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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평가의 신화 '미슐랭을 탐하다'

<미슐랭> 입김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요리들

1900년, 339페이지의 포켓 사이즈 판형으로 발간된 <미슐랭 레드가이드>는 오늘날까지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슐랭> 인기의 첫 번째 비결로는 레식당 평가를 도입한 점이 꼽힌다. 별로 표시되는 <미슐랭> 식당 평가는 요리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큼 그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슐랭>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별 하나가 떨어졌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요리사가 있을 정도다. 

<미슐랭을 탐하다>(유민호 저/효형출판/정가 1만5000원)를 지은 유민호 퍼시픽 21 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SBS> 보도국 기자로 일하다가 일본의 경제산업성(옛 통산성)에서 근무했다. 1999년부터는 미국 수도 워싱턴에 살면서 미국 민주당의 선거전략가인 딕 모리스의 한국 디렉터로 일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미슐랭> 별 3개를 반세기 동안이나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 요리계의 황제’ 폴 보퀴즈를 만나 그의 요리를 맛본 뒤 맛은 물론 식당에 얽힌 정치, 사회, 문화, 예술의 이야깃거리를 풀어냈다. 

뿐만 아니라 미슐랭 별점을 받지는 못했지만 미국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미국 남부 지방의 흑인 노예들이 주로 먹던 음식을 토대로 한 ‘소울 푸드(영홍의 음식)’을 소개한다. 

당시 흑인 노예들은 농장에 굴러다니는 팔다 남은 채소나, 백인 주인이 버린 동물 내장을 모아 끼니를 때웠다. 여기에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마늘, 양파, 허브와 같은 강한 향신료를 넣어 ‘소울 푸드’를 만들었다. 

지은이는 뉴욕 할렘에서 ‘소울 푸드’의 대명사로 레녹스 거리에 있는 ‘실비아 할렘’ 레스토랑을 꼽았다. 1962년에 문을 연 실비아는 할렘에서 ‘소울 푸드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공민권 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 할렘에는 제대로 된 식당이 없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흑인지도자들은 뉴욕 최초의 소울 푸드 레스토랑인 ‘실비아 할렘’을 자주 찾았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도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지은이는 서민 음식인 ‘오야코동’을 소개했다. 그는 ‘기타로 샤모’의 오야코동은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에서 먹는 ‘가장 싼 점심’이라고 밝혔다. 이 곳의 오야코동은 세금을 포함해 850엔(약 1만2000원)에 불과하지만 알맞은 촉감과 숯 향이 어우러진, 오직 ‘기타로 샤모’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품 요리라고 강조했다. 

<미슐랭을 탐하다>는 <미슐랭>이 보장하는 맛을 찾아 기록한 책이지만 <미슐랭>의 입김에서 벗어난, 지은이의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요리들에 대한 기억을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