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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 수거기가 쓰레기 신세

영등포구 설치 '클린큐' 176대 무용지물 전락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에 대비해 올 1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3억3000만원을 들여 관내 양평2동 지역에 설치한 음식물쓰레기 수거기 ‘클린큐(Clean-Q)’가 주민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사용하는 주민이 거의 없어 있으나마나 한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고장이 나도 수리·수거조차 안 되면서 좁은 골목길옆에 자리만 차지한 채 방치돼 있는 값비싼 ‘쓰레기’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청은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에 대비한 시범사업으로 올 1월 양평2동에 ‘클린큐’ 176대를 설치했다. 클린큐 가격은 대당 약 200만원으로 영등포구청이 클린큐 시범사업에 쓴 예산은 3억3000만원이다.


클린큐는 각 가정에서 버리는 음식물쓰레기 무게를 측정해 세대별로 요금을 부과하는 무선주파수식별(RFID) 음식물쓰레기종량제 수거장치다. RFID칩이 부착된 용기에 음식물쓰레기를 담아 신용카드 또는 교통카드 함께 수거기(클린큐)에 넣으면 자동으로 무게를 측정해 요금이 결제된다.


영등포구청이 전국 최초로 개발해 특허등록까지 마쳤다고 홍보하면서 올 1월 추진한 클린큐 시범사업은 애초 대상지역인 양평2동의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것으로 기대됐다.


게다가 영등포구청은 “행정의 투명성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대별로 배출하는 (음식물)쓰레기량에 따라 수수료가 부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음식물을 배출한 가정의 불만을 해소하고 자발적인 배출량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범운영을 거쳐 주민의견을 적극 수렴해 보완ㆍ개선한 후 향후 단계적으로 관내 전동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클린큐에 대한 영등포구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양평2동 주민들은 현재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통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주민들은 클린큐를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말한다. 쓰지도 못하는 값비싼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치(클린큐)를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눈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양평2동 주민들이 매일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있는 수거통은 바로 클린큐 옆이나 앞에 놓여 있다.


이에 한 주민은 “클린큐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어 보기에도 안 좋다”면서 “구청에서 곧 치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등포구 입장은 하루 빨리 클린큐를 치우길 바라는 주민들 희망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푸드투데이> 취재 결과 영등포구에선 내년 1월 시범사업이 끝날 때까지 클린큐를 처리할 계획이 없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푸드투데이>와 전화통화에서 “주민불편사항을 잘 알고 있으며 불편함이 없도록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내년부터 시행되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금천구 등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면서 “당장은 어렵지만 폐기·수거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천구 사례란 지난 14일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금천구의 RFID 기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스템을 가리킨다. 영등포구 관계자의 답변은 금천구의 시스템을 참고해 클린큐의 재활용 방안을 찾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도 양평2동 주민들은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클린큐를 보면서, 영등포구의 클린큐 시범사업이 살림살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공무원들이 벌인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울화통을 삭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