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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값 짬짜미 1354억 과징금 철퇴

2001년부터 6차례 인상…농심 1077억, 삼양식품 116억 부과



11년 전부터 6차례에 걸쳐 서로 짜고 라면값을 올린 라면업체들이 13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오전 라면가격 담합행위(짬짜미) 심의결과, (주)농심·삼양식품(주)·(주)오뚜기·한국야쿠르트(주) 4개 라면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13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부터 이들 라면업체들의 짬짜미를 조사해온 공정위 발표를 보면, 농심·삼양식품·오뚜기·한국야쿠르트는 2001년 5월에서 7월 사이에 라면값을 올릴 때부터 2010년 2월 내릴 때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서로 가격정보를 교환하면서 함께 값을 올렸다. 

특히 주력제품인 ‘농심 신라면’, ‘삼양라면’, ‘오뚜기 진라면’, ‘한국야쿠르트 왕라면’의 경우 출고가격과 권장소비자가격을 같은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가 이들 라면업체에 부과한 과징금은 각각 농심 1077억6500만원, 삼양식품 116억1400만원, 오뚜기 97억5900만원, 한국야쿠르트 62억7600만원이다. 단, 이 금액은 앞으로 관련매출액 확정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라면업체들의 짬짜미 배경으로 공정위는 1998년 초 가격인상 이후 2001년 5월까지 3년 남짓 가격을 인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언론·소비자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가격을 인상하는 게 업계의 당면과제였다고 짚었다. 
    
공정위는 이어 “단독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 및 회사 이미지 훼손이라는 위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서로 짜고 값을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설명한 짬짜미 수법은 업계 1위 농심이 가장 먼저 인상안을 마련한 뒤 다른 업체들한테 알려주면 농심과 같거나 비슷한 선에 맞춰 순차적으로 값을 올리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업계 1위사업자가 타사들이 가격인상을 추종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격인상 정보를 제공하여 가격인상을 독려하고, 후발업체들 서로 간에도 가격인상 정보를 제공하여 타사의 가격인상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라면업체들은 가격인상계획부터 인상내역, 인상일자, 가격인상 제품의 생산일자, 출고일자, 구가지원 기간 등 가격인상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격인상 관련 정보뿐 아니라 업체별 판매실적과 판매목표, 거래처에 대한 영업지원책, 홍보 및 판촉계획, 신제품 출시계획 등 민감한 경영정보도 상시적으로 교환하면서 담합 이탈자를 감시하고, 담합의 내실 강화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라면업계 짬짜미와 관련해 공정위가 확보한 이메일 자료만 340건에 달한다. 


라면업계의 정보교환행위에 대해 신동권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22일 오전 기자브리핑에서 “유럽연합(EU)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담합으로 보고 있고, 우리 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정보교환행위를 담합으로 인정한 사례”라고 말했다. 

라면업계는 매년 3월말 열리는 라면협의회 정기총회와 간사회의를 가격 짬짜미 창구로 활용했다. 라면협의회는 본디 무자료 거래 근절 등을 목적으로 구성돼, 농심의 고위임원이 회장을, 나머지 업체 임원들은 위원을 맡았다. 4개 업체의 부장과 과장급은 간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먼저 값을 올렸는데도 다른 업체가 뒤따르지 않는 경우 구가지원 기간을 대폭 연장하는 방식으로 값을 올리지 않은 업체를 즉각 견제했다. 

구가지원은 값을 올리지 전 재고품을 처리하거나, 판매점에 추가 이익을 주기 위해, 값을 올린 뒤에도 일정 기간 올리기 전 값으로 거래처에 공급하는 것을 가리킨다. 농심의 구가지원 기간은 보통 7~10일이다. 

공정위는 라면업계 가격 짬짜미의 특징으로 “담합이 발생하기 쉬운 과점 시장에서 지속적, 상시적, 체계적 정보교환을 담합의 주요수단으로 활용”했다면서 “시장점유율 합계가 100%에 가까운 과점 사업자들의 장기간에 걸친 담합행위”였다고 설명했다. 

신동권 국장은 “이번 조치로 장기간 견고하게 유지되어온 라면업계 담합 관행이 와해됨으로써 향후 라면시장에서 실질적인 가격경쟁이 이루어지고, 가격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