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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의날' 시판 먹는샘물은 안전한가

시장규모 3400억..매년 두자릿수 성장

농심 '삼다수' 독주 .. 가격 비싸도 '안전성'우선
유통과정 보관 문제.유통기한 등 감시기능 필요 

 

우리나라 물 자급률 56.8% 불과

 

오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올해로 19회째 맞는 물의 날이지만 국내·외 안팎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의 영향으로 물 사정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과거 풍부한 수자원을 자랑했던 우리나라도 2010년 현재 물 자급률이 56.8%에 불과하고, 수질오염 등으로 물 사정은 더욱 어려워 질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무엇보다 먹는 물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물을 사 마신다’는 개념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생겨났다. 당시 서울을 찾은 선수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먹는 샘물을 찾기 시작하면서 일시적으로 먹는 샘물 판매가 허용됐다. 이후 다시 판매가 금지됐다가 1995년 ‘먹는 물 관리법’ 제정에 의해 본격적으로 먹는 샘물이 판매됐다. 

 

이후 먹는 샘물 시장은 무섭게 성장해 업계에 따르면 2009년 현재 70여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는 국내 페트병 생수시장 규모는 2005년 1700억원에서 매년 10% 이상 성장, 지난해에는 3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추세에 따라 먹는 샘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먹는 샘물 시장이 성장할수록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구제역 여파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 식수원 오염에 대한 보고가 속속 전해지면서 마시는 물에 대한 불안감 확산은 먹는 샘물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2월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산 먹는 샘물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더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비중이 크지 않은 수입제품 매출도 81.5% 신장하는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국내 페트병 생수 시장(소매점에서 파는 먹는 샘물)에서 줄곧 1위를 지켜온 농심 제주 삼다수의 경우 지난 2월, 대형마트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고 70% 가까이 판매량이 증가했다. 타 제품보다 67% 더 팔렸다.

 

이 기간 전체 먹는 샘물 매출에서 제주 삼다수가 차지하는 구성비도 지난해 2월 50%에서 53%로 3% 늘어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주 삼다수의 판매가 이 기간 들어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은, 구제역으로 인한 불안심리 확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유일하게 구제역과 무관한 제주도를 취수원으로 하는 제주 삼다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 삼다수 (500㎖ 기준)는 편의점 기준 가격이 750원으로 롯데칠성의 '아이시스'보다 50원이 비싸지만 더 잘 팔린다고 하니 소비자들이 안전성에 얼마나 민감한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먹는 샘물의 안전성은 비단 취수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샘물협회의 정의에 의하면 ‘먹는 샘물’은 암반대수층 안의 지하수, 용천수(지하수가 수압에 의해 지표로 흘러나온 것) 등 수질의 안전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자연 상태의 깨끗한 물을 여과, 흡착, 자외선 살균, 물리적 처리 등의 방법으로 먹기 적합하도록 제조한 물을 의미한다.


 
어떠한 화학적 처리도 불가능하지만 오존을 사용한 방법만은 예외다. 이 점은 화학살균이 이루어지는 수돗물에 대한 반감과 함께 ‘깨끗한 먹는 샘물’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오존살균 유해성 문제 '도마에'


 
하지만 지난해 오존살균 과정에서 발생하는 브론산염의 기준치 초과 업체가 적발되면서 페트병의 ‘오존살균’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브론산염은 브롬이온이 존재하는 물을 오존 소독 할 경우 생성되는 유해물질로 미국환경보호청에서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된 성분이다.


 
지난해 발표 당시 WHO 브롬산염 권고기준(0.01㎎/L)을 초과해 적발된 7개 업체는 건영식품의 ‘가야 속리산 미네랄’, 금강산 샘물 합작회사의 ‘맑고 고운 금강산샘물’, 대정의 ‘스파클’, 무학산청샘물의 ‘화이트’, 산수음료의 ‘동원샘물 미네마인’, 로터스의 ‘내장산 빼어날 수’, 해태음료의 ‘평창 빼어날 수’ 등으로 환경부의 회수, 폐기 권고에 따라 공장 재고량 및 지점 등에 유통 중인 제품 375만병을 회수 폐기한 바 있다.
 


시판되는 먹는 샘물의 유통기한도 문제다. 먹는 샘물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6개월 이내, 이 기간을 초과해 유통기한을 정하려는 판매자는 초과된 기간 중에 제품의 품질변화가 없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대 유통기한은 24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데, 일단 유통하고 난 뒤에는 적용할 수 있는 규제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1997년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에 실린 ‘시판 먹는 샘물의 저장기간 및 온도에 따른 세균학적 및 화학적 품질변화’에 따르면 시판하는 먹는 샘물 중 1995년도에 판매량이 가장 높게 나타난 4개 제품을 선정해 6개월 동안 실험한 결과, 저온 일반 세균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기 시작한 것은 저장 2주일부터였다.


 
또 개봉한 후 보관된 제품에서는 2주일 후부터 짠맛, 금속 맛, 쓴맛, 비린 맛 등의 맛의 변화를 보였고, 3주일 후부터는 냄새 변화를 일으켜 수질 기준에 부적합한 상태를 나타냈다.
 


유통과정에서 먹는 샘물 보관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먹는 샘물은 가급적 온도가 낮고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하는데 페트병이 장시간 직사광선에 노출될 경우 아세트알데히드,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유통업체에는 먹는 샘물을 노상 적치하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에 방치하는 경우가 있어 유통단계에서도 먹는 샘물의 안전성 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는 먹는 샘물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2007년 말부터 품질인증마크제도를 시행하고, 수질기준을 초과한 업체에 대해서 특별점검 실시, 위반업체의 제품 명단 공표, 수질기준이 계속 초과될 때에는 취수정을 폐쇄하는 등 다양하고 엄격한 관리 정책을 펴고 있지만 무엇보다 업계 스스로의 안전성에 대한 강한 인식과 자발적인 감시 시스템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