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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식품' 표시제 도입 시급하다

소비자원, 온라인서 나노기술 적용 광고 식품 19개 확인

10억분의 1m 크기로 미세하게 가공하는 나노기술을 적용했다고 광고하는 식품 등이 급증하고 있지만, 나노제품을 관리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국소비자원이 주장했다. 

2일 소비자원은 “국내 주요 오픈마켓, 홈쇼핑, 대형할인마트의 나노제품 유통실태를 조사해보니 상당수의 나노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며, 선진국에선 나노제품 관련 규제가 도입되는 추세지만 국내에는 관련 기준이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원이 지난해 8월23일부터 9월6일까지 국내 4대 오픈마켓(G마켓, 이베이옥션, 11번가, 인터파크)과 4대 홈쇼핑(GS숍, CJ몰, 현대H몰, 롯데i몰), 3대 대형 할인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를 조사한 결과, G마켓에서 검색된 나노관련 제품만 4만1509개로 확인됐다. 

G마켓 나노제품 중에는 휴대폰, MP3, 컴퓨터용품, 가전제품 등 전자제품이 72.4%(3만64개)로 가장 많았고, 화장품, 유아용품, 미용제품, 의류, 완구, 물티슈 등 인체접촉제품은 6%(2,387개)였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판매하는 나노제품은 총 87개로 조사됐는데, 화장품류 26.4%(23개), 컴퓨터주변기기 16.1%(14개), 기타 유아용품 10.3%(9개), 문구류와 주방용품 각 8.0%(7개), 이유용품 6.9%(6개) 순이었다. 문제는 87개 나노제품 중 인체에 직접 닿는 의류, 화장품과 유해물질에 취약한 유아·어린이 용품이 49개(56.3%)에 달했다는 점이다. 

특히, 오픈마켓과 홈쇼핑 등 온라인 매장에선 나노기술을 적용해 건강증진 효과가 있다고 표시·광고하는 ‘나노식품’도 19개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이 재료와 성분을 기준으로 ‘나노식품’을 분류해보니, 나노칼슘 제품이 7개로 가장 많았고, 은나노 음수를 먹인 훈제오리 등이 3개, 뽕잎과 산삼을 나노 분말화한 제품이 각각 2개였다.

19개 나노식품의 표시·광고내용은 ‘세계 최초 건식나노 분쇄기술로 제조’ ‘인체흡수율이 뛰어난 제품’ 등 첨단 나노기술과 건강기능 효과를 강조한 제품이 14개, 단순히 나노성분 또는 나노기술만을 언급한 경우가 3개, 제품명에만 나노를 언급한 게 2개로 나타났다. 

이에 소비자원은 특정물질을 나노크기(10억분의 1m)로 미세화하면 항균, 침투, 흡수효과가 증가할 수 있어, 공산품·화장품·식품 등에 나노기술이 적용되는 추세지만, 예측하기 힘든 부작용(adverse effect) 발생 가능성도 있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소비자원은 나노물질이 인체의 다양한 부위에서 독성을 유발하거나 다른 기관에 전이될 수 있다는 국내외 연구결과 보고가 잇따르는 등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형편이라면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2010년 서울대 정진호 교수 연구팀은 “50~100㎚(나노미터) 크기의 ‘은나노 입자’가 심혈관질환 및 폐와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2002년엔 화장품과 자외선차단 섬유 등에 쓰이는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를 시리아 햄스터 배아 세포에 처리한 결과 소핵이 증가하고 세포사멸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제품에 신기술을 적용하려면 인체와 환경 위해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뿐 아니라 사전 예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 나노기술과 같은 신기술을 이용한 제품이 이미 유통되고 있다면, 현황과 실태에 대한 인벤토리 구축과 해당물질의 처리·제조·유통·사용·복구 관리 등 전주기(life cycle) 평가 체계와 관리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은 나노물질과 나노기술 적용제품에 대해 시장유통 전(pre-market) 승인을 받거나 나노제품에 표시의무 등 관련 규제를 도입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독성물질관리법(TSCA)’, EU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와 ‘전기전자제품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 독일의 ‘위험물질법’, 호주의 ‘산업화학물질 신고 및 평가법’ 등은 시장 유통 전 신고·등록·허가·인증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EU는 ‘식품법’과 ‘신화장품법(Regulation EC/1223/2009)’에서 나노제품 표시법안을 채택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나노기술을 적용한 공산품과 식품 등의 판매가 급증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관리나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국제 기준과의 부조화는 소비자보호를 위한 안전성 확보뿐 아니라 향후 국내 산업계의 수출 및 제품 생산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2009년 국내 한 대기업이 은나노 세탁기의 미국 진출을 시도하다가 살충제법 등록조항에 걸려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원은 ‘나노제품 표시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관련기관에 건의할 계획이며, 나노관련 교육프로그램 및 정보제공 사이트를 구축하고 주요 이슈에 대한 각계 이해관계자 공청회 개최 등 참여적 거버넌스 도입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