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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 '면의 전쟁' 결산

청정원·오뚜기·CJ 출사표…'하얀국물 라면' 태풍

올해 국내 식품업계에선 ‘하얀 국물 라면’이 화제가 됐다. 올 한 해 출시된 수많은 면제품 가운데 한국야쿠르트가 방송인 이경규와 손잡고 선보인 ‘꼬꼬면’은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선정한 ‘2011년 10대 히트상품’ 중 1위에 오를 만큼 기세를 올렸다. 

꼬꼬면 돌풍은 몇 십 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농심 ‘신라면’에게 위협을 줄 정도로 거셌다. 꼬꼬면뿐 아니라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과 오뚜기의 ‘기스면’도 하얀 국물 라면 인기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라면 시장에서 꼬꼬면을 필두로 나가사끼 짬뽕, 기스면 등 하얀 국물 라면의 돌풍이 거셌다면, 전체 면 시장에선 청정원, CJ, 풀무원 같은 대형 식품회사들의 진출이 눈에 띈다. 이들 대기업들이 면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올 한 해 국내 면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청정원 쪽에서 정리한 자료를 토대로 올해 식품업계가 총성 없이 치른 ‘면의 전쟁’에 대해 살펴본다. 

농심, ‘신라면 블랙’으로 구긴 체면 ‘쌀국수 짬뽕’으로 만회

1986년부터 25년간 신라면으로 라면업계 1위를 지켜온 농심이 지난 4월 ‘명품’ ‘프리미엄’이란 콘셉트로 출시한 신라면 블랙은 4개월 천하로 끝을 맺었다. 

신라면 블랙을 내놓은 뒤 농심은 원조 신라면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표시는 과장”이란 판정을 받아 8월 신라면 블랙 생산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농심은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선보인 ‘하얀 국물 라면’이 연이어 히트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10월 출시한 ‘쌀국수 짬뽕’이 40일 만에 300만개가 팔리면서 일단 체면치례에 성공했다. 

한국야쿠르트, ‘꼬꼬면’으로 ‘하얀 국물 라면’ 돌풍 앞장

올해 면 시장의 ‘대 히트작’은 자타공인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이다. 지난 8월 출시된 꼬꼬면은 상식을 깬 ‘하얀 국물 라면’ 돌풍을 일으키며 슈퍼나 대형마트 등 각종 유통업체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KBS>의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가 선보인 라면을 한국야쿠르트가 제품으로 개발한 꼬꼬면은 ‘한국에서 라면은 빨간 국물’이란 인식을 깨고 닭고기 육수로 국물을 낸 하얀 국물의 신선함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꼬꼬면 인기를 이어받은 제품이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과 오뚜기의 기스면이다. 지난 7월 말 출시된 나가사끼 짬뽕은 한 유통업체에서 신라면을 제치고 판매율 1위를 차지할 만큼 기세를 올려, 오랜만에 국내 최초로 라면을 선보였던 삼양식품의 기를 살려줬다. 나가사끼 짬뽕은 특히 재 구매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닭 뼈로 우려낸 구수한 육수에 각종 해물로 시원한 맛을 내고 청양고추를 넣은 ‘기스면도 지난 11월 출시 이후 20일만에 600만개를 팔렸다. 

청정원·CJ·풀무원 ‘프리미엄 면’ 제품 잇따라 출시

대상 청정원을 비롯해 CJ, 풀무원 등 식품대기업들도 프리미엄 면 제품을 내놓으면서 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청정원 ‘착한칼로리면’은 곤약으로 만든 면이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7월 출시된 착한칼로리면은 여성들이 즐겨먹는 스파게티나 야끼우동 등을 5분의 1 수준으로 열량을 낮춰 큰 호응을 얻었다. 수분이 97% 포함된 곤약을 주재료로 만들어 스파게티, 짬뽕, 비빔면 등 6종 모두 한 끼가 130㎈ 미만이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10월 ‘제일제면소’라는 프리미엄 면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먼저 소면과 메멜소바 2종을 출시했다. 소면은 진공반죽공정을 적용해 부드럽고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고, 메밀소바는 메밀함량을 높여 웰빙 면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풀무원에서 여름에 출시한 ‘삶지 않고 바로 먹는 냉면’ 2종도 메밀 특유의 구수한 맛과 향을 살리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상 청정원 정영섭 홍보팀장은 “하얀 국물 라면, 상온 유통 곤약면 등 새로운 시도가 속속 성공하면서, 앞으로도 우리 청정원을 비롯한 식품업체들의 이색 면 제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