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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건강원서 '야생고라니' 중탕

서울시특사경, 불법 식품원료 사용한 12명 형사입건

식품원료로 쓸 수 없는 야생 고라니를 중탕해 관절염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속여 팔아온 서울시내 건강원들과 이를 공급한 유통업체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29일 식용금지 야생동물인 고라니를 서울시내 건강원에 판매한 업체와 이를 식품원료로 사용한 건강원, 마황 등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한약재를 불법 조제해 흑염소 등의 중탕에 사용한 업소 등 12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12곳은 특사경이 올 1월부터 3월까지 서울시내 건강원 30곳을 대상으로, 불법 식품원료 사용행위에 대한 기획수사 결과 뒷덜미를 잡혔다. 


특사경의 수사는 고라니, 마황, 목통 등이 건강원을 중심으로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이뤄졌다. 

이에 대해 특사경은 “여성수사관들이 건강원 손님으로 가장해 제품을 주문하고, 범행 현장을 잠복·확인하는 등 끈질긴 수사 끝에 그 실체를 밝혀냈다”고 전했다.

불법 유통된 야생 고라니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 구제역 등 질병감염 전파 경로가 될 우려가 있다. 마황, 목통 등의 한약재를 질병치료 목적으로 불법 조제하는 행위도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다. 

특사경의 발표를 보면, 서울 구로구 A유통은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겨울철 수렵기간 중 야생동물 판매상으로부터 불법 입수한 야생 고라니 4마리를 비위생적인 작업장에서 사지를 잘라냈다. 

사지가 찢긴 고라니는 00건강원 등 3곳에 관절염 특효약인 것처럼 중탕처리용으로 1마리당 18만원에 은밀하게 팔렸다.  

고라니를 산 은평구 B건강원 등 4곳은 야생동물을 원료로 중탕을 할 수 없는 식품위생업소였지만 찾아온 손님들이 관절염 등을 호소하면, 고라니 중탕을 권유하면서 황귀 등의 한약재를 섞어 중탕한 뒤 1마리당 48~60만원에 팔았다.


중랑구 C건강원 업주는 한약사 자격이 없어 한약재를 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자신의 건강원을 찾아온 손님들 1045명에게 각종 질병증세를 상담 받고, 약리작용이 강해 병약자나 부녀자 등에게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 마황, 목통, 방기 등의 한약재를 불법 조제하여 비만치료(다이어트) 중탕제품 등으로 팔아오다가 적발됐다.

그는 특히 손님들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처방전 없이 자신이 만든 한약조제 처방 매뉴얼 카드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약제를 처방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특사경이 수사과정에서 수거한 비만치료 한약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감정한 결과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황 성분이 검출됐다. 이 때문에 특사경은 C건강원 업주에게 식품위생법뿐 아니라 약사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해 형사입건했다.  


강동구 D건강원 등 3곳도 식품원료로 쓸 수 없고, 노약자와 부녀자 등이 장기 복용할 경우 해가 될 수 있는 향부자, 향련 등을 ‘소화가 잘 되고 겁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는 식으로 근거 없는 효능을 설명하면서 붕어즙 중탕에 넣어 팔았다. 

그밖에 양천구 E건강원 등 2곳은 흑마늘 및 양파즙을 만들어 팔면서 혈압, 암예방 등의 특정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전단지와 인터넷 홈페이지에 허위·과대광고를 하다가 적발됐다. 강동구에선 영업 신고 없이 건강원을 운영하던 업주가 들통이 났다. 

박중규 서울시 특사경과장은 “불법 식품제조 가공행위나 원산지 위반 등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시민건강과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식품위해사범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고 수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