면 그 앞에 있던 어금니의 뒷면에도 충치가 있거나 잇몸이 상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아주 정상적으로 잘 나왔을 뿐 아니라 칫솔도 잘 닿아 깨끗하게 관리되는 사랑니가 아니라면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다른 치아까지 상하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랑니를 다른 어금니가 빠진 자리에 이식하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위한 뼈이식에 활용하는 등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하고 사랑니가 아니라도 대체할 방법은 충분히 많다.


따라서 현재 문제가 있는 사랑니를 나중을 위해 고이 아껴둘 필요까지는 없다. 물론 모든 결정은 치과의사와 충분히 상의하여 결정해야 하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