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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면' 성공비결, '넘버원 따돌리기'

LG경제연구원, '차별화를 통한 후발주자의 반란' 분석

“아직도 살 수 없나요? 도대체 언제쯤 물건이 들어오나요?” “저희도 구하기가 어렵네요. 찾는 이는 많은데,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서요.” 

“지난해 ‘꼬꼬면’이 나온 뒤 동네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몇 달간 반복되던 풍경”이라며 13일 LG경제연구원 김국태 책임연구원이 소개한 일화다.

국내 라면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반란’에 성공한 ‘꼬꼬면’ 사례를 분석한 김국태 연구원은 ‘꼬꼬면’의 성공을 ‘넘버원 따라하기’가 아니라 ‘넘버원 따돌리기’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 넘버원이 유지된 데는 후발 주자들이 ‘넘버원 따라하기’에 급급했던 게 큰 몫을 했다며 라면업계 사례를 들었다. 

라면의 경우, 매운 맛에 적절한 면발 굵기를 가진 농심 ‘신라면’과 최대한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국내 라면업계 공통의 목표였을 정도로 ‘넘버원 따라하기’가 기승을 부렸다는 게 김 연구원 지적.

그러나 아무리 잘 따다해도 신라면 아류작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김 연구원은 1등이 처음 개척한 길을 벤처마킹이란 미명 아래 열심히 베껴봐야 초기 시행착오 줄이기 효과는 달성할지 몰라도 1등을 넘어서기에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후발기업들이 너도나도 대세를 추종하면 경쟁이 급격히 증가하고, 결국 질적 경쟁보다는 생산성이나 효율성 중심의 양적 경쟁으로 치환되어 자원이나 브랜드 면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넘버원 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지금껏 후발주자들은 단기적 성과와 생존을 위해 넘버원에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해 온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1등 기업도 위기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에 맹목적인 추종은 후발주자들의 생존마저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서 “수많은 제품들이 넘쳐나는 과잉 공급 시대에 후발주자들은 지금까지의 경쟁 방식과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넘버원을 앞지르기 위해 후발주자에게 필요한 “전략의 본질은 ‘다름’의 추구”라고 진단했다. 

하얀 색 칼칼하고 담백한 닭고기 육수로 기존 빨간 국물 매운맛 라면에 도전장을 던져 ‘꼴찌의 반란’이라 불릴 만큼 대히트를 기록한 ‘꼬꼬면’ 성공사례에 딱 들어맞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꼬꼬면’처럼 자기만의 강점을 내세워 “다양한 시도로 넘버원을 무색하게 한 이들의 차별화 유형”으로 ▲경쟁 요소의 차별화 ▲경쟁 방향의 차별화 ▲경쟁 영역의 차별화 ▲경쟁 시기의 차별화 4가지를 꼽았다.  

먼저 경쟁 요소의 차별화에 대해 그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며 기존 가치에 약간 더하거나 개선하는 ‘다다익선(多多益善)’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햄버거 체인점으로 뽑힌 ‘인앤아웃 버거(In-N-Out Burger)’를 들었다. 

지난해 <컨슈머리포트> 선정 2년 연속 패스트푸드 체인점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한 인앤아웃 버거의 차별화 성공비결이,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날드처럼 빠르고 간편한 한 끼 식사 해결이 아니라 ‘신선한 맛’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인앤아웃 버거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직영 육가공 공장과 식자재 배급소를 운영하면서 식재료의 품질을 직접 관리한다. 특히 직영 배급소 반경 8백㎞ 내에만 매장을 낼 수 있는 탓에 1948년 1호점 개점 이후 지금도 매장수가 300개(미국 서부 4개주)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질적 경쟁에 주력하다 보니 햄버거 3종에, 프렌치프라이, 밀크셰이크, 소다 음료가 전부인 메뉴도 창업 이래 변함이 없다. 주문과 동시에 요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햄버거를 먹으려면 평균 12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질 좋고 맛 좋은 햄버거에 열광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입소문에 성장을 지속해2010년 매출은 맥도날드의 1%에 불과하지만, 순이익률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경쟁 방향의 차별화와 관련해선 “주류가 전달해온 메시지와 가치 창출 방식 등과 철저히 반대 방향을 선택해 공략함으로써 나만의 가치 색깔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주류들이 전달해온 가치의 맹점을 지적하고 대안적 가치 제안을 통해 제공 가치의 차이를 극대화함으로써 소비자의 인식과 구매 행동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 번째 경쟁 영역의 차별화는 “카테고리 경계를 넘나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기존 카테고리 내 경쟁에서 우위에 있던 넘버원의 제공 가치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카테고리 경계 허물기’를 뜻한다. 

김 연구원은 “후발주자들은 카테고리 개념이나 범위의 재정의를 통해 넘버원 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경쟁 영역에서 승부를 가려야 한다. 이를 위해 카테고리 내 잠재된 가치를 선택해 집중하거나 여러 카테고리간 가치 조합으로 차별적 우위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경쟁 시기의 차별화에 대해 그는 “상상 이상의 완전히 새로운 가치라도 시간이 지나 유사한 가치 제공자들이 늘어나면서 차별화 효과가 점점 빛을 바래기 마련”이라며 ‘넘버원에 앞서 올인하기’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넘버원은 자신이 우위에 있는 기존 시장의 투자비 회수에 집착해 차세대 시장에 곧바로 뛰어드는 데 주저하게 마련이다. 이때 후발주자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먼저 올인한다면 시간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선도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후발기업이 의미 있는 차별화로 넘버원을 따돌렸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 “급변하는 경영환경만큼이나 성공한 후발주자의 차별적 가치 또한 급격히 줄어들고 또 다른 차별화의 압력에 내몰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올 들어 ‘꼬꼬면’ 판매량이 지난해 같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너도나도 하얀 국물 라면에 뛰어든 탓에 하얀 국물 라면이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져 차별적 가치가 급감한 결과로 풀이했다. 

김 연구원은 “차별적 강점이 희석되어 시장에서 보편화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면 또 다른 차별화의 길을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이렇듯 진정한 차별화의 길은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내디뎌야 하는 외로운 길임에 틀림없다”며 차별화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