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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위 오른 분유 안전

매일유업 식중독 사건으로 소비자 불신 팽배
남양유업.일동후디스 제품도 안전 자신 못해


업계, 검사 세분화.다중 필터링 등 안전망 구축 총력


지난 달 4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매일유업에서 생산한 분유제품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3월 한 달 동안 검출결과를 두고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매일유업 최동욱 대표가 유튜브를 통해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분유제조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분유는 영.유아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비자들은 제품안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이번 사건으로 분유 매출이 50%가량 감소, 1970년대 이후 40년 동안 국내 분유시장에서 ‘영원한 3위’였던 일동후디스에게 일시적이나마 2위 자리를 내주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에 남양유업, 매일유업, 일동후디스의 ‘5대3대2’로 굳어진 분유시장 점유율도 최근 들어 ‘6대1.5대2.5'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유업계 특성상 안전성 논란에 따른 실적 변화는 주요 현상으로,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등의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분유제조사들의 제품은 믿고 구매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물질.세균 파동 '연례행사' 


조제분유 시장의 부동의 1위인 남양유업의 경우 과거 분유업계 세균 및 이물질 함유 사건 파동으로 상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2006년 9월 남양유업의 ‘알프스 산양분유’에서는 사카자키균이 발견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시중에 있는 제품을 자진 회수토록 조치한 바 있다.


사카자키균은 대장균군의 일종으로 감염될 경우 패혈증이나 뇌수막염에 걸릴 수 있으며, 치사율이 20~50% 이른다. 아기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사카자키균’ 검출 보도는 많은 주요 구매층인 아기 엄마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같은 해 8월에는 소비자들을 위한 시민의 모임 측에서 남양유업에서 생산하는 분유의 ‘남양아기사랑 수 1단계’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고 주장해 곤혹을 치르기도 했으며, 2009년에는 고급분유인 ‘임페리얼드림XO(3단계)’ 제품에서는 벌레가 검출, 당시 이 제품을 섭취한 11개월 된 유아가 설사와 고열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소비자 불만 사례 가운데 이물질 발견사례 1381건을 분석한 결과, 남양유업은 78건을 기록해 매일유업과는 겨우 1건 차이로 3위에 위치, 벌레의 유입건수에서는 업계 공동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산양분유’를 주력제품으로 했던 일동후디스도 식중독균 파문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2009년 '후디스 유기농아기밀 12개월부터' 이유식 제품에서 식중독균(바실러스세레우스) 검출돼 논란을 겪었다.   


바실러스세레우스는 토양과 하천, 먼지 속에 널리 분포하는 세균으로 독소를 형성해 설사 또는 구토를 유발하는 것으로 식약청은 이 제품에 대해 유통.판매 금지와 회수 명령을 내렸었다.


시스템.공정 강화만이 안전성 담보


사실 분유 식중독균 검출은 비단 매일유업 사건만이 아닌 전 세계 분유제조사의 골칫거리로, 수의과학검역원은 매일유업 사건 당시 과거 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도 조제분유에서 식중독균이 검출된 사례가 있고, 특히 황색포도상구균은 미국에서도 검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일본 수입 조제분유 '군군'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조제분유는 살균제품이긴 하지만 가공식품의 특성상 미생물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를 감안해 ‘축산물 가공기준’에서 병원성이 없는 미생물에 대해서는 일정량의 검출을 허용하고 있다.


분유는 제조 공정 중 열풍 건조.살균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균이 검출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안되지만, 분유 제조사들은 분유는 액상이 아니라 분말 제품으로 모든 제품을 균질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모든 유해 세균을 원천 차단, 절대 안전을 구현하기 위해 분유 제조사들의 노력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생산공정과 외부 환경과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라며 “특히 최근에는 원료 선정부터 제품의 유통까지 기존에 시행하던 다중검사 시스템을 더욱 강력하게 개편하고 협력업체 선정 심사, 원료 입고 검사, 생산 투입 전 검사, 완제품 출고 검사 등 총 6단계 227가지의 검사와 다중 필터링 시스템을 통해 물샐 틈 없는 안정망을 구축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원재료 관리 시스템도 새롭게 정비, 기존에 수입하는 원재료 제품에만 기준을 정하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재료를 생산하는 업체의 생산 설비 자체를 검사는 시스템까지 갖췄다”고 강조했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도 “‘프리미엄 산양유아식’은 뉴질랜드의 산양분유 전문회사 데어리코트사에서 완제품 형태로 수입되며, ‘트루맘 뉴클래스퀸’과 ‘트루맘 후레쉬’는 호주 최대의 유가공업체인 타투라·머레이걸번사에서 완제품 형태로 들어오고 있는 만큼, 청정국가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농약, 항생제, 인공사료, 성장호르몬 등을 일정 사용하지 않아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이다”라며 “이에 지난 2009년 식약청으로부터 총 85가지의 항목에 걸쳐 HACCP 기준의 적합성 여부를 통과해 ‘우수 수입업소’로 등록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유 유해 세균 검출은 빈번하게 발생,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유제품의 경우 고단백 식품으로 세균 번식이 쉬워 공정 및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라며 “다만 이번 매일유업 사건에서도 나타난 정부기관의 조사 결과에 대한 불인정보다 해당 기업의 빠른 실태파악과 조치, 사과가 우선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09년 현재 국내 분유 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3688억원 규모로 추산, 이 가운데 조제분유의 매출액 비율은 약 3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로 형성된 국내 분유 시장에 잦은 세균 검출 등은 소비자 신뢰에 반하는 것으로,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 못지않게 업계 스스로의 기업윤리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