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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적합업종 선정 '후폭풍' 거셀듯

CJ제일제당 판두부 사업 철수…풀무원 등도 "권고 따를 것"

CJ제일제당 등 식품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발표 뒤, 동반성장위 권고에 따르겠다는 뜻을 앞다퉈 밝히는 등 국내 식품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4일 오전 열린 제9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선정된 2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에 김치·두부·햄버거빵·원두커피·어묵·조미김 6개 식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9월 27일 1차 선정한 16폼목에 이어 2차로 25품목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정운찬 위원장은 2차 중기 적합업종에 포함된 식품 6품목 가운데 김치에 대해 일부사업철수 및 확장자제를, 어묵은 일부사업철수 및 사업축소를 권고했다.

 

정 위원장의 이 같은 권고에 대해 동반성장위 쪽은 대기업이 일반식당과 대학 등의 김치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하고, 중·고교 급식시장과 군납에선 김치사업 확장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어묵에 대해선 대기업은 급식시장 공급업체에 대한 직접 판매를 자제하고, 주문자 상표 부착방식(OEM) 사업에서 철수하라는 의미라는 게 동반성장위 쪽 설명이다.

 

두부를 만들어 팔고 있는 대기업에게 정 위원장은 확장자제 및 진입자제를 권고했다. 이는 포장두부 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현재 수준에서 확장을 자제하고, 비포장 두부시장은 진입자제, 포장용 대형 판두부 시장에선 철수해달라는 내용이다.

 

조미김에 대한 확장자제 권고는 초·중·고 대상 급식시장과 식당을 포함한 전통시장 및 군납시장에서 확장을 자제하라는 뜻이다.

 

정 위원장은 햄버거빵과 원두커피는 각각 사업축소 및 확장자제, 확장자제 및 진입자제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동반성장위 쪽은 햄버거빵의 경우 고속도로휴게소, 전통시장, 일반 소매점 등 일반 소매시장에서 대기업의 사업축소를 권고한 것이라며, 기타 대형 유통망 및 기존 프랜차이즈 공급 등은 대기업이 담당한다고 밝혔다. 또 매 반기별 점검을 통해 유통 및 식품안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적합업종 지정을 해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원두커피에 대한 확장자제 및 진입자제 권고는 기업 대 소비자(B2C) 제품용 생산설비 확장과 신규 대기업 진입을 자제하라는 권고이며,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고급 기술 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 확장은 제외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원장의 권고를 접한 식품대기업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여러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위 권고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반대 명분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여러 국내 언론의 보도내용 등을 종합하면, CJ제일제당, 풀무원, 삼립식품 등 식품대기업 여러 식품대기업들이 6개 식품에 대한 동반성장위의 권고에 따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반성장위 권고에 따라 일부 사업을 접거나 확장하지 않더라도 매출 손실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동반성장위가 김치, 두부, 어묵, 김 등의 폼목에 대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안으로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 자제’를 제시한 것은 대기업에게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중소 식품업체를 인수해 합병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 진출을 꾀하던 일부 대기업들은 4일 오전부터 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대응책 마련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회 분위기상 동반성장위 권고에 반대한다는 속내를 비쳤다간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큰 탓이다.

 

실제로 중기 적합업종 선정 6개 식품 가운데 김치, 두부, 어묵, 김 등 4가지 품목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CJ제일제당은 회의 끝에 포장 판두부 사업에서 철수하고, 나머지 3개 품목도 동반성장위 권고를 따라 확장을 자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포장두부시장의 강자 풀무원도 동반성장위 권고에 따르는 게 회사 입장이라고 밝혔다. 종가집 김치로 유명한 대상은 아직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중기 적합업종 선정에 대해 “사회 양극화 해소와 경제정의 실현을 위한 취지”라며 “중소기업에겐 기회균등을 대기업에겐 사업을 기획한 때부터 우리가 하기에 적절한 것인지,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중소기업이 약 3년 동안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숨통을 트이게 돼 산업계 동반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만족하지 못할 수 있겠지만 많은 논의 과정을 거쳐 마련된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민주주의 정신”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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