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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현주소

연간 10%대 고성장 3조원 시장 형성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부해야 할 것도 많을 수밖에 없다.

유기농이나 친환경 식품이 각광을 받는 가운데, 기능성 식품 시장도 만만찮은 기세다.

기능성 식품이란 영양이나 맛보다는 생체조절기능을 강화한 식품을 말한다. 생체조절기능으로는 면역기능의 강화, 노화 억제, 질병 예방과 회복 등이 있다.

기능성 식품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한편 점차 고령화 사회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기획을 통해 건식의 ‘기능’에 대한 정의, 시장규모, 현안 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판매대 따로설치 등 규제논란 계속
효능 둘러싼 과대광고도 해결 과제


84년부터 ‘기능성’용어 사용

식품에 대해 ‘기능성’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지난 84년이다. 일본 문부성이 ‘식품기능의 계통적 해석과 전개’라는 연구사업을 펼치면서 ‘식품의 특성’이라는 낱말 대신 ‘식품 기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부터다.

이후 기능성 식품은 식품에서 생체 방어, 리듬 조절, 질병의 방지와 회복 등에 관계되는 조정기능을 가진 물질을 추출, 이들 기능이 생체에서 충분히 발휘되도록 설계, 가공한 식품을 지칭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이에 따른 기능성 식품의 범위는 식품으로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재료나 성분으로 만들어지며 또한 통상적인 형태나 방법에 의해 섭취되는 것으로 제한되고 있다.

예컨데 인삼이나 녹용 따위의 통상적인 식품으로 사용되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진 것은 기능성 식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또 건강식품과 같이 캡슐이나 정제인 형태는 제외되며 양념으로 사용하거나 식품에 곁들여 먹는 소스와 같이 명백한 식품의 형태를 지녀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다 국내 식품위생법에는 규정이 없으나, 일본의 경우는 종래 의약품 외에 표시가 금지돼왔던 효능을 명시해야한다는 것도 또 다른 조건으로 붙어있다.

대기업 속속 가세 파이 키워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3년 8월 ‘건강기능식품법’이 발효되면서 제약업체와 대기업 건강보조식품업체들이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연간 10% 이상의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생산액을 기준으로 하면 이미 7000억원대에 달하고 있고, 소비자 구입 기준으로는 3조원대의 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협회는 “건강을 위해 구입하는 식품이라는 범위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할 정도다.

기업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포화 상태인 다른 식품시장에 비해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2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한 롯데제과는 그뒤 홍삼제품과 다이어트 제품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2004년 10종류 내외였던 건강기능식품을 현재 40개로 늘릴 정도로 공격적이다.

아모레퍼시픽도 피부를 위한 건강기능식품인 ‘뷰티푸드’를 선보이며 2002년 300억원에 그쳤던 관련 매출을 지난해 2000억원 규모의 효자상품으로 키웠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건강기능식품 제조 기업 사이에서는 과잉 규제 논란이 불거졌다.

건강기능식품 관리를 총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규제를 내놓고, 식품업계는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합리적인 진입 장벽’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식약청에서 조사한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는 370여 곳, 수입업체는 2400여 곳이다.

수많은 업체가 내놓은 건강기능식품 중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현재 논란이 되는 대표적인 규제가 ‘건강기능식품의 판매대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규정은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업계는 제품 포장에 ‘건강기능식품’이란 표시를 하도록 돼 있어 구매할 때 충분히 식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판매대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판매가 크게 제한되는 데 비해 효과는 작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매장 규제가 없다. 그 대신 문제가 생겼을 경우 책임을 무겁게 따지는 식이다.

식약청 인증 제품까지 불신

더 문제는 최근 글루코사민의 효능에 대한 국내 연구진의 결과가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이다.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된 글루코사민은 요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중 하나로 연간 국내 시장규모가 700억∼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대한보완대체의학회는 글루코사민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A등급을 부여한 반면 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의 건강기능식품 검증결과는 글루코사민의 퇴행성 관절염 기능 개선효과에 의문을 제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밖에도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둘러싼 과대광고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글루코사민 100%’라고 광고한 8개사 제품을 조사한 결과 한미양행(한미글루코사민100), 한일양행(한일글루코사민 100) 등을 비롯한 다수업체에서 이들의 실제 함량이 81%∼8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글루코사민외에도 비타민 음료에 비타민이 전혀 없거나, 오히려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되는 등 과장광고, 불법판매 등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얼마 전에는 식약청의 인증까지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제품의 판매를 위해서는 제조업영업허가와 품목제조신고 요건을 갖추면 제품 판매가 가능하다.

현장실사 및 시설조사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과정과 함께 ▷건강기능식품품목제조신고서 ▷제조방법설명서 ▷원료 또는 성분의 명칭과 함량 ▷유통기간설정 사유서 ▷기준,규격의 검사성적서를 제출하면 식약청의 건강기능식품과에서 이를 검토해 결제하고 신고증을 교부하게 된다.

이 같은 품목제조신고 기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를 혼동해 마치 식약청 허가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면 치료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설명이다.

즉, 식약청의 허가를 효능에 대한 100% ‘인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의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식약청 인증’이라는 단어를 듣고,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를 맹신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식약청 허가는 판매를 위해 형식적으로 거치게 되는 승인인데 마치 효능을 100% 인정받은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건강기능식품은 적어도 해는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잘못된 것이며 얼마든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차원 적극적 개입 필요

이처럼 식품과 약품의 중간에 위치한 건강기능식품의 ‘애매모호함’은 그 동안 적잖은 논란과 사회적 이슈를 제공해 왔다.

과장 광고, 성분 함량 미달, 복용 후 부작용 같은 문제는 지금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의 대한 해법은 역시 관계 당국이 먼저 제시를 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의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은 것은 개별인정형 130종, 고시형 75종 등 벌써 200종을 넘어섰다.

당국에서 어떤 대책을 내 놓지 않는 한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소비자에게 “건강기능식품은 질병 치료 목적이 아니다, 섭취량을 준수하라, 건강기능식품 인정 마크를 확인하라”고 홍보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능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 건강기능식품을 바로 지정하는 일이다.

이번 글루코사민 논란이 그 계기가 되기를 많은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 TIP 플러스 = 인체에 이로운 기능을 지닌 원료나 성분을 정제·캅셀·분말·과립·액상·환 등 형태로 제조·가공한 식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기능성·안전성을 인증받은 경우에만 이 명칭을 쓸 수 있다.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의약품’과는 다르다.