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구제역 비켜간 전남..'청정축산' 비결

친환경 축산 주목..방역전문가 확보 등 과제도 산적

4개월여 동안 전국을 휩쓴 구제역의 상징처럼 비쳐졌던 방역초소들이 13일 전남지역에서 모두 사라지면서 청정지역의 명성을 지킨 전남축산의 비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철저한 초동방역과 상대적으로 적은 유동인구, 국토 서남권의 지리적 위치 등 다양한 원인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축산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타 지역에 앞서 시작한 친환경 축산을 그 대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전남 비켜간 구제역
   

전국에서 350만마리의 소들이 구제역으로 인해 매몰처분되는 동안 전남에서는 구제역으로 인한 소나 돼지의 살처분이 단 한마리도 없었다.

  
무려 4개월여 동안 계속된 구제역의 공포 속에서도 전남에서 기르는 소 54만마리와 돼지 91만마리는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물론 구제역이 전북을 위협하고 인접 지역인 경남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결국 전남도 지난 2월 구제역 예방백신을 도내 모든 소와 돼지에 접종했다.

  
백신접종으로 인해 대외적인 구제역 청정 지위는 잃게 됐다. 하지만 타 시도의 경우 백신접종 이후에도 구제역이 발생한 사례가 있는 것에 비춰보면 '청정전남 축산'은 백신접종에도 빛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다.

 
◇주목받는 전남 친환경 축산
   

'청정전남'의 원인으로 가장 부각되고 있는 것이 친환경 축산이다.

  
친환경축산은 가축사육시 항생제를 쓰지않는 무항생제 축산과 이보다 기준이 더욱 강화된 유기 축산으로 나뉘는데 이 둘을 통상 친환경축산으로 함께 부른다.

  
전남은 2006년 친환경축산 5개년 계획을 세워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이를 먼저 실천했다.

  
무항생제 사료와 유효미생물 등 축산환경 개선제 공급을 확대했으며 적정사육밀도 준수와 가축운동장을 확보하도록 축산당국이 계도에 앞장섰고 농가들이 동참했다.

 

친환경축산계획은 2008년 동물복지형 축산 개념을 도입한 녹색축산 5개년 계획으로 '업그레이드' 됐고 전국 최초의 녹색축산육성기금(1000억원 규모) 조성 추진과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육성조례 제정 등도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대책들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2006년 당시 도내 친환경축산 인증 축산농가는 5곳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2038농가로 늘어나 전국 5633농가의 36%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가축사료를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해 가축에게 먹이는 친환경 조사료 재배면적도 2006년 3000ha에 불과했지만 작년말에는 2만7000ha로 전국 30%였다.

 
◇철저한 방역대응
   

구제역이 타 지역을 휩쓸 동안 전남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창궐했다.

  
300만마리의 오리와 닭이 폐사되는 등 전남지역에 사상최대의 AI피해를 남겼지만 이같은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방역대응에 나섰던 점이 구제역을 막는데도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타 시도에서 가축질병 바이러스가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고속도로와 국도 등에 방역초소 281개를 촘촘히 설치했다.

  
전남도는 물론 22개 시군의 공무원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던 24시간 방역작업으로 보성군청 공무원이 과로사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할 정도로 방역에 '올인'했다.

  
AI발생 초기 일부 농가의 늑장신고로 초동대응에 대한 지적이 일었으나 이를 계기로 축산농가나 방역당국의 대응이 더욱 강화됐던 점은 AI확산을 막는 것은 물론 구제역 방제를 위한 '전화위복'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밖에도 가축사육에서 사료공급, 분뇨수거, 도축을 모두 관내에서 이뤄지도록 통제한 점, 시도.시군간 경계를 이동하는 유동인구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점, 다른 지역보다 따뜻한 기후, 서쪽으로 부는 바람의 방향 등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남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기대 효과
   

'청정전남 축산'은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타 지역에서 살처분된 소, 돼지가 350만마리에 달하면서 이 지역 소와 돼지는 상대적인 특수도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선호는 물론 재입식을 위한 타 지역 축산농가들도 이 지역 가축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축 사료도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 전남산 친환경 조사료가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구제역 확산의 원인으로 사료이동도 지적됐던 만큼 청정지역의 친환경 조사료에 대한 축산농가들의 수요증가가 있을 것으로 전남도는 내다보고 있다.

 
◇'청정전남 축산'이 남긴 과제
   

하지만 '청정축산 전남'이 앞으로도 '청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무항상제 축산에 머물러 있는 도내 친환경축산을 유기축산으로 품질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도내 친환경축산 인증농가 중 무항생제 축산보다 한단계 앞선 유기축산 인증 조건을 충족시킨 곳은 5곳 뿐이고 이중 소사육 농가는 1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가축질병 발생시 여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축산전문가가 지자체에 없다는 것도 하루속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전남지역만 하더라도 전남도청에만 수의사 등 방역전문가가 있을 뿐 정작 방역 최일선에서 업무를 도맡고 있는 일선 시군에는 방역전문가가 단 1명도 없는 실정이다.

 

또 축산허가제 등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도 각 지역적 실정에 맞도록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과 축산시설 현대화, 국립 종축원 분원 전남지역 설치, 가축운동장 지원제도 개선 등도 지적되고 있다.

  
전남도 안병선 축산정책과장은 "전남의 구제역 대응대책에 대해 타 시도의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청정전남 축산이 더욱 활성화되고 청정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축산농가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