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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값 폭락, 백화점선 딴나라 얘기

롯데백화점·홈플러스 최고…서울·천안 비싸고 춘천·목포 저렴

한우를 정성껏 키워온 수많은 농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야할 설을 앞두고 소값 폭락으로 깊은 시름에 잠겨있지만 백화점은 일부 유통업자들은 한우고기 가격을 오히려 올린 탓에 농민과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소비자연맹은 한우고기 도매가격과 서울시 등의 육류 유통점과 쇠고기 취급 음식점의 소비자판매가격을 조사해보니 “소비자가격 인하정도는 도매가격 하락에 비해 미미”하고 “1++등급 갈비․안심은 2010년 10월에 비해 오히려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소비자연맹은 “최근 한우값 및 한우고기 도맷값이 크게 하락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유통점이나 음식점의 한우고깃값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리적 거래·소비문화 확산사업’과 연계해 유통단계별 가격정보 제공을 위해 한우고깃값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연맹의 한우고기 소비자판매가격 조사는 서울 및 광역시 등 11개 지역 511개 육류 유통점과 130개 쇠고기 취급 음식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소비자연맹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1++등급, 1+등급, 1등급 등 상위 3개 등급의 1월 현재 한우지육(한우 도축 후 머리·우족·내장을 제거한 고기) 도매가격은 구제역 파동 이전인 2010년 10월에 비해 20.4~22.7% 하락했으나, 소비자가격은 6~15.6% 인하에 그쳤다.


소비자연맹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한우고기는 주로 1++등급, 1+등급, 1등급 등 상위 3개 등급인데, 이들 3개 등급의 소비자가격 인하율이 낮다보니, 소비자들은 한우고기 가격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짚었다. 


소비자연맹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상위 등급일수록(1등급→1+등급→1++등급) 소비자가격 인하율이 훨씬 더 낮아졌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1++등급 갈비와 안심’의 1월 현재 소비자가격은 2010년 10월에 비해 오히려 각각 1.2%와 1.6%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갈비는 1+등급이나 1등급도 2010년 10월과 비교한 소비자가격 인하정도가 3%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연맹은 갈비는 소비자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하는 탓에 다른 부위에 비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이용한 업계의 이기적인 가격책정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한우고기 소비자가격에서 유통업자의 몫인 유통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37.5%에서 2010년 40.9%, 2011년 42.3%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고기 유통수익은 유통비용과 이윤으로 나뉘는데, 2010년과 비교한 2011년의 유통비용은 별다른 증가가 없기 때문에 증가된 유통수익은 대부분 백화점, 대형할인점, 음식점 등 한우고기 소매업자의 이윤으로 돌아갔다는 게 소비자연맹 설명.


소비자연맹은 또 “한우고기 판매업자는 도매업자와 백화점, 대형할인점, 음식점 등 소매업자로 나뉘는데, 지난해 도매업자 유통수익 3.8%와 소매업자 유통수익 38.5%를 합한 전체 유통수익 42.3% 가운데 소매업자의 유통수익이 91%(38.5%/42.3%)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별로는 상위 3개 등급의 동네 정육점 소비자판매가격은 백화점에 견줘 평균 4690원이 저렴했다. 1월 현재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평균 소비자가격은 백화점보다 1++등급 5364원, 1+등급 5219원, 1등급 3487원이 더 저렴했다는 것이다. 


2010년 10월과 비교한 1월 현재 판매가격은 백화점의 경우 1++등급은 0.9%, 1+등급은 3.4% 올랐고,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1++등급이 12%나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상위 3대 백화점 중 1월 현재 한우고기 평균 소비자가격이 가장 비싼 백화점은 100g당 1만1058원에 팔고 있는 롯데백화점으로, 현대백화점보다 1401원 비쌌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하나로클럽 등 상위 4대 대형할인점 중에선 100g당 9167원으로서 하나로클럽에 비해 2282원 비싼 홈플러스였다. 


시중 음식점 130곳의 음식점주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 6개월간 등심구이 및 갈비 메뉴의 가격 조정이 있었던 곳은 21곳(16.2%)이었다. 나머지 109곳은 판매가격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을 조정한 음식점 21곳 가운데 12곳은 내리고, 9곳은 되레 올렸다고 답했다. 


한우고기를 팔지 않고 상차림만 전문으로 하는 전문음식점과 한우고기를 함께 파는 정육판매식당에서 판매되는 한우고기 소비자가격을 비교해보니, 전문음식점이 정육판매식당보다 등심은 1.75배, 채끝은 1.55배, 생갈비는 1.44배 더 비쌌다.


또 조사대상 11개 지역의 1월 현재 한우고기 소비자가격은 1++등급이 서울(1만246원), 의정부(9336원), 부산(8187원), 1+등급은 천안(8828원), 서울(8699원), 부산(7552원), 1등급은 서울(7341원), 대구(6793원), 부산(6700원) 차례였다.  


가장 가격이 싼 지역은 1++등급이 춘천, 1+등급과 1등급은 목포였는데, 춘천은 1++등급이 서울에 비해 4137원, 목포는 1+등급이 천안에 비해 3690원, 1등급은 서울에 비해 2808원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소비자원은 한우고기 육질 등급판정은 도축단계에서 이뤄져 같은 등급이면 백화점 제품이든 정육점 제품이든 품질 차이가 없다며, 소비자들은 각 판매점별 가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매선택을 하는 게 현명하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백화점, 대형할인점, SSM, 전문음식점 등의 한우고기 판매업자들에겐 “도매가격 하락정도를 반영해 소비자판매가격을 조속히 인하할 것을 촉구”하고, “정부는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시행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소비자연맹은 앞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부당한 가격인상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대형유통업체들이 도매가격 변동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업체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추진하면서 육류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할 계획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